달걀값 왜 안떨어지나 ‘미스터리’…“이제 닭도 키워야 하나”

세종=주애진 기자 , 황태호 기자

입력 2021-06-04 17:05 수정 2021-06-0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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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계란 가격이 30구 한판에 1만원 대까지 치솟는 가운데 서울 중구 한 계란도매상 앞에 빈 계란판이 쌓여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경기 파주시에 사는 30대 주부 박모 씨는 며칠 전 동네 마트에 달걀을 사러 갔다가 깜짝 놀랐다. 왕란 한 판(30개) 가격이 1만 원대로 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들이 달걀을 워낙 좋아해 비싸지만 어쩔 수 없이 샀다”며 “대파 가격은 요즘 진정되는 것 같은데 달걀 값은 왜 떨어지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여파로 급등한 달걀 한 판 가격이 4개월째 7000원을 웃돌면서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 정부는 이달 말부터 달걀 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보지만 축산업계에서는 ‘금(金)란’ 현상이 당장 해소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3일 현재 특란 한 판의 평균 소비자가격은 7508원으로 1년 전에 비해 44.6% 비쌌다. 일부 지역에서는 특란 한 판이 최고 9500원에 판매됐다. 동물복지란, 유정란 등 친환경 달걀 가격은 1만 원대를 넘어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5000원대였던 달걀 값은 고병원성 AI로 알을 낳는 산란계가 대규모로 도살 처분되면서 올해 1월 6000원대로 올라섰다. 2월 15일 7821원까지 치솟았다가 4월 29일엔 7263원까지 내렸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 좀처럼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달걀 값이 다시 오르자 주부들이 많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계란이 너무 비싸서 사기가 겁난다”, “마트에서 달걀이 자주 품절돼 구하기도 어렵다” 등의 하소연이 잇따르고 있다. 한 주부는 “대파 가격이 급등해서 파를 키우기 시작했는데 이제 닭도 사서 길러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산란계 농장에서 병아리 입식이 순차적으로 이뤄졌지만 알을 낳기까지 5개월 정도 걸린다. 반면 기존 노계들의 산란율은 떨어져 최근 달걀 하루 생산량이 평년 대비 5% 적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달 말이면 달걀 생산량이 평년 수준을 회복해 가격이 점차 안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이달 1일 기준 하루 4050만 개인 달걀 생산량이 이달 말 4200만 개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축산업계와 유통업계는 가격 안정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집밥 수요가 증가하면서 달걀 수요도 예년보다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에서 달걀을 20~30% 할인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수입란 공급도 늘리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최근 달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올해 말쯤 돼야 수급이 안정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도 “AI가 아닌 다른 가축 질병 등도 겹쳐 농가의 생산성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9월쯤 돼야 서서히 가격이 안정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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