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하도급 기업, 대기업 지원 못받아… 코로나시대 외로운 싸움”

박성진 기자

입력 2021-05-24 03:00 수정 2021-05-2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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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과 직접적인 거래 없어… 정보교류-기술협력 등서 소외
수주 감소-가격 인상에 속수무책… 1차 하도급 업체와 양극화 우려
전문가 “상생협력 고도화해야”



#1. LG전자의 1차 하도급 기업으로 세탁기 에어컨 등 부품 사업을 주력으로 성장해온 신성델타테크는 2018년 말 폴란드에 2차전지 부품 양산을 위한 공장을 설립했다. 오랜 고객사인 LG그룹이 자동차 배터리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정보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요 고객사인 LG화학과 배터리팩 개발부터 양산 단계까지 협업한 신성델타데크는 LG화학 폴란드 법인의 유럽 시장 공략 확대에 발맞춰 지난해 기준 2차전지 매출 비중을 대폭 끌어올렸다.

#2. 대기업의 2차 하도급 기업인 A사는 수주 물량이 줄어든 데다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산업의 지형과 수요자의 요구가 급변하는데 정보가 부족해 내부 혁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과의 정보 교류 및 기술협력에 적극적인 1차 하도급 기업이 늘어나면서 상생 효과가 나타나는 반면 대기업과 직접적인 거래관계가 아닌 2차 이하 하도급 기업은 새로운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1, 2차 하도급 업체 간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소기업연구원이 23일 내놓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하도급 체계 개편과 대·중소기업 협력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1차 하도급 기업과 2차 이하 하도급 기업 간 격차가 심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지난해 2분기(4∼6월) 기준 기업당 평균 부가세 신고 금액을 살펴보면 1차 하도급 기업의 신고액은 전년 동기 대비 7.27% 감소했다. 반면 2차 하도급 업체의 부가세 신고액은 21.3% 줄었다.

중기연구원은 대기업의 코로나19 대응 전략이 이러한 격차를 더욱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내부 혁신만으로는 시장 내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대기업들이 1차 하도급 기업의 혁신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반면 2차 이하 기업들은 그 수혜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도급 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대기업에 기술 지원 및 정보 제공 등을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기연구원이 하도급 기업 267개사를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한 결과 39.7%는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각종 정보 상시 제공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중기연구원은 1차 하도급 기업과 2차 이하 하도급 기업 간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정보 격차를 줄이는 일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시장의 수요자 중심 ‘연구개발 기획화’ 및 대기업 퇴직인력 활용 △지역공급가치사슬(RVC) 확산 대응을 위한 거점형 대·중소기업 협력 기반 마련 △업종별 스마트공장 구축 표준 매뉴얼 개발 및 보급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기연구원 백훈 연구위원은 “하도급 기업 간 격차를 완화하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협력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며 “대기업의 내부 역량 개방을 통해 정보와 기술 등이 2, 3차 하도급 기업에 전달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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