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 전환 가속페달속 ‘고용 안정’ 숙제 받아든 글로벌 車업계

서형석 기자

입력 2021-05-28 03:00 수정 2021-05-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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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적은 인원으로 차량 생산 가능… 현대차 노조, 고용규모 축소 우려에
임단협서 신사업 해외투자 반발… 美GM-日도요타도 고민 깊어져
미래 고용문제 노사갈등 새 불씨로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친환경차로의 전환을 앞둔 가운데 ‘고용 안정성’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전기자동차는 지금까지의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수가 적다. 좀 더 적은 인력으로 차량 생산이 가능해져 일자리 문제를 두고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26일 교섭을 시작한 현대자동차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서도 미래 고용 문제가 노사 갈등 불씨로 떠오르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현대차지부(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동결한 월 기본급을 올해는 9만9000원 인상하고, 지난해 당기 순이익 중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 노조의 요구안 중 주목받는 것은 ‘산업 전환에 따른 미래협약’이다. 회사가 친환경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봇 등의 신사업을 국내에서 키우고, 관련 투자 계획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사측이 이달 13일 74억 달러(약 8조3000억 원) 상당의 미국 투자계획을 내놓자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해외 투자를 강행하면 노사 공존은 불가능하다”고 반대하기도 했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전기차를 만들기로 하는 등 대규모 해외 투자안을 내놓자 향후 국내 고용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수와 공정이 20%가량 적어 필요한 인원 규모도 작다.

일본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업계 대부분이 올해 임단협을 조기에 타결했지만 전기차 시대에 대규모 실직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전기차는 부품 수요가 적어 일본 자동차업계 종사자 550만 명 중 70만 명이 몸담고 있는 부품업계부터 연쇄적으로 쓰러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도요타자동차 사장이 최근 “도요타는 수소엔진을 4년 전부터 개발해 왔다. 단순히 연료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지금까지 축적해온 우리의 기술과 고용을 지킬 수 있다”며 수소엔진을 수소차 사업의 한 축으로 키울 뜻을 밝히기도 했다.

수소엔진은 기존 내연기관에서 연료만 수소로 바꾼 것으로 수소연료전지보다 내연기관 엔진에 가깝다. 하지만 BMW가 10여 년 전까지 상용화를 노리다가 중단할 정도로 업계에서는 ‘철 지난 기술’로 여겨졌지만 고용 유지를 위해 도요타가 수소엔진 카드를 꺼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에서도 자동차업계의 일자리 문제 고민이 적지 않다.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제너럴모터스(GM)와 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합작한 ‘얼티엄셀스’에 노조 가입을 압박하고 있다. 엔진을 비롯한 자동차 부품과 자동차 본체를 직접 조립하는 인원 40여만 명으로 구성된 UAW는 테슬라와 리비안 등 UAW에 개의치 않는 전기차업체가 등장하고, 미 연방정부의 전기차 도입이 속도를 내며 조직의 존속에 대한 우려가 컸다. 앞서 GM은 미래차 전환 투자를 위해 2019년 오하이오 로즈타운 공장 등 북미 공장 5곳의 가동을 중단하고 1만5000명의 감원을 단행하기도 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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