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는 어쩌다 공직자의 ‘재테크 먹잇감’ 됐나

황재성 기자

입력 2021-05-21 11:18:00 수정 2021-05-24 09:2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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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부동산원 통계 기준 아파트값이 지난해 44.93% 올라 전국적으로 상승률 1위를 차지한 세종시 전경. 세종시는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도 12.38% 올라 시도별 상승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지난해 집값과 땅값이 폭등했던 세종특별자치시가 공직자들의 재테크 먹잇감이 돼 온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세종시 건설을 책임지고 있는 국토교통부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세종시 공무원들이 투기성 토지 거래에 나선 정황들이 잇따라 확인돼 적잖은 후폭풍마저 예고하고 있다.

세종시는 현정부의 실질적인 롤모델인 노무현 정부가 국토의 균형 발전과 이를 통한 집값 안정을 목표로 조성했다. 하지만 지난해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르며 집값 상승을 주도하는 등 오히려 부동산시장 불안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당초 기대와 정반대의 길을 있고 있는 셈이다.



● 재테크 수단으로 전락한 세종시
© 뉴스1 DB
세종시가 공직자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전락한 상황은 세종시 건설을 수행하는 행복청 직원과 그 가족들이 세종시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인근 토지를 사들인 과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행복청 소속 직원 부인 A씨는 다른 직원 부인 B씨와 2017년 9월 세종시 연기면 연기리 농지 1073㎡를 4억8700만 원에 공동 매입했다. 이에 앞서 전임 행복청장 C씨는 비슷한 시기에 산단 인접 지역 2곳에 자신과 배우자, 가족 등의 명의로 토지를 사들였다. 또 국토교통부와 행복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형제’도 2017년 산단 인접지역 농지를 공동 매입했다.

이들이 해당 토지를 매입한 시기가 국가 산단 지정 전이어서 내부 정보를 이용해 행복청 내에서 조직적인 투기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전임 청장 C씨에 대해선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중앙부처(행정안전부) 공무원과 세종시 공무원 5명이 공동으로 지난해 말 세종시 공공복합시설단지 인근 토지 7필지를 사들인 사실이 확인돼 경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들이 땅을 매입한 후 세종시는 대지 용도를 변경한 사실도 드러났다.


● 특혜가 된 세종시 특별공급 아파트
세종시 밀마루전망대에서 바라본 세종시 아파트 전경. © News1
공직자들의 세종시 부동산 재테크 논란의 중심에는 ‘특별공급(특공)’ 아파트가 있다. 2010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세종시 아파트 특공은 분양 아파트의 절반을 공무원과 이전기관 종사자들에게 우선 공급하는 제도이다. 이전기관 종사자들에게 주거지를 제공함으로써 세종시에 조기 정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도 도입 이후 지난 10년 간 세종시에서 공급된 아파트 9만6746채 가운데 특공 물량은 2만5636채에 달한다. 4채 가운데 1채 이상이 특공으로 분양된 셈이다. 이 가운데 작년까지 4000여 채 가량은 이미 팔렸다. 지난해 다주택 공직자 19명이 세종시 특공 아파트를 매각하면서 올린 차익은 평균 4억 원 정도다.

이에 따라 세종시 아파트 특공이 특혜공급이라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자격이 되지 않는 데도 세종시에 사옥을 지은 뒤 세종시에 이주하지 않고도 특공 아파트를 분양받은 관세평가분류원 직원들이나 세종시에 근무하다 통합사옥이 들어선다는 이유로 특공 아파트를 받은 한국전력공사 직원들의 행태가 당연한 처사로 여겨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분위기에 민간기업도 가세했다. 대전지역 소프트웨어업체 S사의 직원이 2019년 회사가 벤처기업 자격으로 세종시 산단에 입주하는 조건으로 특공 아파트를 분양받은 것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실제 입주하지 않았고, 행복청은 해당기업을 사기 등의 혐의로 형사고발했고, 당첨된 직원은 입주자격 심사에 탈락했다.


● 정치권이 불을 지르다
세종시 부동산이 재테크 수단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7년 5월 현 정부 출범 이후부터다. 대선 과정에서 제시된 “세종시를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만들겠다”(일명 ‘세종시 천도론’)는 공약에 대한 기대심리가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국토부-행복청-세종시 공무원들의 투기성 토지 매입이 대부분 현 정부 출범 직후 이뤄진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여기에 지난해 여당 의원들이 다시 한 번 ‘세종시 천도론’을 띄우면서 세종시 부동산시장에 불을 지폈다. 지난해 7월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김태년 의원은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행정수도를 제대로 완성할 것을 제안한다”며 국회와 청와대, 서울에 남아 있는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을 주장했다.

이낙연 당시 민주당 대표와 박영선 당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잇따라 “세종에 국회의 완전 이전을 목표로 하는 단계적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발언을 쏟아내며 세종시 천도론에 힘을 실어줬다.

이에 따라 한국부동산원이 세종시 아파트값을 공식 집계하기 시작한 2012년 11월 이후 2019년 12월까지 제자리걸음을 하던 세종시 집값은 이후 거의 수직 상승했다. 특히 집값이 말 그대로 폭등했던 지난해 7월에는 한 주에만 상승률이 3%에 육박할 정도였다. 그 결과 ‘2020년 집값 상승률 1위’, ‘공시가격 상승률 1위’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 정부의 부실대처가 불씨를 키우다
관세평가분류원 세종시 청사가 1년째 유령청사로 방치돼 있다. © 뉴스1 DB
정부의 부실한 세종시 특공 운영도 최근 사태의 빌미를 제공했다. 정부는 2019년부터 최근까지 수차례에 걸쳐 특공 운영 규정을 손질해왔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는 시간 여유가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특공 자격과 공급 규정 등 핵심 사안을 뒤늦게 보완한 탓에 상당기간 특공이 일부 공직자들의 재테크 먹잇감으로 방치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간 ‘행복주택 특별공급 세부운영규정’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행복도시로 이전하는 기관 중 본청·본사를 건설하거나 매입해 이전하는 경우에만 특공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전까지는 지방에 있는 기관이 제2청사나 지사 등을 설치해도 특공을 받을 수 있었다. 이번 조치가 미리 시행됐다면 관세평가분류원 직원들이 특공 아파트를 분양받는 일은 차단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행복청은 또 특공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실거주 3년을 의무화하고 비수도권 공공기관은 특공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투기온상화의 원인에 대한 해법으로는 부실하다는 지적이 적잖다.

세종시민들이 모인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세종시 아파트 특공을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들도 나온다. 실수요자도 분양받기 어려운 세종 아파트를 공직자들이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현 정부 출범 이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추진된 세종시의 행정수도화 작업과 세종시 이주 공직자를 위한 아파트 특별공급제도에 대한 정부의 부실한 운영이 만들어낸 결과”라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부동산학과)는 “최근 세종시 부동산시장에서 드러나고 있는 일부 공직자들의 행태는 투기꾼 행태와 다를 바 없다”며 “투기성 의혹이 제기된 부동산 거래에 대해선 의혹이 남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종시는 입주한 지 10년이 넘어 도시기반시설이 이미 확보된 데다 최근 집값 급등을 통해 인기 주거지로서 확인받은 셈”이라며 “특공 대상을 최소화하거나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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