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공, 누가 받았는지도 모르는 정부

정순구 기자 , 강성휘 기자

입력 2021-05-29 03:00:00 수정 2021-05-29 03: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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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청 “세종시 특공 전면 폐지, 필요시 시세차익 환수” 밝혔지만
행복청, 기관별 당첨자 자료 없어… ‘먹튀 공무원’ 실태조사 쉽지 않아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세종시 공무원 아파트 특별공급(특공)제도를 폐지하고 필요 시 시세차익을 환수하기로 했다. 성난 부동산 민심을 의식해 특공을 없애고 부당이득 실태 파악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전기관별 특공 실태와 취득세 감면 등 지원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공을 받은 뒤 매매차익을 챙긴 ‘먹튀 공무원’ 실태를 조사하기 힘든 상황이다.

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28일 고위 당정청 협의회 후 브리핑에서 “지금 상황에서는 특공을 유지하는 게 국민이 보기에 과도한 특혜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며 “특공 제도 전면 폐지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무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세종으로 이미 이전한 기관 종사자뿐 아니라 중소벤처기업부 등 곧 세종 이전이 예정된 기관 공무원 모두 특공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와 더불어 당정청은 공무원 특공을 받은 2만6000채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필요할 경우 시세차익을 환수할 방침이다. 정부는 현재 공무원 특공 논란을 일으킨 관세청 산하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에 대한 진상조사를 진행 중이다. 고 수석대변인은 “조사 결과에 따라 법에 따른 조치를 하고 환수할 수 있는 건 할 것”이라고 했다. 특공을 통해 부당이득을 챙긴 사람에게 차익을 토해내도록 한다는 것이지만 본보 취재 결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누가 언제 특공을 받았는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특공 실태를 조사할 기초자료가 없는 셈이다.

이날 고위 당정청 협의회는 한미 정상회담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으나 민주당의 요청으로 회의 전 공무원 특공제 관련 안건이 추가됐다. 여권 관계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논란으로 성난 부동산 민심의 무서움을 확인한 민주당의 다급함이 드러난 조치로 보인다”고 했다. 일각에선 이전 대상인 정부 부처 대부분이 이사를 끝냈고 상당수 공무원이 이미 차익을 실현한 뒤여서 특공 폐지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공 차익 챙긴뒤에야 전면 폐지… “여론 무마용 뒷북” 지적
당정청, 11년만에 특공제도 폐지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28일 세종시 아파트 특별공급(특공) 제도를 전면 폐지하기로 했지만 악화된 여론을 달래려는 ‘뒷북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를 제외한 중앙부처가 대부분 이전을 끝냈고 특공을 받은 이전 기관 직원 2만6000여 명 중 상당수가 차익을 실현했기 때문이다.

○ 특공 폐지 물량, 일반에 분양
세종시 특공 제도는 이 지역으로 이전하는 부처와 공공기관, 기업체 직원의 주거안정을 목적으로 2010년부터 운영됐다. 생활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세종시로 이사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당근책’이었던 셈이다. 직원들은 특공 당첨 시 취득세 면제와 이주비 지원 혜택까지 받았다. 2010년부터 10년 동안 이전 대상 기관 직원들이 특공으로 받은 물량이 2만6163채에 이른다.

특공 혜택은 이전 대상 기관에 대한 특공이 시작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5년 동안 유효하다.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부처를 포함한 111곳의 이전 기관은 유효기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더 이상 특공을 받을 수 없다. 여권 일부에서 추진해온 국회를 세종으로 이전하는 방안이 실현돼도 국회의원이나 입법 공무원 등은 특공 혜택에서 제외된다. 올해 하반기(7∼12월)부터 2027년까지 세종시에 공급될 예정이었던 특공 물량 1만6529채는 일반에 분양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빠르면 6월, 늦어도 7월까지는 ‘세종시 공무원 아파트 특공 제도’ 폐지와 관련된 규정을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기간 세종시에 공급할 예정인 아파트 물량이 없어 사실상 28일부터 특공 제도가 폐지된 것과 마찬가지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 부처 대부분 이전 마쳐 실효성 의문
2012년부터 시작된 세종시 이전 작업으로 기획재정부, 국토부, 교육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주요 중앙부처 대부분은 이미 이전을 마쳤고 특공 기간도 끝났다.

이런 가운데 최근 몇 년간 세종시 집값은 급등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 이후 지난달까지 세종시 아파트값은 52.8% 올랐다. 주거안정을 위해 공급한 특공 물량이었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실거주 의무’가 없었기 때문에 많은 공무원들이 거주하지도 않은 집을 이용해 높은 시세차익을 거뒀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도 2013년 특공으로 세종시 아파트를 취득한 후 실거주하지 않고 2017년 2억 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남기고 팔았다.

특공으로 물량을 받은 이전 기관 직원의 4분의 1은 실거주를 하지 않고 있다. 상당수는 전매와 매매로 차익을 올렸다.

이처럼 특공 제도가 이전 기관 종사자들의 재산 증식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진작부터 나왔던 만큼 정부 대응이 너무 늦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그동안 뭘 하다 세종시 집값이 다 오른 뒤에야 특공을 폐지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업계 전문가들은 특공 제도 폐지만으로는 성난 민심을 달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대부분의 기관이 이미 세종시 이전을 완료한 데다 특공을 받고 차익을 남겼어도 법 위반 사항이 없는 한 특공을 무효화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3, 4년 전부터 실거주 기간을 부여하는 등 개선방안을 미리 만들었어야 했는데 이제 와서 특공 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공 기간이 남은 111곳의 기관에서는 운 좋게 특공을 먼저 받은 공무원과 그렇지 못한 공무원의 형평성 문제도 대두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공 대상이었다가 제외된 부처 공무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한 사무관급 공무원은 “매번 특공에 떨어졌는데 이제는 아예 기회조차 없어졌다”며 “요새는 동료들과 밥을 먹을 때마다 특공 당첨 여부를 묻고 부러워하는 게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정순구 soon9@donga.com·강성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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