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축산업이 온실가스 주범? 소가 웃을 일

장기선 한우자조금관리위 사무국장

입력 2021-05-26 03:00 수정 2021-05-2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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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선 한우자조금관리위 사무국장
14세기의 흑사병 대유행(팬데믹)은 유럽 사회가 경험한 최악의 재앙으로 꼽힌다. 1347년 시작된 흑사병으로 인해 불과 4년 만에 유럽 인구는 3분의 1이 줄었다.

당시 유럽 문명을 주도했던 교회는 무엇인가 신을 노하게 했고, 그 벌로 역병이 시작된 것이라고 했다. 유대인과 동성애자, 마녀를 흑사병의 원흉으로 지목하고 그들을 심판하기 위해 사람들을 교회에 모았고 병은 다시 퍼져 나갔다. 최근 환경과 건강을 동시에 지킬 수 있다며 학교와 관공서를 중심으로 축우 산업을 지구 온난화의 주범처럼 말하면서 가장 손쉬운 기후변화 대응 행동으로 채식을 권장하기에 이르렀다. 과연 소가 지구 온난화의 원인일까?

지난해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농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7년 2100만 t으로 전체의 3%, 2018년은 2120만 t으로 전체의 2.9%에 불과하다. 2016년 발표한 미국환경보호청(EPA) 자료에 의하면 축산 분야는 미국 내 전체 온실가스 배출 규모의 3.9%다. 운송 부문은 28%, 에너지 부문이 27%, 산업 부문은 22%다. 농업 부문은 10%다. 기본적인 데이터만 보더라도 지구를 살리기 위해 전기 생산을 멈추고 차량을 없애자고 하는 것이 더 맞다. 그러나 아무도 그렇게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지구의 대기 중에서 온실효과를 불러오는 대표적인 기체는 이산화탄소, 프레온가스, 메탄 등 3가지다. 이산화탄소는 석탄과 석유 같은 화석연료가 연소될 때 가장 많이 발생한다.

산업화와 공업화는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꿔주는 숲을 감소시켜 자연정화라는 지구 순기능을 더디게 만들었다. 그리고 프레온가스는 온실가스이면서 오존층을 파괴한다. 한 분자당 온실효과를 가장 크게 일으키는 가스로 알려져 있다.

마지막으로 메탄은 유기물질이 습한 곳에서 분해되거나 벼농사를 짓거나 논농사를 짓는 과정에서도 발생한다. 또 동물의 생리현상으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 EPA는 소를 비롯한 가축이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전체 온실가스 중 6%를 차지하며 전체 메탄 중에서는 15.3%를 차지하는데 이는 자연습지, 볏논, 매립·소각과정 다음 순이다. 오래 전 과거에는 훨씬 더 많은 동물이 생존했다. 초식동물이 풀을 섭취하고 메탄으로 배출하는 과정은 인류의 시작 전부터 있었던 자연 현상이지만 인류가 등장하기 전의 세상이 지금보다 훨씬 더 온실가스가 많이 배출됐던 오염된 세상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온실가스의 주범은 당연히 인류의 산업화인 것이다.

14세기 유럽에서는 빠른 전염 속도와 높은 치사율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병인을 찾기 어려워지자 희생양들을 찾아 나섰다. 결국 혐오라는 더욱 무서운 질병을 키워내고 말았다. 어린 학생들에게 채식은 선이고 육식은 악인 것처럼 가르치고 온실가스의 주범이 축산업이라는 말에 소는 ‘웃픈’ 웃음을 짓고 있다.


장기선 한우자조금관리위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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