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6야드… 노장의 샷은 멀고도 정확했다

이헌재 기자

입력 2021-05-25 03:00 수정 2021-05-25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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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챔피언십 우승한 미컬슨… 한때 공동선두 내줘 위기 맞아
16번홀서 이날 최장타 날리며 3타차 단독선두로 치고 나가
47.9인치 롱 드라이버 사용… 로프트각도 6도 안돼 이례적
“비거리 늘리는 장점 있지만, 손감각 좋은 선수만 가능해”



24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키아와 아일랜드 골프리조트 오션코스(파72)에서 열린 PGA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 뒷바람이 부는 16번홀(파5·583야드)은 장타 경연장이라도 된 듯했다. 브라이슨 디섐보(28·미국)는 363야드, 욘 람(27·스페인)은 362야드를 날렸다. 루이 우스트히즌(39·남아공)과 브룩스 켑카(31·미국)는 나란히 361야드를 보냈다.

하지만 최고 장타를 날린 ‘롱기스트’는 51세의 필 미컬슨(미국)이었다. 그가 때린 공은 무려 366야드를 날아가 페어웨이 한가운데에 안착했다. 이날 모든 선수를 통틀어 최장타였다. 미컬슨은 세컨드 샷을 그린 주변에 보낸 뒤 가볍게 버디를 잡아냈다. 그가 2홀 남기고 3타 차 단독 선두에 나서며 일찌감치 우승을 예약한 순간이었다.

이 골프장은 4대 메이저대회가 열리는 곳 중에서도 가장 긴 코스를 자랑한다. 전장이 7876야드나 된다. 하지만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 313.1야드(21위)를 기록한 미컬슨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비거리 경쟁서 밀리지 않는 미컬슨의 스윙 왼손잡이 골퍼인 필 미컬슨(미국)은 PGA챔피언십이 열린 나흘 내내 300야드 이상의 장타를 때려내며 젊은 선수들과의 비거리 경쟁에서 밀리지 않았다. 24일 최종 라운드 16번홀에서 친 드라이버샷은 뒷바람을 타고 이날 가장 긴 366야드를 날아갔다. 51세의 나이에도 미컬슨은 파워 있는 스윙과 폴로 스루를 자랑한다. 사진은 2019년 제주에서 열린 PGA투어 더 CJ컵에서 찍은 미컬슨의 연속 스윙 모습. JNA 제공
미컬슨의 장타 비결은 샤프트 길이가 47.9인치에 이르는 롱 드라이버다. 이번에 미컬슨은 미국골프협회(USGA)가 규정한 한계치 48인치에서 0.1인치 짧은 캘러웨이 에픽 스피드 트리플 다이아몬드 드라이버를 사용했다. 다른 선수들보다는 1∼2인치 길다. 로프트 각도는 6도밖에 되지 않았다. 대개의 선수들은 8.5∼9.5도 로프트의 드라이버를 사용한다.

이 같은 선택은 비거리 증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샤프트가 길어지면 스윙 아크가 커지게 되고 공을 더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정확한 임팩트가 힘들거나 공의 탄도가 높아져 거리 손실을 볼 수도 있다.

강태호 캘러웨이골프코리아 투어팀 차장은 “투어 프로가 이렇게 낮은 로프트를 쓰는 것은 이례적이다. 실제 로프트 각도는 5.5도였다. 손 감각이 좋은 선수들만이 이런 드라이버를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상현 SBS골프 해설위원은 “미컬슨이 긴 전장에 대비해 비거리를 늘리는 데 중점을 둔 것이다. 낮은 로프트 드라이버로 올려치는 스윙을 하면 긴 비거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드라이버는 신체 조건과 스윙 밸런스를 종합해 만들어졌다. 샤프트 길이를 늘린 대신 드라이버 헤드 무게를 평소보다 10g 정도 가벼운 188g으로 줄였다. 몇 개월에 걸친 협업 끝에 미컬슨의 스윙에 최적화된 맞춤형 드라이버를 완성했다. 미컬슨은 예전부터 로프트 각도와 길이가 각기 다른 드라이버 2개를 사용하기도 한다. 지난해 11월 마스터스 대회에서는 평소 사용하던 46인치 드라이버보다 1.5인치가 긴 클럽을 썼다.


미컬슨의 우승에는 그의 최대 장기인 쇼트 게임도 큰 역할을 했다. 이날 5번홀(파3)에서 벙커샷으로 버디를 잡아내는 신기를 선보였다. 한때 공동 선두를 허용하기도 했던 그는 7번홀(파5) 버디와 10번홀(파4) 버디로 승기를 잡았다. 반면 우승 경쟁을 펼치던 켑카는 10∼14번홀에서 보기 3개로 흔들렸고, 우스트히즌도 13번홀(파4) 더블보기가 뼈아팠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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