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가짜’ 근거로 관평원 이전 추진했나…행안부와 진실공방
세종=남건우기자 , 박창규 기자
입력 2021-05-21 17:44 수정 2021-05-21 17:55
관세청 산하 관세평가분류원이 세종시 이전대상이 아닌데도 세금 171억원을 들여 신청사를 지은 후 1년째 사용하지 않는 유령청사로 방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1.5.17/뉴스1 © News1
관세청이 실체가 없는 행정안전부의 유권해석을 내세워 산하기관인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의 세종시 이전을 추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무조정실 조사에서 관세청이 가짜 근거로 청사를 이전하고 소속 직원들이 세종시 아파트 특별공급(특공)을 받게 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파장이 예상된다.
21일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실이 관세청으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관세청은 2018년 2월 ‘행안부 검토 결과’를 거론하며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에 관평원의 세종시 이전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관세청은 이 공문에서 “행안부 검토 결과 ‘세종시 이전 제외 기관’의 본질적인 의미는 ‘이전을 반드시 해야 하는 기관에서 제외한다는 뜻’이며, 이전 제외 기관으로 명시돼 있다고 해서 세종시로 이전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행복청이 관세청에 ‘관평원이 행복도시법 고시상 세종 이전 제외 기관으로 명시돼 관련 기관의 검토가 필요하다’며 제동을 걸자 관세청이 이런 공문을 보낸 것이다. 관세청은 이 공문에서 “행안부가 고시 개정을 통해 관평원이 세종시 이전 대상 기관에 포함되도록 긍정적으로 검토 후 반영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관세청의 공문을 받은 행복청은 2018년 6월 관평원 건축 허가를 승인했다. 신축 공사는 같은 해 10월부터 시작됐다. 공사가 진행되는 걸 뒤늦게 인지한 행안부는 2019년 9월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행안부는 관세청에 이런 주장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행안부 청사관리본부는 고시 변경이 가능할 수 있다는 취지를 관세청 쪽에 전달하거나 공문을 보낸 적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행안부는 2018년 3월 관세청에 “관평원은 당초 비수도권인 대전에 위치해 이전 제외 기관으로 고시됐으며, 이후 기능과 명칭 등이 변경되지 않았으므로 변경 고시 대상이 아니다”라며 “비수도권 소재기관은 2005년 최초 고시 당시부터 세종시 이전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공문을 보냈다.
두 기관의 진실 공방을 벌이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지만 관세청은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행복청에 해당 공문을 보낸 것은 맞지만, 국조실 조사를 받고 있어 따로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관세청의 공문이 허위로 드러나면 파장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조실 관계자는 “관세청이 해당 공문을 보낸 경위와 관련해 과거 담당자를 찾아 현재 조사 중”이라고 했다.
경찰은 국무조정실이 관평원의 세종시 이전과 특공 논란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라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을 수사하는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 관계자는 “국무조정실에서 조사하는 단계”라며 “자체 조사가 끝난 다음에 수사 의뢰가 오면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아파트 특공과 관련한 공직자 전수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체면치레용 셀프조사가 아니라 검찰 수사로 부도덕한 행위를 발본색원해야 한다”며 공직자들에 대한 아파트 특공 전수조사를 제안했다.
세종=남건우기자 woo@donga.com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비즈N 탑기사
- 상하이 100년간 3m 침식, 中도시 절반이 가라앉고 있다
- 김지훈, 할리우드 진출한다…아마존 ‘버터플라이’ 주연 합류
- “도박자금 마련하려고”…시험장 화장실서 답안 건넨 전직 토익 강사
- 몸 속에 거즈 5개월 방치…괄약근 수술 의사 입건
- 일본 여행시 섭취 주의…이 제품 먹고 26명 입원
- “1인 안 받는 이유 있었네”…식탁 위 2만원 놓고 간 손님 ‘훈훈’
- 10만원짜리 사탕?…쓰레기통까지 뒤져 찾아간 커플
- 꿀로 위장한 고농축 대마 오일…밀수범 2명 구속 송치
- 송지아·윤후, 머리 맞대고 다정 셀카…‘아빠! 어디가?’ 꼬마들 맞아? 폭풍 성장
- 한소희 올린 ‘칼 든 강아지’ 개 주인 등판…“유기견이 슈퍼스타 됐다” 자랑
- 공사비 30% 뛰어… 멀어지는 ‘은퇴뒤 전원주택’ 꿈
- “팔겠다” vs “그 가격엔 안 사”… 아파트거래 ‘줄다리기’에 매물 月 3000건씩 ‘쑥’
- 명품 ‘에루샤’ 국내 매출 4조 돌파… 사회기부는 18억 그쳐
- “AI, 유럽 주방을 점령하다”… 삼성-LG 독주에 하이얼 도전장
- “당하는 줄도 모르고 당한다”…SW 공급망 해킹 늘자 팔 걷은 정부
- 빚 못갚는 건설-부동산업체… 5대銀 ‘깡통대출’ 1년새 26% 급증
- IMF “韓, GDP 대비 정부 부채 작년 55.2%…5년뒤 60% 육박”
- 이건희, 19년전 ‘디자인 선언’한 밀라노… 삼성, 가전작품 전시회
- LH 작년 영업이익 98% 급감… 공공주택 사업까지 차질 우려
- 분식점부터 프렌치 호텔까지, 진화하는 팝업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