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만큼 참았다”… 대웅제약, 美 FDA에 메디톡스 조작 여부 조사 요청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21-05-27 10:34 수정 2021-05-27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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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허가 취소된 액상형 톡신 안정성 자료 진상규명 촉구
허가 취소 ‘이노톡스’·기술 수출한 ‘MT10109L’ 동일 제품 논란
금융감독원에 공시의무 위반 등 이유로 메디톡스 고발
대웅제약 “인내심 한계… 위법행위 용납하지 않을 것”


대웅제약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메디톡스가 생산하는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자료 조작에 대한 조사 요청서를 제출했다고 27일 밝혔다. 또한 공시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메디톡스를 한국 금융감독원에 고발했다.

대웅제약 측은 “메디톡스가 이노톡스 데이터 안정성 자료를 조작한 혐의로 국내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 허가 취소 조치를 받은 만큼 미국 FDA에 제출한 허가자료에도 동일한 조작이 있었는지 확인을 요청한 것”이라며 “조사 요청서에는 그동안 메디톡스가 저지른 불법 행위와 데이터 조작 여부 조사 요청, 미국에서 진행 중인 메디톡스 제품 임상시험에 대한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메디톡스는 앨러간을 통해 미국에 수출하기로 한 액상형 제제 ‘MT10109L’가 국내에서 품목 허가 취소된 이노톡스와 동일한 제품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을 벌이는 과정에서 메디톡스가 제출한 진술서 문건에는 이노톡스를 MT10109L과 동일한 제품으로 여기는 정황이 기록돼 논란이 된 바 있다.

이 내용은 미국 ITC 전자문서정보시스템에서 열람할 수 있는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 진술서와 이창훈 메디톡스 연구소장 진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정 대표 진술서에는 “2013년 9월 메디톡스와 엘러간은 독점 공급 및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고 그 계약에 의해 메디톡스가 이노톡스 제제 MT10109L을 엘러간에게 라이선스를 줘 미국에서 상용화하는데 합의했다.(In September 2013, Medytox and Allergan entered into an exclusive supply and licensing agreement pursuant to which Medytox licensed a formulation of InnotoxⓇ, MT10109L, to Allergan for commercialization in the United States.)”고 기록됐다.
미국 ITC에 등록된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 진술 내용 갈무리.
이 연구소장 진술서에서는 “이노톡스는 메디톡스의 두 번째 보툴리눔 톡신 제품으로 미용 적응증을 갖췄고 홀에이하이퍼(Hall-A Hyper) 균주를 사용해 만들어진다. 메디톡스는 MT10109L이라고 불리는 이노톡스 제제를 제조한다. MT10109L 역시 액상형 제제 형태로 제조되며 제조 과정에서 동물 단백질을 사용하지 않는다. 메디톡스와 엘러간은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전 세계에 엘러간이 MT10109L을 유통하기로 했다.(Medytox manufactures a formulation of InnotoxⓇ, referred to as MT10109L. MT10109L is also sold in liquid form and does not use animal proteins during the manufacturing process. Medytox and Allergan have entered into an exclusive licensing agreement pursuant to which Allergan will distribute MT10109L worldwide, except in Korea and Japan.)”는 문구를 확인할 수 있다.
이창훈 메디톡스 연구소장 진술 내용 갈무리.
메디톡스가 제출한 진술서 내용은 품목 허가가 취소된 이노톡스와 미국에 기술 수출한 MT10109L이 별개 제품이라고 강조한 메디톡스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당시 보툴리눔 톡신 균주 관련 미국 ITC 소송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품목 허가 취소가 미국 소송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메디톡스가 선제적으로 선 긋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 수출 제품 MT10109L과 이노톡스가 동일한 제품이라는 사실이 여러 증거를 통해 명백히 드러났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 함께 메디톡스가 이노톡스 권리 침해 등을 이유로 미국에서 새로운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노톡스가 허위 자료에 근거한 제품인 만큼 해당 소송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앞서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에 이노톡스 안정성 데이터 자료 조작 시점과 허위 데이터 미국 FDA 제출 여부를 공개적으로 질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명확한 해명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웅제약 측은 “메디톡스는 메디톡신에 대한 원액 바꿔치기 허위자료 제출 논란이 일었을 때 그런 사실이 전혀 없고 경쟁사의 음해일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결국 검찰 수사와 식약처 조사를 통해 사실로 밝혀졌고 중국 불법 톡신 수출도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수출업체로부터 소송을 당하면서 위법 행위를 스스로 밝히게 되는 사례가 있었다”며 “지속된 기만적 태도에 대해 공개적인 사과를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의 거짓말을 상장회사가 준수해야 할 법적 의무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고 판단해 공시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메디톡스를 금융감독원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무허가 원료 사용과 시험 자료 조작 등 위법행위에 대한 검찰 수사와 식약처 조사결과, 중국 밀수출 관련 이슈 등에 대한 명확한 공시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특히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의 수많은 불법행위에 대해 인내심을 보여 왔지만 불법적인 절차를 통해 제품 허가를 받고 이를 근거 삼아 미국 수출을 신청했다는 이유로 미국에서 소송을 걸어 이를 악용하려는 메디톡스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메디톡스가 분명한 이유와 근거에 기반해 불법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점을 명백히 소명하지 않을 경우 메디톡스 경영진이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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