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읽는 식품몰-TMI동영상… ‘고객 오래 붙잡기’ 나선 이커머스

사지원 기자

입력 2021-06-01 03:00 수정 2021-06-01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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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문학 작품 올린 현대식품관… 1인당 소비자 체류시간 30% 늘어
마켓컬리선 상품정보 동영상 첨부… 당근마켓 ‘동네생활’-쿠팡 OTT 등
플랫폼에 다양한 콘텐츠 포함해… 방문객 묶어두는 ‘록인효과’ 발휘


정세랑 씨가 현대식품관 투홈에 선보인 엽편소설 ‘애인은 제주도 사람이다’. 소비자들은 이 같은 볼거리를 즐기면서 쇼핑 플랫폼에 계속 머물게 된다. 현대백화점 제공

‘애인은 제주도 사람이다. 그래서 귤을 잘 먹지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귤만 보면 사족을 못 썼던 나는 그 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의 원작 소설가로 유명한 정세랑 씨가 최근 선보인 엽편소설(나뭇잎 넓이 정도에 완결을 담아내는 단편소설보다 짧은 소설) ‘애인은 제주도 사람이다’의 도입부다. 정 씨가 이 소설을 올린 곳은 개인 홈페이지나 소설 연재 플랫폼이 아니라 현대백화점의 전문 온라인몰인 ‘현대식품관 투홈’이다.

투홈은 올 초부터 유명 소설가나 작가와 협업해 매달 한 편씩 식품을 주제로 한 소설, 수필 등의 ‘현대식품문학’을 선보이고 있다. 3∼4분이면 읽을 수 있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하기 좋은 게 특징이다. 고객들에게 재미있는 읽을거리를 제공해 자연스러운 사이트 방문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현대식품문학을 선보인 후 투홈 사이트의 1인당 고객 체류 시간은 30%가량 늘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 외부 사이트에서 현대식품문학의 링크를 클릭해 유입되는 고객 비율이 절반을 넘을 만큼 신규 방문자 유입도 활발하다. 손성현 현대백화점 온라인사업부장은 이 같은 시도를 “단순 상품 구매를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재미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찾는 온라인몰로 차별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한 이커머스 업계 마케팅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체험형 매장’이 인기를 끄는 것처럼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쇼핑뿐 아니라 흥미로운 콘텐츠를 제공해 고객을 유치하려는 전략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상품 구매를 위한 ‘목적형 소비자’에서 콘텐츠를 충분히 즐긴 뒤 상품을 구매하는 ‘발견형 소비자’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켓컬리가 제공하는 ‘컬리‘S TMI’. 마켓컬리 제공
마켓컬리는 지난해 9월부터 소비자들에게 상품 정보를 제공하는 ‘컬리스 TMI(투머치인포메이션)’라는 코너를 선보이고 있다. 원플러스 등급 ‘특란’을 판매하는 마켓컬리 페이지 하단에는 달걀을 다루는 MD들이 출연한 10분 분량의 동영상이 첨부돼 있다. 달걀의 등급 판정 기준, 달걀을 맛있게 먹는 법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판매하는 식품을 활용해서 만들 수 있는 요리 레시피를 함께 제시하기도 한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콘텐츠 자체에 흥미를 느껴 다음 날 새벽배송으로 상품을 받기 어려운 오후 11시 이후에도 아이쇼핑 하는 소비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플랫폼에 다양한 콘텐츠를 포함하는 전략은 소비자를 묶어두는 ‘록인효과’를 발휘한다. 중고물품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의 ‘동네생활’ 게시판이 대표적인 예다. 동네에서 붕어빵 파는 곳이 어딘지와 같은 시시콜콜한 사담을 나누면서 이용자들의 체류 시간을 늘린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최근 우리 동네 상점의 후기, 위치 정보 등을 주민들이 직접 입력하는 ‘우리 동네 지도’ 서비스를 도입해 체류시간을 늘리는 다양한 서비스를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커머스 공룡들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도입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쿠팡은 지난해 말부터 OTT 서비스인 쿠팡플레이를 월 2900원짜리 익일 배송서비스인 ‘로켓와우’ 회원에 가입하면 무료로 볼 수 있게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도 4월부터 플러스멤버십 가입 혜택에 CJ ENM의 OTT 서비스인 티빙(TVING) 이용권을 추가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물건 구매 외의 오리지널 콘텐츠 강화로 소비자를 끌어당기려는 전략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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