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효자”… 평소엔 말벗, 위기땐 구조 호출

전남혁기자

입력 2021-05-31 03:00 수정 2021-05-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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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친화 서비스 늘리는 IT기업들




“할아버지 약 드실 시간이에요.”

어르신 A 씨의 하루 일과를 알려주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있다. 자식도, 손녀도 아닌 ‘로봇’이다.

반려로봇 ‘효돌’은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의 든든한 동반자다. 평상시에는 마치 반려동물처럼 교감하며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고 위급 상황에는 평소와 다른 생활 패턴을 감지해 보호자에게 알림을 보낸다.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복지 서비스에 로봇,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정보통신기술(ICT)이 접목되고 있다. 초고령화로 노인 복지 수요가 증가한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면 서비스가 제한되자 ICT를 활용한 비대면 솔루션이 녹아든 것이다.




30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고령층의 우울감 해소와 심리적 안정 지원 등 ‘정서적 돌봄’ 서비스 개발에 ICT가 적극 활용되고 있다.

최근 IT 기업들이 주목하는 건 반려로봇이다. KT는 시니어 관련 콘텐츠가 포함된 AI 반려로봇을 올 하반기(7∼12월)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KT 로봇사업단 관계자는 “젊은이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처럼 고령층이 로봇을 재밌게 이용하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려로봇 개발사 ㈜효돌이 개발한 ‘효돌’은 노인 복지 비대면 수요 증가로 올 1∼5월 판매량(1400대)이 지난해 전체(1300대)보다 많았다.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고령층 친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IT 기업들은 건강 관리는 물론이고 노인들에게 필요한 여가와 심리적 안정까지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통해 관련 시장을 개척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T가 노인들에게 키오스크 활용법을 소개하고 있다. KT 제공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이 손을 잡기도 한다. LG유플러스는 최근 고령층 대상 비대면 서비스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침대에 레이더 센서를 설치해 낙상 사고를 막아 주거나 오디오북, 힐링 사운드 제공 등 시니어 특화 콘텐츠를 제공한다. 올해 중 개발해 내년에 인천 남동구에서 시범 서비스에 들어가는 게 목표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시범 서비스가 성공하면 빠른 시일 내에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사람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소셜로봇’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쓰다듬으면 반려동물이나 아기처럼 소리를 내는 로봇인 일본 트렌드마스터사의 ‘나데나데 로봇 시리즈’는 2012년 출시 후 2019년까지 10만 대가 팔릴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미국에서는 가상현실(VR) 콘텐츠 제작 업체인 렌데버사가 자국 내 100여 곳의 실버타운에 VR 콘텐츠를 제공 및 보급했다. 현지에서 고령층의 사회적 고립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젊은이에 비하면 아직 ICT 기기 작동에 서툰 고령층을 위해 쉽고 편한 서비스를 개발하는 게 당면한 과제다. 김지희 효돌 대표는 “실제 현장에서 많은 고령층은 IT 기기를 어려워한다. 개발할 때 세심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0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령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 대비 68.6%로 4대 정보취약계층(장애인, 저소득층, 농어민, 고령층) 중 가장 낮다.

안미화 LG유플러스 헬스케어플랫폼추진팀장은 “작은 화면, 어려운 용어 등 고령층이 접근하기 어려운 장벽이 여전하다. 기기, 서비스 방법 등의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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