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반도체 대형 투자결정에 총수 있어야”
김현수 기자
입력 2021-06-02 21:38 수정 2021-06-02 21:40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4대 그룹 대표 초청 간담회에 앞서 참석자들과 환담을 마친뒤 간담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문 대통령,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안일환 경제수석,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2021.6.2/뉴스1 © News1
2일 문재인 대통령령과 4대그룹 총수 회동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이 언급되자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는 대형 투자 결정이 필요한데 총수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회장의 말에 또 다른 4대 그룹 총수 중 한 명도 “어떤 위기가 올지 모르는 불확실성 시대에 앞으로 2, 3년 중요하다”며 리더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의미로 언급하기도 했다.
수십조 원이 드는 반도체 투자 자체로도 리스크가 적지 않다. 게다가 세계 경제의 ‘판’이 자유무역에서 ‘기술 냉전’ 시대로 바뀌고 있는데다 기술 혁신으로 기존 시장이 파괴되고 대체되고 있어 리더의 결단이 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시점에 와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에 약 20조 원을 들여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투자를 공식화했지만 외신의 관심이 몰렸던 공장부지 발표는 하지 않았다. 아직 미국 의회에 56조 원 반도체 지원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데다 텍사스 주정부와의 협의도 마무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본적으로 미국 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해결해줄 리더의 역할이 없다보니 의사결정이 늦어진다는 우려가 삼성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수십조 원 투자를 하려면 시장성 확보가 중요하다. 미국에서 반도체 위탁 생산을 맡길 애플, 아마존, 엔비디아 같은 고객사 확보가 돼야 투자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애플은 삼성과 스마트폰 경쟁사라 삼성에 물량을 주는 것을 꺼린다. 애플 같은 대형 고객사들을 설득하고 수주로 이어지려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라며 “까다로운 미국 정보기술(IT) 업체들의 최고경영진은 이 부회장이 대화 상대로 나와야 움직인다”고 말했다. 반도체가 미중 갈등의 격전지가 되면서 투자 결단에 안보이슈를 고민해야하는 등 투자의 위험 요소가 거 많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4대그룹 고위 임원은 “한미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자산이 된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는 모두 십수 년 전 재계 총수들이 위험을 무릅쓴 투자에서 비롯됐다”며 “지금도 수조, 수십조 원 투자 결단으로 기업의 미래를 결정지어야할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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