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스님 “‘앵’ 태어나 ‘억’ 죽는 인생… 좀 내려놓고 사세요”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1-05-24 03:00 수정 2021-05-24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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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방송 BTN 설법프로 진행 광우 스님, 에세이 ‘가시를 거두세요’ 출간
아버지 스님 이어 19세에 출가
‘군기’ 센 해인사에서 행자 생활
“귀로 들어온 것은 귀로 나가… 독서-명상처럼 몸으로 공부해야”


21일 꽃단장한 화계사에서 웃음꽃을 피운 광우 스님은 ‘미소 명상법’을 권했다. 미소를 지으면서 속으로 ‘아, 좋다’ ‘편안합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합니다’라는 희망의 단어들을 떠올리는 것이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21일 서울 강북구 화계사에서 만난 광우 스님(41)은 동안(童顔)이었다. 주변의 소담스러운 꽃들과 그의 웃음꽃이 잘 어우러졌다. 그는 19세이던 1999년 해인사로 출가했다. 이후 선방 수행과 군종병 복무를 한 뒤 실명 위기를 맞아 세 차례 눈 수술을 받았다. 길상사를 거쳐 화계사와 인연을 맺은 건 2016년. 5년째 불교계 방송 BTN ‘광우 스님의 소나무’(소중한 나, 무량한 행복)를 진행해 ‘소나무 스님’으로 불린다. 최근 삶에 대한 따뜻한 조언을 담은 에세이 ‘가시를 거두세요’(쌤앤파커스·사진)를 출간했다.》

―정말 동안이다.

“술 담배 안 하고 스트레스도 덜 받으니 또래보다 젊어 보이는 것 같다.”

―출가 사연을 물어도 되나?

“사춘기 때 ‘중2병’을 앓았는데 결국 ‘중’이 됐다. 하하. ‘나는 누구인가’ ‘삶의 진리는 무엇인가’에 관심이 많았는데 고교 때 철학자를 꿈꾸다 불교철학을 만났다. 머리 깎고 출가해서 깨달음을 얻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과거와 달리 이른 출가인데….

“처음에는 어머니가 대성통곡하셨다. 속가(俗家) 아버지가 내가 초등학생일 때 출가한 터라 충격이 더 컸다.”

―요즘에는 어떤가.

“‘다들 처자식 먹여 살리려고 찌들어 사는 데 너는 맑고 행복해 보여 좋다’고 하신다.”

―아버지 스님과는 어떻게 지내나.

“충북 단양의 암자에 계신다. 낳아 주신 아버지이자 저보다 먼저 이 길을 걷고 있는 선배 스님이시다. 해인사로 출가하라고 권유한 것도 아버지 스님이다.”

―해인사는 ‘행자 군기’가 센 곳으로 유명하다.

“거기에서 행자생활하면 제대로 배울 수 있고 중노릇하기 쉽다는 게 아버지 스님의 권유였다. 행자 동기가 많을 때에는 30명이었는데 자고 일어나면 하나둘 사라졌고, 행자 생활을 마칠 무렵에는 8명만 남았다. 중간에 포기하면 1만 배를 해야 그만둘 수 있다는 엄포 때문이었다(웃음). 그런데 나는 집보다 편했다.”

―스님의 설법 프로가 방송국 내 시청률 1위라고 한다. 한 회 분량이 50분인데 프롬프터 자막이 있나?

“없다. 거의 외운다.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책 제목이 ‘가시를 거두세요’다.

“상담과 대화를 많이 하다보니 사람들은 자신만의 상처가 있더라. 그게 아무는 게 아니라 가시가 되고, 나중에는 자신은 물론 남들까지 아프게 찌른다. 그 가시를 좀 내려놓아야 편안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앵’하고 태어나 ‘휙’하고 살다가 ‘억’하고 죽더라, 이 대목에서 ‘빵’ 터졌다.

“인생이 정말 그렇지 않나? 삶이란 게 원하는 대로만 살아지지 않는다. 노력으로 되지 않는 것도 많다. 인생을 행복하게 살려면 바꾸려고 노력하되, 도저히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명상과 마음공부가 큰 도움이 된다. ‘힐링’이라는 말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실천이고 수행이다. 귀로 들어온 것은 귀로 나가고 말로 들은 것은 말로 나간다. 독서와 명상, 수행 등 모든 것을 몸으로 느끼는 체험이 필요하다.”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는 게 사람들의 습성인데….

“돌이켜보면 10대 때에는 갈증과 불만, 20대는 길에 대한 고민과 사유, 30대에는 출가 초심과 변화에 대한 혼란이 있었다. 그래도 그 속에서 명상과 수행을 멈추지 않았다. 누군가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이라고 물은 적이 있다. 대답은 ‘나는 돌아가지 않겠다. 지금 이 순간이 참 좋다’라는 것이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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