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가계빚-고령화가 한국의 불안요소”

파리=김윤종 특파원

입력 2021-06-01 03:00 수정 2021-06-01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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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앞둔 구리아 OECD 사무총장
“韓, 가장 극적으로 변한 국가의 상징… 반도체-IT-AI 등서 발전 인상적
저출산 고령화로 생산성 저하 심각… 일-육아 병행 보육 인프라 확대해야”


2006년부터 15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이끈 멕시코 이코노미스트 출신의 앙헬 구리아 사무총장(72·사진)이 1일(현지 시간) 물러난다. 1948년 설립된 OECD의 최장수 수장인 그는 지난달 28일 프랑스 주재 한국 언론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이 한 세대 만에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놀라운 변신을 한 회원국이라는 점이 자랑스럽다”며 한국의 경제 발전을 높이 평가했다. 다만 집값, 가계 부채, 고령화 등은 우려했다. 그의 후임은 머티어스 코먼 전 호주 재무장관(51)이다.

구리아 총장은 한국을 “가장 극적으로 변화한 국가의 상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반도체, 정보기술(IT), 인공지능(AI) 등 여러 분야에서 한국의 발전은 인상적”이라며 “각국 정부에 ‘한국이 자랑스럽다. 그 비결을 공유해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고 밝혔다.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대해서도 비교적 후한 평가를 내리며 “코로나19 대유행을 성공적으로 관리했다. 한국의 내년 경제 전망 또한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구리아 총장은 “한국의 집값, 가계 부채가 우려된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생산성 저하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해법으로는 ‘보육 인프라 확대’를 들었다. 그는 “여성이 출산 후에도 계속 일할 수 있도록 보육 시설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출산 여성의 재교육, 업무 능력 향상을 지원하는 정책 등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 회복이 명확해질 때까지 경기부양책 또한 멈추지 말아야 한다며 “경기부양책은 시기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인구 대비 10% 선(1회 접종 기준)에 머물고 있는 한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구리아 총장은 “한국은 코로나19 확산 규모가 작아 시간을 벌 수 있었지만 이제는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모두가 안전할 때까지는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전 인류의 안전을 위해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 백신 공급뿐만 아니라 구매 자금, 백신 생산시설 구축 등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내년쯤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고도 했다.

그는 인류가 싸워야 할 가장 큰 적으로 ‘기후변화’를 꼽으며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래 세대를 위해 지구온난화 문제를 극복하는 것”이라며 “오래전부터 탄소에 어마어마한 가격을 매겨야 한다고 말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탄소세, 탄소배출권 거래제 등을 활성화하고 각국 정부가 화석연료 산업에 보조금을 주는 것도 멈춰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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