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희망’ 암호화폐까지 증발…미·중 협공에 ‘와르르’

뉴스1

입력 2021-05-24 12:21 수정 2021-05-24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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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 라운지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상화폐) 시세가 나타내고 있다. 중국 당국이 암호화폐 규제방침을 재천명하고 미국 정부가 1만 달러 이상의 암호화폐 거래를 과세당국에 반드시 신고하도록 규제안이 나오면서 암호화폐는 급락하고 있다. 2021.5.24/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22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가 도지코인을 지지하는 의미로 올린 이미지. 일론 머스크는 예수가 도지코인의 상징인 시바견을 안고 있는 가운데 “네가 원하면 애완용으로 키울 수 있다”고 말하는 그림으로 도지코인을 지지했다. (일론 머스크 트위터) 2021.5.23/뉴스1

“비트코인이 3000만원대로 떨어지면 ‘사야지’ 했는데, 막상 떨어지니 무서워서 못 사겠더라고요.”

미국과 중국의 잇단 규제 강화 발언에 암호화폐 시장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암호화폐 쇼크가 기존 자본 시장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며서 투자자들의 고심은 커지고 있다.

‘암호화폐 전도사’였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약발’도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대표적인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이 반토막이 나면서 더 큰 폭락 장이 올 것이란 공포감도 퍼지고 있다.

당초 암호화폐 시장의 ‘변동성’에 베팅했던 2030 투자자들이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큰소리 치고 있으나 각국의 규제 일변도 정책에 투심을 회복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의 무더기 폐쇄 가능성마저 대두되는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암호화폐 시황 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4일 10시30분 기준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1조4174억 달러(약 1599조원)다. 이달 12일 기록한 최고점 2조5111억 달러에서 절반가량 줄어든 셈이다.

비트코인도 24시간 전과 비교해 8~10%대 폭락을 거듭하며 3만4000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1시40분쯤 3만1227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 시총은 6500억 달러로 줄었다. 지난달 14일 한때 1조2000억 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는데, 전고점 대비 반토막 난 것이다.

시총 2위 암호화폐인 이더리움은 2100달러 선을 기록하고 있다. 24시간 전과 비교해 11% 급감한 것이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모두 올해 고점 대비 최근까지 40% 이상 떨어졌다. 머스크가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도지코인은 50% 이상 하락했다.

각국의 암호화폐 규제 여진이 지속되며 주요 암호화폐가 모두 폭락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 21일 류허 부총리 주재로 금융안정발전위원회 회의를 열고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 행위를 타격함으로써 개인 위험이 사회 전체 영역으로 전이되는 것을 틀어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2017년 9월 가상화폐 신규 발행과 거래를 전면 금지한 중국 중앙정부가 이제 비트코인 채굴도 제한한 것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대안금융센터(CCAF)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세계 비트코인 채굴 중 65%가 중국에서 이뤄졌다.

앞서 미국 재무부는 1만 달러 이상의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기업은 반드시 국세청에 신고하도록 했다. 홍콩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허가제를 실시하고, 전문투자자들만 거래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외신 보도도 이어졌다.

암호화폐 관련주도 연쇄 충격을 받고 있다. 최근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주가는 지난 21일 224.35달러로 마감했다. 상장 이후 최저가다.

지난달 14일 상장한 코인베이스 주가는 이틀 뒤 342달러까지 올랐으나 머스크의 ‘비트코인 결제 중단’ 발언에 급락했다. 이달 11일 303달러로 잠시 반등에 성공하는듯 했으나 잇단 악재로 공모가(250달러)를 하회하고 있다.

코인베이스는 최근 한 달간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사들인 해외 주식 종목 중 하나다. 국내 증시 상황도 다르지 않다. 해외 상장설이 끊이지 않는 두나무 지분을 보유한 우리기술투자, 한화투자증권, 에이티넘인베스트 등의 주가도 10% 안팎의 하락세다. 두나무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회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암호화폐 시장의 충격이 뉴욕증권거래소(NYSE) 등 기존의 자본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주요국의 인플레이션 조짐에 따른 유동성 축소 우려 또한 암호화폐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국내 투자자들을 불안에 떨게 하는 요인은 더 있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암호화폐 거래소에 실명 확인 계좌를 내주지 않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9월 암호화폐 거래소 무더기 폐쇄’ 발언의 현실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오는 9월 말까지 은행 한 곳 이상과 실명확인 계좌의 업무제휴를 하지 못한 거래소는 영업할 수 없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 중 KB국민·우리·하나은행은 암호화폐 거래소에 실명 계좌를 내주지 않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 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 등 국내 대형 거래소 4곳을 제외한 중소 거래소는 문을 닫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빗썸·코인원, 코빗과 각각 제휴를 맺은 NH농협은행, 신한은행도 신규 제휴에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암호화폐 시장에 쏠린 유동성이 주식 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암호화폐가 흔들릴 경우 그곳에 머물던 유동성이 다른 곳으로 이전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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