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세월 건너온 고고한 매향, 상큼하게 맺혔네

조선희 기자

입력 2021-05-31 03:00 수정 2021-05-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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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시

세계문화유산 선암사 600년 수령의 고매 ‘선암매’.

지금 전남 순천에서는 매실 수확이 한창이다. 올해는 평년보다 열흘 이상 일찍 매화꽃이 펴 냉해 피해에 대한 걱정이 컸다. 그러나 이후 적당한 비와 충분한 해가 들면서 그 어느 해보다 매실 품질은 우수하다.

동의보감에는 전염병이나 이질과 같은 병이 왔을 때 매실을 처방했다는 기록이 있다. 민간에서도 배탈이 났을 때 상비약으로 널리 사용했다. 매실은 약리성분인 구연산과 시아나이드를 함유하고 있어 정혈, 정장, 피로해소, 노화예방, 살균작용 등의 효과가 있다. 특히 과육에는 기능성 생리활성 물질인 ‘스쿠알렌’이 들어있다. 알칼리성 식품으로서 인체의 산화로 생기는 당뇨, 고혈압 등의 성인병을 예방하고 간기능 개선 및 위장장애, 변비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암매’ 세월의 흔적을 담은 백매화 및 영글어가는 초록보석.
순천시의 매실 재배 역사는 세계문화유산인 선암사에서 시작된다. 고려 후기에 심어진 것으로 알려진 천연기념물 제488호 ‘선암매’는 600년이라는 시간의 무게만큼 깊은 주름으로 고상한 자태를 드러낸다. 선암매는 긴 세월도 아랑곳하지 않고 매년 향기로운 매화꽃을 피워내고 알알이 초록매실을 영글어내 ‘산사의 청보석’이라고 불린다. 또 조선 초기 지리서인 ‘세종실록지리지’(1454년)에 기록된 순천지역 토산물 36종에 매(梅)와 염매(鹽梅)가 등장하며, ‘신증동국여지승람’(1530년)에도 순천지역 토산물 28종 가운데 하나로 매실이 거론된다.

순천시 매곡동 탐매마을은 조선 국문학자 배숙선생(1516∼1589)의 호를 따 지명을 ‘매곡’으로 지을 정도로 홍매화가 아름다운 곳으로 매년 2월 홍매화가 활짝 펴 탐방객이 끊이지 않는다.

매실품종 ‘천매’.
순천시에서 매실을 재배하는 면적은 약 1207ha에 달한다. 자체적으로 육성한 ‘천매’ 품종을 2011년 매실 최초로 품종보호권으로 등록해 대한민국 우수품종상을 수상했다. 현재 국내 유통되고 있는 청매실 30%가 천매다.

특히 순천시는 구연산 함량이 많고 절정의 향기를 뽐내는 잘 익은 ‘황매실’을 브랜드로 만들었다. 황매실로 매실원액을 담가 향기를 더하고 설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덜어내기 위해 매실농축액을 생산해 매실호떡, 매실초, 매실곤약젤리 등 다양한 가공품으로 활용해 판매 중이다.

한편 순천은 매실농촌융복합산업지구로 지정됐다. 순천시는 2023년까지 4년 동안 선암사 ‘선암매’, 낙안면 ‘납월홍매’, 매곡동 ‘탐매마을’을 중심으로 매실 생산뿐 아니라 관광, 체험이 어우러진 특화지구를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조선희 기자 hee31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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