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넣어도 치킨값은 나와”…한국청년 유별난 코인 열풍, 왜?

오홍석 기자

입력 2021-05-27 11:02:00 수정 2021-05-27 11: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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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나]“코인 하락해도 투신 금지, 장례 도중 원금 회복!”
● 암호화폐 시장, 머스크 한마디에 반 토막
● 글로벌 기준 암호화폐 거래량 2위, 방문자 7위…
● 암호화폐 투기, 청년 삶 깊숙이 자리 잡아
● 미검증 종목 투자해 단타로 치고 빠지는 청년들
● “20대에 포르셰 타려면 코인을 해야~”
● 통계 봐도 알트코인이 거래량 상위권
● 시장 자정작용 미약해 투기자산에 자금 몰려


밀레니얼 플레이풀 플랫폼 ‘사바나’는 ‘회를 꾸는 ’의 줄임말입니다.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알트코인 현황 전광판. 5월 12일 기준 업비트의 알트코인 거래량 비중은 93.31%다. [뉴스1]

암호화폐 시장이 말 그대로 녹아내리고 있다. 계기는 5월 12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제공했다. 이날 머스크는 돌연 “비트코인 채굴이 환경을 파괴한다”며 비트코인을 통한 테슬라 자동차 구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그전까지 머스크는 비트코인 지지자를 자처하며 유례없는 가격 상승에 기여해왔다. 5월 18일에는 중국 정부가 암호화폐 채굴장을 퇴출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암호화폐의 추락이 가속화됐다. 중국에서는 암호화폐 거래와 채굴이 2017년부터 모두 불법이지만 그간 중국 정부는 암암리에 채굴을 눈감아 왔다.

현재 주요 코인의 가치는 죄다 반 토막이 난 상태다. 5월 26일 오전 9시 현재 코인시황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CoinMarketCap)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가격은 3만8421달러다. 고점을 찍었던 4월 14일에는 가격이 6만4000달러였다. 이더리움 가격은 5월 10일 4120달러로 고점을 찍었다가 5월 26일 오전 9시 현재 2719달러로 내려앉았다. 화제를 모은 도지코인 가격도 5월 8일 70센트 선을 넘어섰지만 5월 26일 오전 9시 현재 가치는 34센트에 불과하다.


암호화폐는 세계적으로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의 청년세대 사이에서도 암호화폐 투자 열풍이 불었다. 청년들은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열풍에 올라타는 분위기다.

“잠깐 넣다 빼면 치킨값은 나온다”
최한별(27·가명) 씨는 올해 초 주식 계좌에 있던 투자금을 모두 인출해 암호화폐로 갈아탔다. 최씨의 암호화폐 지갑에는 온갖 코인이 들어 있다. 이더리움 클래식, 체인링크, 펀디엑스, 베이직 어텐션 토큰. 최씨는 5월 11일 ‘신동아’에 “장기 투자보다는 치고 빠지는 단타 투자를 선호한다”며 “코인 가격이 떨어지면 ‘물타기’로 원금 회복을 노린다”고 말했다. ‘물타기’란 추격 매수라고도 한다. 투자한 종목이 하락하면 상승을 기대하고 추가 매수해 평균단가를 낮추는 행위다.

최씨는 “잠깐 넣다 빼면 치킨값은 나온다”며 암호화폐를 여타 재테크보다 더 선호하는 이유로 편리성을 꼽았다. 그는 오후 3시 반이면 장을 마감하는 한국 주식이나, 현금화하는 데 3일이 걸리는 미국 주식보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현금화가 가능한 암호화폐가 더 편리하다고 말했다.

곽창렬(29·가명) 씨는 넉 달 전 코인 계좌를 개설했다. 현재 코인 계좌에 주식 계좌보다 투자금이 두 배 가까이 많다. 불과 2주전 그는 “죽어서 오동나무관에 들어가고 싶다면 주식을 하고, 20대에 포르셰를 타고 싶다면 코인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곽씨가 보유한 코인은 비트코인 골드, 리플(XRP), 펀디엑스, 던프로토콜 등이다. 곽씨는 “주식은 한번 떨어지면 회복하는 데 오래 걸리지만 코인은 놔두면 금방 돌아온다”며 “자산관리 측면에서 변동 폭이 큰 코인 투자가 주식 투자보다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위험하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돈 벌기 위해 이 정도 리스크는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거래량 세계 2위, 종목은 알트코인에 몰려
도지코인은 비트코인의 투기성을 풍자하기 위해 장난삼아 만든 알트코인이다. [홈페이지 캡처]

최씨와 곽씨 사례는 유별나지 않다. 코인 열풍이 한창이던 5월 중순, 2030세대가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밈(meme·비유전적 문화 전파)’을 보면 암호화폐 열풍이 어떤 식으로 청년들 문화 깊숙이 스며들었는지 엿볼 수 있다. “코인 떨어졌다고 뛰어내리지 마세요. 장례식 도중 원금 회복된대요.” “2300에 들어갔는데 걱정 안 합니다. 어차피 주말되면 3000일 텐데요ㅎㅎ.” 등락 폭이 큰 코인에 투자해서는 떨어지면 막연하게 다시 오를 것이란 희망에 부풀어 있다.

이 사실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5월 12일 글로벌 암호화폐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CoinMarketCap)에 따르면, 한국 소재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거래량, 주간 방문객 기준 모두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업비트(Upbit) 거래량은 2위로 거래금액은 249억8734만2198달러다. 원화로 환산하면 28조382억9668만375원이다. 같은 날 코스피(KOSPI) 거래금액은 21조2362억 원이었다.

주간 방문자는 업비트의 경우 약 290만 명으로 7위다. 통계를 수집한 코인마켓캡은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Binance)가 소유한 암호화폐 통계 사이트다. 24시간마다 암호화폐의 시세, 거래소 거래량을 집계하고 매주 방문자 수를 공지한다.

한국에 있는 코인 거래소 고객 대부분은 국내 거주 한국인으로 추정된다. 한국은 외국인의 자국 코인 거래소 이용을 적극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실명계좌를 의무화하고 있고 비거주 외국인에게는 코인 거래를 통해 얻는 이익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22%를 과세한다. 해외 송금액도 은행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정 액수를 넘어가면 취득 경위를 증명해야 한다. 세계 유력 거래소는 50여 종이 넘는 현물화폐나 기축통화인 달러를 기반으로 운영한다. 반면 한국 거래소들은 원화를 사용한다.

2019년 세계은행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의 2% 정도를 차지한다. 인구는 전 세계에서 약 0.65%다. 한국의 경제규모나 인구를 감안하면 한국의 암호화폐 열풍이 얼마나 거센지 대략 짐작이 가능하다.

한 꺼풀 더 들어가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화폐 순위를 보면 한국 암호화폐 열풍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5월 12일 기준 업비트에서 거래되는 암호화폐 순위는 1위 이오스(EOS)가 19.7%, 2위 도지코인이 13.76%다. 3위는 이더리움 클래식(6.55%)이고, 4위는 엔도 프로토콜(6.03%), 5위 이더리움(4.55%)이다.

대동소이해 보이지만 암호화폐에도 가치투자로 분류되는 종목이 있고 투기로 분류되는 종목이 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미래에 기술 활용 가능성을 인정받아 비교적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첫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라는 상징성이 있다. 이더리움은 2세대 블록체인의 첫 주자로 다른 블록체인 기반 화폐가 통용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김 교수는 “전문가들은 미래에 블록체인 화폐가 자리 잡으면 이더리움 플랫폼에서 비트코인이 기축통화 역할을 할 것이라 예측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알트코인(alt-coin)’이 거래량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알트코인은 비트코인을 제외한 모든 코인을 부르는 말로 ‘alternative(대안)’가 접두사로 붙었다. 대부분 아직 기술적 가능성이 검증되지 않아 가치에 의문부호가 붙는 화폐다. 일례로 ‘도지코인’이 있다. 최근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에 여러 차례 등장하며 폭등, 폭락을 거듭해 논란이 됐다. 도지코인은 2013년 프로그래머 빌리 마커스와 잭슨 팔머가 비트코인의 투기성을 풍자하기 위해 장난 삼아 만들었다.

해외 거래소의 투자 양상은 국내와 다르다. 몰타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바이낸스(Binance)’는 세계에서 암호화폐 거래량이 가장 많고 가장 다양한 암호화폐를 취급하는 거래소다. 바이낸스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화폐는 비트코인(10.39%)과 이더리움(9.83%)이다.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프로(Coinbase Pro)’에서도 이더리움(18.99%)과 비트코인(10.35%)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업비트에서는 비트코인(2.59%), 이더리움(4.1%)두 종목을 합쳐도 비중은 6.69%에 그친다.

시장 자정 문화 자리 잡아야 투기 방지
김승주 교수는 한국의 유별난 알트코인 열풍에 대해 “기술적 가치가 아닌 폭등하는 가격에 올라타기 위해 투자하는 것”이라 분석했다. 이어 그는 “삼성전자 같은 우량주가 아닌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작은 주식에 투자하는 문화가 그대로 옮겨왔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교수는 ”해외에서도 정부 규제가 들쑥날쑥하고 규제 당국이 헤매는 상황은 비슷하다“며 “해외에서 투기 열풍이 비교적 덜한 이유는 시민단체가 시장을 감시하는 ‘컨슈머리포트’ 같은 시장 자정 문화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비트 관계자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거래소 입장에서 투자자들의 투자 방식에 대해 의견을 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5월 5일 기획재정부는 2022년부터 연간 250만 원이 넘는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에 20%의 세율로 세금을 매긴다고 발표했다. 여러 전문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안정세에 접어들어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하면 각국 정부가 유동성을 거둬들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현재 ‘지금이 매수 적기’라는 낙관론과 ‘코인의 종말’이라는 비관론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은 등락을 거듭하더라도 해가 바뀌면 암호화폐가 폭락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자문위원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이 가치를 인정받은 자산은 영향을 덜 받겠지만 알트코인들은 생태계를 위협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기술적 가치를 활용하며 투기를 억제하는 방법은 규제 당국과 민간 모두 적극적으로 이상 행위를 모니터링하는 정화 시스템이 자리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홍석 기자 lumiere@donga.com

[이 기사는 신동아 6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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