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전세시장에 기름 붓는 여당

황재성기자

입력 2021-05-28 12:08:00 수정 2021-05-28 14: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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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세시장이 심상찮다. 24일 현재 전국 아파트 전세금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배가까이 올랐다. 이런 양상은 전국 모든 시도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같은 기간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제주에서는 무려 6% 넘게 상승하면서 폭등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문제는 하반기에 접어들면 전세금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발 민간 임대사업제도 폐지 움직임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주택자인 민간 임대사업자를 압박해 매물을 늘려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목표이지만 기대한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데다 전세난 심화와 정책 신뢰 추락 등과 같은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 불타는 전세시장…전국에서 전세금 급등

2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들어 24일까지 전국 아파트 전세금은 3.71%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38%)보다 2.7배 높은 수준이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은 3.39%로 작년 같은 기간(1.87%)보다 배가량 올랐다. 인천은 무려 6.52%를 기록해 서울(1.34%)과 경기(3.89%)를 압도하며 상승세를 주도했다.

지난해 전국에서 전세금이 가장 많이 올랐던 세종특별자치시는 올해도 흐름을 이어갔다. 이 기간에 무려 8.96%가 상승해 지난해 기록(7.28%)을 넘어선 것이다.

지난해 -0.45%를 기록하며 전세금이 떨어졌던 제주에서도 6.10%로 급등했고, 역시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경북(-0.30%)도 3.47% 뛰었다. 이밖에 부산이 4.51% 상승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0.15%)보다 무려 30배가 폭등하는 등 대부분의 시도에서 2배에서 많게는 20배가 넘게 올랐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임대차 3법’의 시행에 따른 부작용”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아파트 전세금은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이후 2019년 9월까지 전세금은 소폭 오르거나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는 등 꾸준한 안정세를 유지했다.

이후 상승세로 반전한 2019년 10월(월간 상승률·0.15%)부터 오름폭을 조금씩 키웠지만 ‘임대차 3법’이 도입된 지난해 7월 이후 매월 0.5% 이상 오르며 폭발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 하반기도 불안…대규모 이주 수요에 잇단 규제 탓

문제는 하반기에도 이런 전세금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특히 하반기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드는 데다 대규모 재건축 이주 수요가 발생하는 서울이 불안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입주하는 신축 아파트는 총 3만717채 정도다. 지난해 입주 물량(4만9277채)보다 37.6% 줄어든 수치이다. 내년 입주 물량은 2만423채로 올해보다 33.5% 더 줄어든다. 2019년(4만9073채)과 2020년(4만9277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물량이다. 입주 물량 급감은 전세 매물 구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올 하반기 서초구에서 재건축을 위한 대규모 이주 수요가 발생할 예정이라는 것도 전세난 우려를 키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다음달 이주를 시작하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2120채)를 비롯해 ‘신반포18차’(182채), ‘신반포21차’(108채), ‘반포주공1단지 3주구’(1490채) 등이 이주를 준비 중이다.

여기에 각종 규제로 집주인의 실거주 요건이 대폭 강화된 것도 전세시장의 불안요소다. 2017년 발표된 ‘8·2대책’에 따라 조정대상지역에 집을 갖고 있는 집주인들은 양도소득세를 감면받기 위해 해당 집에 2년 동안 실거주해야 한다.

또 올해부터는 10년 이상 거주해야만 장기보유특별공제의 최대 공제율(80%)을 적용받는다. 지난해 ‘6·17 대책’에서는 2년 이상 실거주한 조합원에게만 새 아파트 입주권을 주도록 의무화했다.

이런 중복 규제들로 인해 집주인들이 전세로 돌리던 집에 눌러앉거나 아예 빈 채로 놔두면서 전세물건은 줄어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불난 집에 기름 붓는 여당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가 민간임대등록을 폐지하기로 한 조치는 초대형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민주당은 27일 모든 주택 유형에 대한 신규 등록을 폐지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해 7월 아파트 주택임대사업자 신규 등록을 폐지했다. 이번에는 다세대와 다가구 등 비아파트에 확대 적용한다는 것으로, 사실상 임대사업자 제도를 없애겠다는 뜻이다.

임대사업자에게 임대료 인상 5% 제한 등 공적 의무를 부과하는 대신 세금 혜택을 주는 임대등록제도는 1994년 도입됐다. 현재 임대사업자의 남은 임대기간을 고려하면 2030년을 전후해 매입 임대사업자는 완전히 없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여당의 임대사업자제도 폐지 방침에 따라 당장 50만 채가 영향을 받게 됐다. 4월 말 기준 등록임대주택 자동말소대상 주택은 아파트가 11만6048채, 비아파트가 38만4660채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자동말소 등록임대 가구가 전국적으로 올해 말 58만2971채, 2022년 말 72만4717채, 2023년 말 82만7264채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한다. 현재 등록임대주택 임대사업자의 임대주택이 159만4000채인 점을 감안하면 임대주택 재고가 향후 2년 안에 절반가량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정부도 이를 의식한 듯 임대사업자 폐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감추지 않았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달 2일 인사 청문회에 제출한 서면자료에서 “임대사업자 제도를 폐지하면 임차인의 주거 안정 저하가 우려된다”고 밝혔을 정도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의 계획이 실행되면) 집주인이 손해를 볼 것 같지만 전월세 매물 감소, 임대료 상승 등으로 결국은 세입자들이 받을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 뒤집힌 정책, 떨어지는 정부 신뢰

이번 조치로 직격탄을 맞게 된 임대사업자를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여기에다 정책 신뢰도가 다시 추락하는 부작용도 예상된다.

현 정부는 정권 초기인 2017년 12월 김수현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현미 당시 국토부 장관이 앞장서서 임대사업에 각종 혜택을 주며 임대사업자 등록을 권장했다. 임대차 시장을 위해서라는 명분도 제시했다. 그런데 4년 만에 말을 뒤집게 됐다. 게다가 김 전 장관이 지난해 ‘7·10대책’에서 밝힌 “기존 등록 임대주택은 말소 시점까지 세제 혜택을 유지하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못하게 됐다.

수도권 지역 대학의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바꾼다면 국민들이 믿고 따르기 어렵다”며 “‘시장은 정부를 불신하는데, 정부는 스스로 너무 과신하는 거 같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적에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는 이유를 정부와 여당이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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