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글탱글한 ‘찐 보쌈’… “다양한 술과 찰떡궁합이죠”[와인쟁이 이상황의 오늘 뭐 먹지?]

이상황 배리와인 대표

입력 2021-06-02 03:00 수정 2021-06-02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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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희옥’의 보쌈. 이상황 씨 제공
이상황 배리와인 대표
요즘 와인시장이 활황입니다. 그냥 활황이 아니라 폭발적입니다. 와인숍이 늘고 있고, 이젠 동네 편의점도 다양한 와인을 갖추고 있어 와인 소비가 많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좋은 술을 깨끗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 즐길 만한 곳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은 듯합니다. 양식 레스토랑이 대부분이고 한식으로는 더 드물지요. ‘락희옥’은 다양한 종류의 술을 음식과 함께 즐기기에 적합한 곳으로 이제는 하나의 장르가 된 한식 주점의 선구자입니다. 맛집이면서도 굳이 주점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락희옥에서 술의 위치가 유별나기 때문입니다. 술 종류는 엄선한 전통주와 막걸리 외에 수제맥주와 약 50종의 와인이 준비돼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술이든 편하게 갖고 가서 마실 수 있으므로 평소 가까운 분들과 나누고 싶은 술이 있다면 그렇게 하셔도 됩니다.

‘코키지 프리’ 정책은 사실 락희옥의 본질과 맞닿아 있는 부분입니다. 락희옥의 뿌리는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의 개화옥입니다. 설립 당시는 대부분의 한식당이 한두 가지 소주와 맥주만 갖춰놓고 팔던 때라 와인을 마실 만한 곳이 거의 없었습니다. 양식당, 심지어 호텔 레스토랑조차 제대로 된 와인 리스트를 갖추지 못했던 시절입니다. 좋은 와인들을 선별해 저렴한 가격으로 마실 수 있는 개화옥은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가뭄에 단비이자 편안한 사랑방이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이어져온 김선희 락희옥 대표의 소신은 음식과 술은 언제나 함께 간다는 겁니다.

락희옥은 어떻게 보면 힘들게 가꾸고 키워온 개화옥과 결별한 김 대표의 시즌2 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습니다. 큰 틀에서 보면 같은 형식이지만 디테일이 더 정교해지고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20년간 음식 전문가들과 함께 개발해온 탄탄한 내공의 스테디셀러 메뉴 외에도 방어, 민어, 석화, 두릅 등 그때그때 계절에 따라 산지에서 직송돼 올라오는 신선한 재료의 계절메뉴를 즐길 수 있습니다. 어느 것을 골라도 실패하지 않을 정도로 다듬어지고 검증된 것들이어서 여럿이 각자 먹고 싶은 걸 골라 먹으면 좋습니다. 시원하면서도 달콤짭짤한 마 샐러드로 시작해 메밀전병을 나눠 먹고 불고기나 보쌈을 메인으로 한 후 된장찌개나 김치말이 국수로 마무리해도 좋습니다. 특히 추천하고 싶은 건 역시 보쌈인데 자체 수분만으로 삶지 않고 쪄내 탱글탱글하며 씹는 맛이 좋습니다. 게다가 다양한 술과 잘 어울려서 만족스럽습니다. 입가심으로 김치말이 국수를 많이 드시는데 저는 김치말이 밥에 한 표를 주고 싶습니다. 국수보다 더 시원하고 새콤한 국물 맛이 더 잘 살아나 음주 후 깔끔한 뒷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예전 서울 마포구 용강동에 있던 본점이 이전한 공덕동 마포본점을 비롯해 을지로점, 광화문점, 교대점에 이어 얼마 전 충북 제천의 ES리조트점도 열었습니다. 쉽지 않지만 맛은 어느 곳이나 거의 같습니다. 분위기는 지점마다 조금씩 다릅니다만 인테리어와 집기 그리고 벽에 걸린 예술작품을 직접 고른 김 대표의 안목은 여전합니다.

이상황 배리와인 대표 wine@verais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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