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백내장 수술 시 ‘대비감도’ 고려해 시력의 질 높여야”

부산대학교병원 안과 이종수 교수

입력 2021-06-03 10:21 수정 2021-06-0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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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은 눈이 사물을 얼마나 잘 볼 수 있는지를 측정한 것이다. 물체의 존재와 형태를 인식하는 정도를 측정해 눈의 기능 상태를 파악할 수 있기에, 백내장 수술 후 환자의 ‘시력’은 수술 결과를 평가하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간혹 수술 후 시력이 1.0 정도로 좋은데, 잘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환자가 있다. 이러한 경우를 ‘시력의 질’이 떨어진다고 표현한다. 시력의 질이 떨어지면 물체가 선명하게 보이지 않아 야간이나 어두운 곳에서의 생활에 불편이 생길 수 있는데, 이와 같은 시력의 질적 수준을 측정하는 것이 대비감도 검사다.

‘대비감도’란 서로 다른 빛의 세기를 구별할 수 있는 능력, 밝음과 어두움의 비율을 말한다. 순수한 흰색 바탕에 검은색의 글자가 있다면 글자의 형태가 확연하게 구분되는 대비감도 1 혹은 100% 상태로, 물체를 선명하게 잘 볼 수 있다. 그러나 흰색의 배경 위에 흰색에 가까운 흐릿한 색상의 글자가 있다면 글자의 인식이 힘들고 대비감도의 저하가 생긴다.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사물들은 다양한 대비를 이루고 있는데, 대비감도가 저하될수록 사물을 인지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시력이 나빠진다. 나이가 들면서 백내장이 발생할 경우에도 수정체의 혼탁으로 인한 시력 저하가 나타나 대비감도가 낮게 측정된다.

대비감도가 낮으면 특히 야간에 불편함이 많은데 예를 들면 밤에 △교통 표지판을 읽기 힘들고 △신호등을 잘 구별하지 못하며, △차선이나 횡단보도를 파악하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꼭 야간이 아니더라도 어두운 실내에 있을 때 △책을 읽기 위해 정상인보다 밝은 조명이 필요하고, △TV및 PC 모니터를 볼 때 눈의 피로도가 증가하는 등의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백내장 수술 시 혼탁한 수정체를 제거한 후 눈에 삽입되는 대부분의 인공수정체는 정상적인 눈보다 대비감도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늦은 밤까지 작업을 많이 하거나 야간에 운전을 많이 하는 백내장 환자라면, 대비감도가 우수한 인공수정체 삽입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높은 대비감도를 유지하면서 야간에도 선명한 시력을 제공하고, PC 모니터를 볼 때나 운전 시 내비게이션을 볼 때 ‘중간거리 시력’까지 교정해주는 다초점 인공수정체가 출시돼 백내장 환자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백내장은 수술 전 정밀한 안 검사와 안과 의사와의 충분한 상담을 통해 높은 대비감도로 선명한 시력을 얻을 수 있는 인공수정체를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인공수정체 선택의 기준은 가격이 아니라 개인의 눈 상태나 대비감도, 라이프스타일, 생활환경 등이 돼야 할 것이다. 백내장 수술 후 시력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전문 지식이 있는 안과 전문의와 직접 대면해 환자 본인에게 맞는 치료옵션에 대해 충분한 상담을 진행하길 바란다.

부산대학교병원 안과 이종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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