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명상으로 멘털관리… 미컬슨 “51세 우승, 난 가능하다 믿었다”

김정훈 기자

입력 2021-05-25 03:00 수정 2021-05-2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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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메이저 최고령 우승
“나이 먹으며 집중력 떨어져”
햄버거 끊고 마흔 넘어 자기 관리… 물-커피만 마시며 6.8kg 감량도
딸 위해 대회 포기했던 ‘가족 사랑’…우승 직후 아내에게 전화 “사랑해”


노장은 죽지 않았다… 51세 필 미컬슨, PGA 메이저 최고령 챔피언 필 미컬슨(51·미국)이 24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키아와 아일랜드 골프리조트 오션코스(파72)에서 끝난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두 번째 메이저대회 PGA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 18번홀 그린을 향해 이동하며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수천 명의 갤러리들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최종 합계 6언더파 282타로 우승한 미컬슨은 메이저 대회 최고령 챔피언에 등극했다. 키아와 아일랜드=AP 뉴시스
18번홀 그린 주변에 수천 명의 갤러리가 몰려들어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우승을 확정한 후 지어 보인 환한 미소에는 흐르는 세월을 뛰어넘었다는 뿌듯함이 녹아 있었다. 51세 필 미컬슨(미국)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이저 대회 최고령 챔피언에 등극한 순간이었다. 미컬슨은 “가능하다고 믿었지만 막상 하고 보니 믿어지지 않는다. 내 우승이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이 되기를 바란다”며 감격스러워했다.

미컬슨은 24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키아와 아일랜드 골프리조트 오션코스(파72)에서 열린 PGA챔피언십에서 최종 합계 6언더파 282타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스무 살 어린 브룩스 켑카(31·미국) 등 2위 그룹을 2타 차로 따돌렸다. 메이저 6승을 포함해 PGA 통산 45번째 승리다. 우승 상금은 216만 달러(약 24억3000만 원).

처음으로 50대 메이저 챔피언(50세 11개월 7일)이 된 그는 1968년 같은 대회에서 48세 4개월 나이로 우승했던 줄리어스 보로스(미국)가 갖고 있던 최고령 메이저 우승 기록을 53년 만에 깨뜨렸다.

필 미컬슨(51·미국)이 24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인근 키아와 아일랜드 골프리조트 오션코스(파72)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PGA챔피언십 우승컵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키아와 아일랜드=AP 뉴시스
현재 세계 랭킹 115위라는 숫자가 보여주듯 미컬슨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지난해 50세 이상이 출전하는 챔피언스투어 3개 대회에서 2승을 올렸지만 안주하지 않았다. PGA투어를 두드리며 한계에 도전했다.

골프 역사를 새로 쓴 비결로는 철저한 자기 관리와 안정적인 ‘멘털’, 충실한 가정생활이 꼽힌다. 191cm에 100kg이 넘는 거구였던 그는 40대가 되면서 몸 관리를 시작했다. 대회 전 요가와 명상 등을 거르지 않는다. 좋아하던 햄버거 등을 끊고 단백질과 채소 위주로 식단을 바꾼 미컬슨은 2019년 6일간 물과 커피만 마시며 6.8kg을 감량했다. 간헐적 단식으로 1주일에 36시간 동안 음식을 멀리하기도 했다. 미컬슨은 “나이를 먹으면서 집중력이 떨어져 힘들었다. 하루에 36홀, 45홀 라운드를 하며 모든 샷에 집중하려고 했다. 그래야 (대회 때) 18홀을 일관성 있게 플레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필 미컬슨의 다이어트 전(왼쪽 사진)과 후의 모습. 미컬슨은 2019년 자신의 체중 문제로 경기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6일간 물과 커피만을 마시는 단식으로 6.8kg의 체중을 감량했다. 필 미컬슨 트위터 캡처
혁신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코스에 따른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기 위해 드라이버와 웨지 등을 다양한 스펙으로 준비해 변화를 주곤 했다. 비시즌 동안 고강도 웨이트트레이닝도 소화했다. 무거운 바벨을 들고 운동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팬들과 운동법을 공유하기도 했다.

미컬슨은 자상한 아빠이자 가정적인 남편으로 유명하다. 2009년 부인 에이미 씨가 유방암에 걸리자 한동안 투어 생활을 중단하고 병간호에 매달렸다. 2017년 딸 어맨다의 졸업식에 참석하려고 US오픈에 불참하기도 했다. 2016년 US오픈 당시에도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딸 소피아를 보기 위해 연습 라운드를 포기하고 집에 다녀오기도 했다. 이날 경기 후 미컬슨이 가장 먼저 찾은 것도 가족이었다. 미컬슨은 방역 규정에 따라 동행하지 못한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보고 싶다. 곧 갈게. 사랑해”라고 말했다.

그는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우승일지 모른다”고 했지만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하나 남았다. 유일하게 우승을 못 한 US오픈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퍼즐을 맞추는 것이다. 올해 US오픈은 생일 다음 날인 6월 17일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토리파인스에서 열린다. 그 근처 샌디에이고 출신인 미컬슨에게는 ‘안방’과도 같은 곳이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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