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바보형’ 소리듣던 男, 알고보니 하버드가 탐낸 수학천재

박태근 기자

입력 2021-06-04 10:43 수정 2021-06-04 16:31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헝클어진 머리에 빵 봉지를 들고 어눌한 말투로 길거리 인터뷰에 응했다가 ‘바보’로 불리던 인터넷 유명인사가 하버드대가 탐내던 ‘수학 천재’였다는 사실이 밝혀져 화제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2일 중국 명문 베이징대 수학과 조교수인 웨이 동이(29)가 반전의 주인공으로 주목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웨이는 지난달 31일 한 온라인 미디어 길거리 인터뷰에 출연했다가 ‘벼락 관심’을 받게됐다.

‘대학 입시를 앞둔 수험생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요청에 그는 수줍고 어눌한 말투로 “힘내세요. 베이징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또 무슨 말을 해야하죠?”라고 답했다.

당시 한손에는 찐빵이 가득 담긴 비닐봉지를, 다른 한손에는 큰 물병을 들고 있었다.

이 짧은 영상은 순식간에 화제 됐다. 틱톡 등에 영상이 급속도로 확산되며 웨이는 ‘바보’이미지로 유명인사가 됐다.

대중의 관심이 커지면서 언론이 확인 결과 그는 베이징대학교 수학과에 재직 중인 최연소 조교수였다. 그는 동료들 사이에서 ‘갓(God) 웨이’로 불릴 정도로 뛰어난 ‘수학 천재’였다.

그는 고등학생 때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에서 2년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런 재능으로 2010년에 입학시험을 치르지 않고 베이징대학교 수학과에 특별전형으로 입학했다.

웨이의 은사인 산둥사범대부속중학교 수학교사는 “중학교 때부터 수학을 잘했다. 명문고인 산둥사범대 부속고등학교가 특별전형으로 그를 모셔갈 정도였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별도의 영어시험을 볼 필요 없고 통역을 제공할 테니 박사과정으로 와달라는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제의도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는 베이징대에서는 이미 ‘가장 못생긴 교사’로도 유명했다. 그의 한 동기는 “그는 계절에 상관없이 늘 1.5리터 플라스틱 물병을 들고 빠르게 걸어다녀 누구나 한눈에 알아본다”고 말했다. 누군가 그 이유를 물어보니 “그게 환경적이다”고 답했다고 도 전했다.

세상을 떠난 그의 아버지는 산둥건축대학교 수학과 교수였고, 어머니는 같은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지만 웨이는 매우 검소한 생활을 해왔다고 사촌이 설명했다. 대학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웨이의 한 달 생활비는 300위안(약 5만 원)을 넘지 않는다고 했다. 기숙사에 들어가기 전 전기·수도 계량기를 확인하는 특이한 습관도 있다고 친구는 전했다.

친구는 “웨이의 연설에 한번 참석한 적이 있는데,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발견했다. 무대에서는 단호하고 기운이 넘쳤다”고 말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