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능식품 원료까지 따지는 MZ세대

황태호 기자

입력 2021-06-01 03:00 수정 2021-06-01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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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성-기능성 체크뒤 ‘맞춤형 소비’
제조사별 배타적 특정 원료 사용한 ‘개별인정형’ 제품 2년만에 2배 성장
화장품기업까지 원료 개발에 나서


‘자신을 위한‘ 건강기능식품 소비가 늘면서 새로운 원료 개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한 백화점에 건기식 제품이 진열돼 있는 모습. 뉴스1

30대 초반 직장인 최모 씨는 매일 ‘보스웰리아 추출물’로 만든 영양제를 두 알씩 먹는다. 선물을 받거나 누가 권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인터넷을 뒤져가며 골랐다. 그는 “부모님 두 분 모두 관절이 별로 안 좋으신데 연골은 재생되지 않기 때문에 젊었을 때부터 잘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며 “여기에 도움을 줄 만한 영양제를 찾아 먹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적절한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을 적극적으로 찾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지난해 건기식 시장이 5조 원에 육박(4조9805억 원)할 만큼 성장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2∼3년 사이 홍삼, 비타민 등 건기식 시장에서 널리 알려진 원료로 만든 제품의 관성적 소비보다 다양한 원료에 대한 공부를 토대로 맞춤형 소비가 늘어나는 변화가 뚜렷하다”며 “개성이 강하고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건기식 시장에 일으킨 변화”라고 말했다.

이 같은 추세는 판매 규모로도 나타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건기식 시장에서 ‘개별인정형 제품’의 판매 규모는 2017년 2450억 원에서 2019년에는 5486억 원으로 2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올해는 70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삼, 비타민의 증가세가 주춤하는 동안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와 함께 건기식 시장의 성장을 주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별인정형 제품은 식약처의 건기식 원료 고시에 포함되지 않고 제조사의 신청에 따라 안전성, 기능성 평가를 거쳐 인정을 받은 원료를 말한다. 인정을 취득한 업체만 해당 원료를 사용한 건기식을 제조, 판매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가 일정 기간 부여된다. 2004년 관련법 시행 이후 건기식 원료 인정 건수는 지난해 말 누적 기준 701건으로 체지방 감소 기능성 원료가 99건으로 가장 많고, 관절 및 뼈 건강(66건), 눈 건강(53건), 기억력 개선(49건), 혈당 조절(44건) 기능성 원료 순으로 2∼5위를 차지하고 있다.

개인 맞춤형 건기식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2015년 이후 주춤했던 신규 원료 개발 시장도 뜨거워지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2016∼2018년 3년간 13건이던 신규 원료 인정 건수는 2019년 한 해에만 23건으로 늘어났다. 보스웰리아 추출물을 비롯해 3건의 기능성 원료 개별 인정을 보유하고 있는 건기식 업체 프롬바이오 관계자는 “전문업체, 제약사는 물론이고 일반 식품업체, 화장품 기업까지 뛰어들면서 신규 원료 개발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맞춤형 건기식 판매 서비스도 늘어나고 있다. 풀무원생활건강은 지난해 7월 건기식 소분 판매 서비스 ‘퍼팩’을 선보였고, 그해 12월 이마트는 매장 내 맞춤형 건기식 판매 부스를 들였다. 올해 들어선 한국암웨이, 동원F&B 등이 맞춤형 건기식 서비스를 강화하고 나섰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건기식을 ‘선물하기’ 서비스 등으로 구입한 비중은 전년 대비 2.7% 감소한 반면, 직접 구매 비중은 11% 늘어났다. 건기식 제조사 관계자는 “건기식 시장에서 자신을 위한 소비가 늘면서 개별 소비자의 기호를 최대한 반영하려는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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