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동맹 vs 中’ 기술패권 전쟁 확전 양상…한국, 통신-반도체 美와 협력 숙제로

이건혁 기자

입력 2021-05-25 03:00 수정 2021-05-2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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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통신망 美-中 대리전
美 지원한 英컨소시엄 中에 승리


미국과 중국이 기술 패권을 쥐기 위한 ‘테크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기술우위를 확보하는 데 우호 국가를 총동원하는 ‘동맹전’ 양상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신흥 기술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함으로써 미래 지향적 파트너십을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5세대(5G) 및 차세대(6G) 이동통신, 오픈랜(OPEN RAN·개방형 무선 접속망),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등 분야에서 기술 동맹을 다지기로 했다. 모두 미국이 중국과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분야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일본과 가진 정상회담에서도 5G, 반도체, AI, 양자컴퓨팅, 유전체학 등의 분야에서 함께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 등 중국 기술 기업을 직접 규제하려 했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과 함께 중국을 고립시키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에티오피아 5G 통신망 쟁탈전에서 미국은 영국 주도 컨소시엄과 손을 잡고 중국에 승리를 거뒀다. 미 의회는 중국에 대항해 동유럽 지역 통신망과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쓰일 펀드 규모를 확대하는 법안을 검토 중이다.

‘기술동맹’을 앞세운 미중 테크 전쟁이 확대되면 한국도 영향을 피할 수 없다. 당장 차세대 통신 네트워크에서 미국과의 협력이 최우선 과제로 올랐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오픈랜 등 미국 주도 통신질서가 확립되면 전 세계에 적용되는 표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미국과의 협력이 화두다. 삼성전자가 투자 계획을 밝힌 미국 신규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은 5nm(나노미터) 수준의 최첨단 설비를 갖출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5nm급 첨단 공정을 한국이 아닌 곳에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반도체와 같은 산업 분야에서는 미국의 신뢰를 얻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중국과의 거래는 그 다음 문제”라고 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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