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이재용 사면론 기류변화… “형평성 고려해야”→“고충 이해”

황형준 기자 , 서동일 기자

입력 2021-06-03 03:00 수정 2021-06-03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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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4대그룹 대표 간담회]
“기업에 대담한 역할 요구 알아”… ‘44조 투자’ 발표후 분위기 진전
文 “한미 정상회담 하이라이트는 바이든이 직접 4대 기업 소개한것”
최태원엔 “우리 최회장님 큰힘 돼”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열린 4대 그룹 대표 오찬에 앞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이호승 대통령정책실장,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 구광모 LG 대표이사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 문 대통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안일환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고충을 이해한다.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2일 4대 그룹 대표 오찬 간담회)

“여러 가지 형평성이라든지 과거의 선례라든지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지난달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이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다. 한 달 전만 해도 여론을 살피겠다는 태도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이 부회장 문제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됐다고 판단했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르면 8월 광복절을 계기로 이 부회장 사면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온다.

○ 44조 투자, 경제 회복 등에 달라진 文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대표이사 회장, 구광모 LG 대표이사 회장 등 4대 그룹 대표들과 오찬을 하면서 나온 이 부회장 사면 건의에 “지금은 경제 상황이 다르게 전개되고 있고 기업에 대담한 역할이 요구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최 회장이 “경제 5단체장이 (4월 청와대에 사면을) 건의한 것을 고려해 달라”고 하자 문 대통령이 그 건의가 무엇을 뜻하는지 물은 뒤 이 부회장 사면 얘기임을 확인하자 이같이 말했다는 것이다. 대한상의를 비롯해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5단체는 4월 말 공동 명의로 이 부회장의 사면 건의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이 부회장 문제를 둘러싼 문 대통령의 입장 변화에는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4대 그룹의 44조 원 투자라는 지원 사격을 받은 것이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문 대통령이 최대 과제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과 경제 회복이 기업의 협조 없이 어렵다는 점을 절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찬에서 한미 정상회담과 경제 회복에 대한 기업들의 기여를 높이 평가하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상춘재에서 4대 그룹 대표들을 만나자마자 “방미 당시 4대 그룹이 함께해 성과가 참 좋았다”며 “한미 양국 관계가 기존에도 아주 튼튼한 동맹관계였지만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최첨단 기술 및 제품에서 서로 간에 부족한 공급망을 보완하는 관계로까지 더 포괄적으로 발전된 것은 굉장히 뜻깊은 일”이라고 운을 뗐다. 특히 “(방미의) 하이라이트는 (회담 뒤) 공동기자회견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4대 그룹을) 지목해 소개한 일”이라며 “한국 기업의 기여에 대해 아주 높은 평가를 해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최 회장과 김 부회장 등에게 “생큐”를 세 차례 반복했다.

또 최 회장을 ‘우리 최 회장님’이라고 부르며 “(방미 때)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시작해 공동기자회견, 그리고 마지막에 조지아주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까지 일정 전체를 함께해 주셨다”며 “아주 큰 힘이 되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위기로부터 빠르게 회복하고 재도약하는 데서 4대 그룹의 역할이 컸다”며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가 어느 때보다 풍부했다. 지금까지 미국과 수혜적 관계였다면 (기업들 덕분에) 글로벌 공급망에 도움을 주는 동반자적 관계가 됐다”고도 했다. 기업들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에 대해서도 “앞장서 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시스템반도체 투자 증가와 수소·전기차 생산 주도, 배터리 투자, 해운과 조선 투자가 “이제 빛을 보고 있다”며 “기업이 앞서가는 결정이 없다면 오늘이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 4대 그룹 띄워준 文 “사진 잘 찍어 주세요”
이날 오찬은 문 대통령이 4대 그룹 대표들에 대한 호감을 드러내고 거듭 감사를 표시하면서 1시간 반 동안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오찬 시작 전 환담에서 사진을 찍는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리자 문 대통령이 취재진을 향해 “잘 찍어 주세요”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전용차도 수소차고 청와대 관용차도 수소차가 여러 대 있어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다”고도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오찬 때는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단독회담 때 나온 메뉴였던 크랩 케이크가 제공돼 눈길을 끌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서동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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