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집값 오를만큼 올랐다” 경고에도…시장 반응 ‘시큰둥’

황재성기자

입력 2021-06-03 11:35:00 수정 2021-06-03 11:4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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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서울 아파트 값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의 최고점에 근접해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늘(3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진행된 ‘23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으로 “최근 하반기 주택시장이 또 불안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며 이같이 말했다.

홍 부총리는 이어 “(부동산)시장 참여자들은 한 방향(집값 상승 가능성)으로의 쏠림을 각별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의 조기 테이퍼링(유동성 축소) 가능성과 7월부터 시행될 가계부채 유동성 강화 방침, 공급 확대 등을 포함한 흔들림 없는 주택 정책 추진 등도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집값의 추가 상승이 쉽지 않으며, 이를 기대한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정부의 경고성 메시지라고 풀이했다.

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오히려 정부 기대와 달리 집값 불안이 갈수록 커질 수도 있는 분석마저 나온다. 주택 수급불안 우려와 대선 국면 본격화에 따른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심리 등이 쉽사리 해소되기 어려운 과제라는 것이다.

● 홍 부총리, “집값 오를 만큼 올랐다”
홍 부총리는 모두발언에서 최근 부동산 상황에 대해 “부동산 정책과 시장 불확실성 등이 작용하면서 거래는 줄고, 호가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원인으로 “일각에서 6월부터 시행되는 임대차 신고제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을 이유로 하반기 주택시장이 또 불안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형성한” 탓으로 돌렸다.

홍 부총리는 또 하반기 집값 상승이 계속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근거로 4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서울아파트 값이 실질가격 기준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조정을 받기 이전 수준의 최고점에 근접했다는 점이다. 실질가격은 현재 가격(명목가격 또는 경상가격)에서 물가상승분을 제외한 값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실질가격은 2000년대 가장 높았던 2008년 5월을 기준(100.0)으로 봤을 때 2013년 9월에 79.6까지 떨어졌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꾸준히 올라 지난해 12월엔 98.8, 올해 5월에는 99.5까지 높아졌다. 한마디로 서울 아파트 값이 오를 만큼 올랐다는 뜻이다.

홍 부총리는 이전에도 집값의 추가 상승 기대를 경계해야 한다는 언급을 여러 차례 했다. 특히 지난달 24일 열린 기재부 확대간부회의에서는 “내 집 마련 및 부동산 투자를 할 때 올해 주택분양물량, 올해 하반기와 내년 사전청약물량, 부동산 가격 급등 후 일정 부분 조정과정을 거친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진중한 결정’을 하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특히 가격 조정과 관련해선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후 1998년 전국주택매매가격이 전년 말보다 12.4% 하락한 것과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9월부터 2013년 8월 사이 서울 아파트 가격이 11.2% 내려간 사실”을 거론했다.

● 유동성 관리 강화와 흔들림 없는 정책 추진도 강조
동아일보 DB
홍 부총리는 또 하반기 부동산시장 불안 전망에 대한 반대 근거로 △최근 부동산 과열을 우려한 미국의 조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통한 유동성 관리 강화) 가능성과 △우리 정부 역시 7월부터 차주 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확대, 총량관리 등 가계부채 유동성 관리 강화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최근 무주택자, 실수요자, 주거취약계층 등 중심으로 일부 세제나 대출상의 부담 완화 등은 탄력성을 갖고 보완 중”이라면서도 “주택공급의 일관된 추진과 다주택자 및 단기거래자 투기 억제, 맞춤형 지원이라는 정책골격은 흔들림 없이 일관성 있게 견지해 나갈 것”이라는 점도 내세웠다.

홍 부총리는 1일부터 시행 중인 임대차 신고제와 관련해선 “임대차 신고 내용이 과세 정보로 활용돼 세 부담 증가나 임대료 전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축적된 임대차 정보는 제도 취지와 다르게 과세 정보로 활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뒤 “임대인의 부담을 강화하려는 조치가 결코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물량 2000채 추가
홍 부총리는 주택공급 물량 확대 방침도 여러 차례 언급했다. 특히 “7월부터 진행될 올해분 3만 채의 사전청약 준비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올해 사전청약 물량 중 3기 신도시에서 2000채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올해 사전청약 물량은 3만200채로 정해진 상태이다. 내년에도 3만2000채가 사전청약으로 나온다. 그런데 3기 신도시 물량 2000채가 추가되면 올해 물량이 내년보다 많아지게 된다. 추가되는 물량의 사전청약 시기는 3기 신도시 물량이 많은 4분기(10~12월)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홍 부총리는 또 당정이 긴밀히 협의해온 ‘부동산정책 보완 후속조치’에 대해서도 “최대한 조기에 결론지어 시장 불안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공시가격 6억 원 초과~9억 원 이하 주택에 대해 경감세율 0.05%포인트를 추가하는 방안에 대해선 이달 중 관련법(지방세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되도록 하고, 7월 재산세 부과절차에 반영하기로 했다.

민간임대사업자 제도 폐지를 골자로 하는 임대등록사업자 제도개편은 시장 영향과 세입자 보호 등을 고려해 구체적인 세부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부담 완화 방안도 빠른 시일 내 당정 결론을 짓기로 했다.

● 시장 반응은 시큰둥
홍 부총리의 이같은 분석과 당부에도 시장의 반응은 하반기 집값 불안에 더 무게 중심을 두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정부 공급 계획이 기대를 밑도는 속도를 보이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게 정부가 ‘2·4대책’을 통해 상반기에 모든 후보지를 공개하기로 했던 신규 택지 선정 작업이 전면 중단된 일이다. 이로 인해 수도권에서 공급될 11만 채에 달하는 물량이 오리무중 상태다.

또 정부가 지난해 수도권 대규모 택지 후보지 11곳에 아파트 4만 채를 공급하기로 했지만 9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가시적 성과를 낸 곳은 1190채 규모인 서울 영등포 쪽방촌 한 곳에 머물러 있다.

여기에 하반기에 접어들면 대선국면이 본격화되고, 그에 따른 부동산 정책의 적극적인 변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기대심리도 작용하고 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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