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통상난세, 영웅들의 출현을 고대하며

동아일보

입력 2021-05-28 03:00 수정 2021-05-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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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장

중국 춘추전국시대는 봉건제에서 중앙집권적 관료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세력가들이 치열하게 경쟁한 시기로 동서고금을 통틀어 난세 중의 난세로 꼽힌다. 이러한 상황이 최근 글로벌 통상질서에서 재현되고 있다. 바야흐로 ‘통상난세’가 도래한 셈이다.

전대미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등으로 인해 통상의 중심축이 디지털 전환, 탄소중립, 공급망 재편 등 새로운 이슈로 급속하게 이동하고 있다. 우선 비대면화로 대변되는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디지털 교역이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를 규율하는 다자통상규범이 존재하지 않는 실정이다. 이에 이해관계가 다른 미국·일본, 중국, EU 등을 중심으로 디지털 통상규범 제정의 주도권을 두고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도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EU는 탄소 발생량이 높은 수입상품에 페널티를 부과하는 이른바 탄소국경조정제도를 2023년까지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규제는 자칫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어 이를 둘러싼 국가간의 첨예한 갈등이 노정되고 있다.

동시에 주요국은 자국 내 주요 산업 공급망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전기차 배터리 인프라 확충을 위해 총 224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며 EU는 2030년 전 세계 최첨단 반도체의 20% 생산과 2028년 전기차 배터리의 자체 생산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맞서 중국은 십년마일검(十年磨一劍)의 자세로 반도체, AI, 바이오 등 핵심기술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통상난세의 불확실성 시대에 기업, 특히 중소·중견기업들이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나가고자 한다. 먼저 싱가포르와의 디지털동반자협정 연내 타결과 싱가포르-칠레-뉴질랜드간 체결된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또 탄소국경조정제도 등 환경규제가 국제규범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마련되도록 해당국들과 협의하는 등 선제 대응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 기업에 우호적인 통상환경을 조성해 나갈 것이다. 나아가 올 초에 발표한 ‘K-뉴딜 글로벌화 전략’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여 금융지원 강화, ODA 확대 등 디지털·그린뉴딜 분야 수출·수주를 전방위적으로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최근 정부는 ‘K-반도체 전략’을 발표했고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공급망 분야에서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세제, 금융, 인프라 구축, 인력 양성 등 전폭적인 기업지원과 함께 주요국과 공동 연구개발(R&D), 인력교류 등 호혜적 협력을 병행하여 공급망을 강화해 산업경쟁력을 더욱 높여 나갈 것이다.

우리 중소·중견기업들은 그간 디지털화를 꾸준히 추진하고 글로벌 공급망에 적극 참여해 왔기 때문에 외국기업들과 경쟁할 충분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통상난세 시대에 우리 중소·중견기업 영웅들의 눈부신 활약상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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