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률 높여라” 기상천외 경품… 16억 아파트, 17억 복권도

조종엽 기자 ,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입력 2021-05-31 03:00 수정 2021-05-3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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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부동산기업들 공동으로 제공
캘리포니아주, 10명에 150만달러씩… 태국선 6개월간 어린 암소 주기로
오하이오주, ‘백신복권’ 1등에 11억 당첨금 도입 이후 접종자 33% 증가
미접종자엔 콘서트 티켓값 56배… 성지순례 금지에 대중교통 제한도


홍콩 대형 부동산 기업들이 경품으로 내건 ‘더 그랜드 센트럴’ 아파트 전경. 사진 출처 사이노그룹 홈페이지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자를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접종 인센티브로 15억5000만 원짜리 아파트까지 나왔다. 복권처럼 추첨해 거액의 현금을 주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시노그룹, 차이니스 에스테이츠 홀딩스 등 홍콩의 부동산 재벌 기업들은 전날 공동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독려하기 위해 경품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1등 경품은 면적 42m²(약 12.7평) 규모의 새 아파트로 가격은 1080만 홍콩달러(약 15억5000만 원)다. 9월 1일까지 응모를 받고 추첨으로 아파트 주인을 뽑는다. 응모 대상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18세 이상 홍콩 시민권자다. 이 외에도 추첨을 통해 20명에게 10만 홍콩달러(약 1400만 원)씩 지급한다.

홍콩은 모든 성인이 맞을 수 있을 만큼의 백신을 확보했지만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강행 등으로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 전체 750만 인구 중 12.6%만 백신을 맞았다. 지난주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현금이나 현물을 주는 인센티브는 배제하겠다고 밝히자 민간에서 경품을 주는 방식이 등장한 것으로 해석된다. SCMP는 “아파트 제공은 주택이 심각하게 부족한 홍콩에서 독특한 의미를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백신이 남아돌지만 접종 속도가 더뎌진 미국에서는 복권처럼 거액의 당첨금을 지급하는 주들이 나오고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는 다음 달 15일 1회 이상 백신을 맞은 주민을 대상으로 추첨해 10명에게 150만 달러(약 16억7000만 원)씩, 다른 30명에게 5만 달러(약 5570만 원)씩 지급할 예정이다. 당첨금은 주 정부 세수에서 지급한다.

미국 오하이오주에서는 26일 ‘백스 어 밀리언(Vax a Million)’이라는 이름의 백신 복권에 애비게일 버겐스크(22)가 당첨돼 100만 달러(약 11억1500만 원)를 받게 됐다. 이 복권은 앞으로 4주간 매주 한 명씩 당첨자가 나온다. 뉴욕주와 메릴랜드주도 백신 접종에 각각 최고 당첨금 500만 달러(약 56억 원), 40만 달러(약 4억5000만 원)를 내걸었다. 뉴욕시는 4년제 공립대학 등록금 전액과 생활비를 경품으로 내세웠다.

이 같은 ‘백신 복권’은 실제 효과를 내고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에서는 당첨금을 공지한 뒤 이달 13∼19일 주간 접종자 수가 약 12만 명으로 전주(9만 명)에 비해 33% 증가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태국에서는 송아지가 경품으로 등장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태국 북부 치앙마이주의 매챔지구에서는 6월 첫 주부터 24주 동안 매주 백신을 맞은 주민 중 한 명을 추첨해 어린 암소 한 마리를 주기로 했다. 이 지역에서 송아지 한 마리 가격은 1만 바트(약 36만 원) 정도다. 태국의 제조업 근로자 평균 월급이 1만3000바트(약 46만 원)가량이다. 인구 약 4만3000명인 이 지역에서는 백신을 불신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송아지 경품 소식이 전해지자 우선 접종 대상자 가운데 4000명 이상이 접종을 예약했다고 지역 행정 책임자는 전했다.

백신 미접종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미 ABC방송에 따르면 미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에서 다음 달 열리는 록그룹 ‘틴에이지 보틀로켓’의 콘서트 티켓을 백신 접종자는 18달러(약 2만 원)에 살 수 있지만 미접종자는 56배인 1000달러(약 110만 원)를 내야 살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백신 미접종자의 성지 순례를 금하고, 대중교통 이용을 제한하기로 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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