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사기 피해자들 “수사력 집중 필요”…전문가들 “자기책임 원칙 유념해야”

뉴스1

입력 2021-05-29 08:16 수정 2021-05-29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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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열풍’에 신종 사기들이 기승을 부리며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암호화폐 관련 피해를 조사, 구제할 정부 부처가 없고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더라도 일선 경찰서 인력으로는 사실상 잡기도 쉽지 않아 피해자들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할 부처가 없고 제도권 밖에 놓여 있어 그 자체로 범죄가 성립되기 어렵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1차적으로 투자는 ‘자기책임 원칙’임을 유념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사기임이 짐작됨에도 이른바 ‘손실 폭탄 돌리기’가 지속되고 있다며, 사고가 터진 후가 아닌 선제적인 신고를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코인 공시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리플 관련 에어드롭(무료 코인 지급) 사기를 당한 이모씨는 29일 “경찰관이 하루 170건을 맡고 있어 수사하려면 최소 3개월 이상 걸리며, 길면 6개월 이상 걸릴 수 있다고 한다. 건수가 많아지면 수사할 수 있는 전담팀이 꾸려질 수 있다는 답변만 받았다”며 “최선을 다해 수사하겠다고 하는 경찰도 있지만 ‘마음 비워라’, ‘절대 못받는다’라고 말하며 수사 의지가 없는 수사관도 있다”라고 했다.

피해를 입고도 구제 방안이 없다고 말하는 투자자들은 암호화폐를 전문적으로 수사하는 기관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국에 비슷한 피해자들이 많은 만큼, 지방 경찰청 등에 집중해 특정 부서에 수사력을 모으는 게 효율적이란 것이다.

어떠한 공지없이 돌연 폐쇄된 ‘비트바이 거래소’에 투자한 김모씨(37)는 “비슷한 시기에 많은 고소가 접수되면 경찰도 이를 중점적으로 수사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얼굴도 모르는 전국에 걸친 수백 수천명의 피해자들을 모아 같이 접수하기란 쉽지 않다”며 “욕심일 수도 있지만 경찰 내에서 비슷한 접수건은 모아 집중시키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개발자가 잠적해 97% 손실을 본 진도지코인 투자자 김모씨는 “피해자 카톡방을 보면 진도지코인에 당하고도 또 다른 유사 도지코인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다. 당하는 사람들만 또 다시 당하는 구조인 것 같다”며 “물론 투자는 본인이 직접 결정하는 것이지만, 이런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수사력을 모아 선제적으로 해결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막중한 짐을 짊어지고 있는 경찰도 답답한 심정은 마찬가지다. 코인 자체가 사기였을 경우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고, 피해액이 커질 대로 커져 사고가 터진 뒤에야 신고가 접수돼 늦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사이 해외로 도망갔다면 수사가 더욱 늦어질 수밖에 없다. 사기로 추정은 되지만 원금을 보장한다는 약속을 하지 않기 때문에 회수도 쉽지 않다.

한 경찰 관계자는 “사기임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투자하는 경우는 범죄사실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며 “단발적으로 고소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토대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기가 어렵고 조사를 종합해보면 법리 적용도 안되는 경우도 많다. 조심스럽지만 자기책임 원칙에 따라 투자에 유의를 기울일 필요도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1차적으로 투자자의 ‘자기책임 원칙’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일부 다단계 의심 코인을 ‘시한폭탄’에 비유한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관할 부처가 없기 때문에 결국 경찰이 업무를 잘 배정해 적극 수사하는 것에 기댈 수밖에 없다. 핵심은 수사력”이라면서도 “사후처벌을 강력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1차적으로 자기책임 투자 원칙을 유념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홍 교수는 “다단계, 사기, 유사수신을 막을 수 있는 법은 이미 존재한다”면서도 “사기임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본인들이 투자한 자산이 날아갈 걱정에 결국 명명백백하게 사기임이 드러나고 사기꾼이 도망가서야 신고를 하는데, 이해는 하지만 이 점이 해결하기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방문판매법, 약관규제법 등 사기 코인에 적용할 수 있는 법은 이미 있다”며 “다만 코인은 실체가 증명된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자기책임 원칙 아래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사기 코인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의 최소한의 법적인 장치는 필요하다고 했다. 적어도 코인 발행과 이후의 상황에 대한 공시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형중 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장은 “코인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코인들이 많으며, 대부분의 사기는 다단계 형태를 띈다. 최소한 다단계인지 여부를 구별할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며 “투자자들이 어떤 코인이 사기인지를 확인해볼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공시도 필요하다”고 했다.

공시 자체도 허위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올린 공시가 허위인지 여부를 직접 확인이라도 해볼 수 있으니 최소한의 장치”라고 했다.

사기 코인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정부는 전날(28일) 암호화폐와 관련 불법행위 유형 6가지를 공개하고, 오는 9월까지 관련 사업자를 중점적으로 단속해 제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6가지는 Δ가상자산·원화 등 출금 지연·정지 이후 거래소를 폐쇄하는 기획 파산 및 예치금 횡령 등 Δ상장 관련 편의 제공을 조건으로 별도의 대가(상장 수수료)를 받거나 가치 없는 가상자산 발행·판매·상장 등 Δ데이터상 허위로 자산을 입력하여 기망하는 수법 등으로 재산상 이익 편취 Δ해킹 및 해킹을 가장한 기획파산 Δ가상자산 관련 투자를 빙자해 피해자의 자금을 수신·편취 Δ가상자산거래업자 사이트를 가장한 피싱·스미싱을 통해 아이디 비밀번호를 탈취하는 경우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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