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0만원대 비트코인, 최고점대비 반토막… 투자자들 “4차 산업혁명 가장한 사기” 패닉

김자현 기자 , 이상환 기자

입력 2021-05-25 03:00 수정 2021-05-2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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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더리움-리플 등 주요 코인도 한달새 50% 넘게 떨어져
‘2030 피해 급증’ 우려 커져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의 고객센터 전광판에 4200만 원대로 떨어진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돼 있다. 뉴시스

“집 한번 사보려다가 살고 있는 전세방도 뺄 판입니다.”

회사원 신모 씨(30)는 1월 말 주식 등을 팔아 마련한 1000만 원으로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했다. ‘코인은 돈 복사기’라는 친구들 말에 솔깃했다. 한 달 반 만에 투자금이 2배로 불어나자 신 씨는 마이너스통장으로 3000만 원을 더 끌어다가 코인에 투자했다.

하지만 현재 가상화폐 가격은 60% 가까이 폭락했고 신 씨는 투자 원금 2000만 원을 날렸다. 불어나는 손실에 갚아야 할 대출까지 생각하면 밤잠을 설친다. 신 씨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1월로 가서 코인 판에 발을 들인 나 자신을 뜯어말리고 싶다”며 한숨을 쉬었다.

가상화폐 가격이 연이은 악재에 추락을 거듭하면서 코인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졌다. 24일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오후 2시 현재 비트코인은 전날보다 1.09% 떨어진 4212만 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14일 사상 최고치(8199만4000원)와 비교하면 한 달 새 48% 이상 폭락했다.

이더리움(254만3000원), 리플(937원), 도지코인(359원)도 올해 4, 5월 고점 대비 각각 52%, 62%, 59% 이상 급락했다. 시가총액이 크고 비교적 안정성이 높다고 평가받던 주요 코인들이 한 달 만에 50% 가까이 추락하면서 투자자들이 큰 충격을 받는 모습이다.

특히 올 1분기(1∼3월) 가상화폐 시장에 새로 발을 들인 250만 명 중 63.5%가 20, 30대인 상황에서 ‘코인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에 나섰던 청년층의 손실이 커지고 있다.

대구에 사는 회사원 전모 씨(29)는 올해 초 가상화폐에 넣었던 투자금 2700만 원이 현재 900만 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최근 3일에만 1200만 원이 증발했다. 연일 10% 이상 폭락하는 코인 차트를 보면 전 씨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도 “가상화폐는 4차 산업혁명으로 가장한 폰지사기였다” “전 재산이 반 토막 났다” “눈물로 손절했다” 등 실망한 투자자들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가상화폐 급락세는 중국 미국 등 각국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와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 중단, 전문가들의 거품 경고 등의 악재가 단기간에 쏟아진 탓이다.

글로벌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달 12일 2조5238억 달러(약 2843조 원)까지 늘어났던 가상화폐 시가총액은 24일 오후 5시 현재 1조5286억 달러로 줄어들었다. 불과 13일 만에 시총의 40%가 증발한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격 제한폭이나 장 마감이 없는 가상화폐 시장은 태생적으로 변동성이 큰데 최근 각국의 규제 등 악재가 겹치자 ‘패닉 매도세’가 더 커지고 있다”며 “저점을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자현 zion37@donga.com·이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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