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와 겨룰 수 있겠다”… 기아 전기차 ‘EV6’ 뜯어보기

서형석 기자

입력 2021-06-03 18:22 수정 2021-06-03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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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와 충분히 겨룰 수 있겠다”

기아의 ‘EV6’를 마주하자 들었던 첫인상이었다. 7월 출시를 앞둔 EV6는 기아의 첫 전용 전기차(내연기관차로는 출시하지 않는 차종)로, 기아가 전기차 시대에서 ‘티어1(최상위권)’ 완성차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담은 첫 차종이기도 하다. 4월 출시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가 옛 포니의 디자인 방향성을 계승한 ‘미래 지향적 디자인’을 구현했다면, EV6는 언뜻 보기엔 특별하게 눈에 띄지 않는 ‘익숙한 디자인’으로 느껴졌다. 대신 속도감이 느껴지면서도 볼륨감 있는 모습은 수입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2일 서울 성동구 코사이어티에 마련된 첫 공개 행사장에서 EV6를 살펴봤다.


● 깔끔함과 공기역학의 균형 잡은 디자인
EV6의 전면부에는 기아의 기존 디자인 ‘타이거 노즈(호랑이 코)’를 전기차 시대에 맞춰 재구성한 ‘디지털 타이거 페이스’가 눈에 띈다. 공기 흡입구를 넓은 모습으로 꾸민 범퍼 아래는 차량을 크게 보이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차량 아래로 공기가 흐르도록 유도해 공기저항을 최소화한 디자인이다.


전체적으로는 평범한 디자인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일반(스탠다드) 모델과 GT라인(성능향상) 모델에서는 휠하우스의 색깔 차이가 눈에 들어왔다. 휠하우스는 차체 하단에 바퀴가 자리하는 빈 공간이다. 보통 이곳에는 차체와 다른 색을 입히지만, EV6 GT라인에서는 이와 반대로 차체와 같은 색을 입혔다. 측면 모습을 일체감 있게 구성해 깔끔한 인상이 들도록 했다.


후면부에는 발광다이오드(LED) 램프와 통합된 스포일러(트렁크 등 차량 뒷부분의 상단부에 돌출형으로 부착돼 주행 시 공기 저항을 줄이는 부품)가 눈에 띈다. ‘리어 데크 스포일러’로 이름 붙여진 것으로 EV6의 역동적인 인상을 나타내면서 공기역학적 성능을 구현한다. 천장 부분의 ‘윙 타입 루프 스포일러’는 공기 흐름을 개선해 소음과 공기 저항을 낮춰줄 뿐 아니라 공력을 이용해 뒤 창문의 물방울을 제거하는 기능도 한다. 비 내리는 날 와이퍼 없이 깔끔한 뒷모습을 보여준다.


아이오닉5에서 처음 선보였던 800V 초고속 충전 시스템과 V2L(Vehicle to Load)도 EV6에서 활용할 수 있다. V2L은 차량의 전원을 외부 전자기기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으로 차량 외부의 전기장치에 220V 전원을 공급할 수 있다. 이날 공개 행사장에서도 EV6의 전원을 활용해 삼성전자 TV와 비스포크 큐브 냉장고가 구동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널찍하면서도 세련된 ‘기아 전기차’
EV6는 아이오닉5에 적용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플랫폼(뼈대) ‘E-GMP’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바닥에 넓고 평탄하게 배터리셀을 깔아놓고 그 위에 차량 구조물을 올린 형태다. 이 때문에 동급의 내연기관차보다 긴 휠베이스(앞뒤 바퀴 축 사이의 거리)를 구현할 수 있어 실내에서는 널찍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휠베이스는 2900㎜로 아이오닉5(3000㎜)보다는 짧지만 현대차 대형 SUV 팰리세이드와 같다.

운전자 시선을 중심으로 설계된 곡면 화면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운전석이 마치 영화에서 보던 우주선 조종석에 앉은 듯한 인상을 풍겼다. 전기차에 맞춰 디자인된 현대차그룹의 클러스터(계기판)와 내비게이션 등 인포테인먼트 화면은 아이오닉5가 밝은 모습의 아기자기한 느낌인 것과 달리 EV6는 이보다는 차분하지만 세련된 색으로 구성됐다.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들었다는 친환경 좌석 시트는 푹신하고 안락한 느낌이었다. 특히 뒤 방향으로 끝까지 당기면 두 다를 쭉 뻗을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을 확보하고, 최대한 수평에 가깝게 젖히면 거의 눕다시피 할 수 있는 조수석 시트는 운전자 입장에서 동승자에게 ‘점수’를 딸 수 있는 장점으로 생각됐다.




SUV에서 중요한 트렁크도 합격점을 줄만 했다. 기본 520L 용량으로, 2열 좌석을 앞으로 접으면 최대 1300L까지 적재 용량을 늘릴 수 있다. 내연기관이 빠진 자리를 수납공간으로 활용한 ‘프렁크(앞을 뜻하는 ’front‘에 트렁크를 결합한 단어)’는 EV6 일반 모델이 50여 L, GT라인 모델이 20L다. 기아 관계자는 “GT라인에는 모터를 추가하느라 프렁크 적재 용량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 국내외 커지는 기대감… 고성능 모델 ‘GT’는 내년에
EV6는 7월 스탠다드 모델과 GT라인 모델 출시로 끝나지 않는다. 고성능 모델 ‘GT’를 내년 중 내놓는다. 현대차가 내연기관차에서 고성능 모델 ‘N’과 함께 성능향상 모델 ‘N라인’을 선보이는 것처럼 기아 전용 전기차에서도 스포츠카 못지않은 고성능 차량을 출시해 기술력을 과시하려는 것이다.


무광 은색의 깔끔한 외관과 달리 내장은 라임색으로도 불리는 밝은 형광빛 연두색이 곳곳에 강조돼있었다. 스티어링휠(운전대)과 시트 곳곳에 ‘GT’ 문구를 입혀 고성능 모델로서의 차별점을 드러냈다. 기아는 EV6 GT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기까지 3.5초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개발, 출시된 차량 중 가장 빠른 기록으로 세계 유수의 고성능차와도 맞먹는 수준이다. 스탠다드, GT라인과 달리 내부 탑승과 기능 조작의 기회가 없어 겉모습만 살펴봐야 했지만 내년 이맘때쯤 EV6 GT가 자동차 경주 코스에서 속도를 뽐낼 모습이 그려졌다. 기아 측은 지금도 EV6 GT의 기술 향상과 안정화를 위한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내고 있다.



3월 31일부터 5월 14일까지 진행된 EV6 사전예약에는 3만 대가 넘는 신청이 몰렸다. 올해 1만3000여 대를 만들려던 계획을 훌쩍 넘은 것으로 7월 정식 출시 이후 계약해도 인도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아이오닉5 생산 차질을 불러온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차량만큼은 그 어느 전기차와 비교해도 손색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EV6는 롱레인지 모델 기준으로 510㎞까지 주행할 수 있다고 알려졌지만, 디자인과 활용성을 검증 받은 만큼 출시 후 주행 과정에서도 정확한 성능이 궁금해졌다.

친환경차 보조금이 적용되지 않은 차량 가격은 스탠다드 4000만 원대 후반, GT라인 5000만 원대 후반, GT 7000만 원대 초반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확한 가격은 7월 출시와 함께 공개된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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