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당신이 본 적 없는 콜드플레이를 보게 될 것”

임희윤기자

입력 2021-05-20 16:18:00 수정 2021-05-25 09:5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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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온라인 공연 여는 영국 ‘글래스턴베리’ 제작사 대표 인터뷰




영국 서머셋의 ‘워디 팜’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야외 대중음악 축제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이 23일 저녁(한국시간), 사상 최초로 ‘라이브 스트리밍’ 형식의 콘서트를 연다. 매년 전 세계 음악 팬 20만 명 이상을 집결시키는 이 축제는 코로나19로 작년과 올해 메인 행사를 취소했다. 하지만 온라인 무관객 공연에서만 볼 수 있는 연출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환상적인 대안적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역사적인 첫 ‘온라인 글래스턴베리’가 될 ‘라이브 앳 워디 팜(Live at Worthy Farm)’의 공동 제작사 ‘드리프트’의 릭 샐먼(Ric Salmon) 대표를 17일 화상으로 인터뷰 했다. 샐먼은 소니뮤직과 ‘미니스트리 오브 사운드’에서 일했고 워너뮤직 인터내셔널에서 A&R 부사장을 지냈으며 ATC 매니지먼트(닉 케이브, 데미언 라이스, PJ 하비, 로라 말링 등)의 공동 설립자로서 온라인 스트리밍 콘서트의 전문 기획·제작사인 ‘드리프트’를 지난해 세웠다.

50년 전통의 글래스턴베리가 신생 회사를 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드리프트’는 불과 1년 새 나이얼 호란, 닉 케이브, 비피 클라이로, 안드레아 보첼리, 카일리 미노그, 더못 케네디, 코트니 바닛, 로라 말링, 버디 등 다양한 아티스트의 스트리밍 콘서트를 제작해 천문학적 티켓 판매량을 기록했다. 로열 앨버트 홀, 유니언 채플 등에서 촬영한, 손에 잡힐 듯 생생하며 예술적인 영상이 성공을 견인했다.




글래스턴베리는 한국시간으로 23일 오후 6시부터 관람권 구매자를 대상으로 이 특별한 축제를 방영한다. 콜드플레이, 데이먼 알반(‘블러’ ‘고릴라즈’), 하임, 조자 스미스, 울프 앨리스, 아이들스 등 14개 팀과 당일에 깜짝 공개될 ‘시크릿 출연진’까지가 약 6시간 동안 공연한다. 올해 처음 한국에 공식 티켓 판매처(멜론티켓)도 뒀다. 멜론티켓에서 21일 오후 11시 59분까지 예매할 수 있다. 가격은 3만4100원.

라이브 음악의 대안적 미래를 일구는 샐먼 대표에게 올해 글래스턴베리의 관전 포인트와 세계 콘서트 산업의 청사진을 들어봤다. 샐먼 대표는 ‘워디 팜’에 위치한 방송용 차량 안에서 영상 통화를 받았다. 곧 야외로 나가 기자에게 현지 작업 상황도 보여줬다.

●하룻밤의 환상 만들 8일간의 촬영






―(17일 현재) 현지 상황은 어떤가. 촬영은 잘 되고 있나.


“요 며칠 날씨가 너무 안 좋았다. 지난 3, 4일간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쏟아졌다. 뇌우 경보까지 발효돼 제작진에게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다행히 지금은 비가 그쳤다. 지금껏 찍은 결과물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좋아 다행이다.”



―촬영은 어떤 방식과 일정으로 진행하고 있나.

“내가 있는 이 방이 방송실이다. 편집과 송출을 하는 곳. (샐먼은 휴대전화 카메라로 실내를 쓱 보여준 뒤 문을 열고 차량 밖으로 이동해 야외 현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번 행사는 음악 페스티벌과 영화 촬영을 결합한 것과 마찬가지다. 저기 방송용 트럭들이 보이지 않나. 여기 이렇게 진흙도 있고…. (검지로 멀리를 가리키며) 저 끝에 위치한 (공연용) 텐트가 촬영장소 중 하나다. 그리고 이쪽으로 보면 또 하나의 촬영장이 있다. 저 멀리로 조그맣게 피라미드 스테이지(글래스턴베리의 메인 스테이지)가 보인다. 언덕 위로도 아름다운 무대가 있다. 촬영기간은 8일이다. ‘첫날 오후 7시에 한 팀, 둘째 날 7시 40분에 또 다른 팀…’ 이런 식으로 촬영해 논스톱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편집한다. 마치 하루 저녁 동안 펼쳐지는 공연처럼 환상적으로 연출할 것이다. 마지막 촬영분은 금요일(21일) 저녁에 진행할 콜드플레이의 무대다. 밤새 편집을 마쳐 토요일(22일) 저녁부터 위성으로 송출할 것이다. (영국에서는 22일 방영)”



―토요일은 당신들에게 힘든 날이 되겠다.

“그렇다. 하지만 우리 전에 누구도 하지 않은 일에 도전한다는 마음에 놀랍고 흥분될 따름이다.”




―오늘(17일) 촬영할 부분은 어떤 것인가.


“(영국 록 밴드) ‘울프 앨리스’와 ‘스페셜 게스트’다. 특별 게스트가 누구인지는 송출 당일까지 극비다.”


●“희소성과 예술성이 스트리밍 콘서트 미래 좌우할 것”







―역사적인 글래스턴베리마저 온라인 공연을 택했다. 코로나19가 콘서트 시장을 완전히 변화시킬 거라고 보는가.


“전통적 콘서트를 대체하지는 않겠지만 그것을 다른 방식으로 진화시키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이런 대규모 라이브 스트리밍 이벤트는 상상도 못했지 않나. 예전에는 대개 온라인 음악 감상은 곧 무료 관람을 의미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서 접하는 콘텐츠는 거의 공짜였다. 하지만 이번 글래스턴베리 같은 이벤트가 시장 변화의 방증이 될 것이다. 만약 독점적이며 가치 있고 희귀한 라이브 콘텐츠를 만든다면 사람들은 기꺼이 관람료를 지불할 거라는 것이다. 기존 월드투어의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것도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의 경우, 국가와 도시간 이동이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나. 비용도 많이 들고. 콜드플레이가 아무 도시에나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일정 수준의 팬 층이 존재해야 한다. 스트리밍 라이브는 그런 경계마저 깨부술 것이다.”



―한국에서는 몇몇 케이팝 그룹이 온라인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했다. 기술의 발전이 온라인 콘서트를 어느 단계까지 변화시킬 수 있을까.

“방탄소년단의 콘서트가 세계 75만 관객을 모았다는 것을 잘 안다. 증강현실을 비롯한 여러 기술이 케이팝 콘서트를 풍부하게 하고 있다. 한국의 음악 시장은 아주 진보적이며 현대적이다. 팬들의 열정도 대단하다. 그러니까 한국 시장이 마치 미래로 열린 창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팀에게는 그렇게 증강현실, 몰입형 콘텐츠, 쌍방향 소통 등의 첨단기술이 더 어울릴 것이다. 방탄소년단의 팬이라면 디지털 기반으로 음악과 엔터테인먼트를 소비하는 경향이 강할 테니까. 하지만 우리가 지난해 했던 안드레아 보첼리 크리스마스 콘서트(이탈리아 파르마 왕립극장)의 경우, 관객의 연령대가 상대적으로 높다. 콘서트의 방식 자체는 고전적인 것을 유지해야 한다. 그럼에도 8만 장의 관람권이 팔려나갔다. 공연 자체에 어떤 기술이 얼만큼 쓰일지는 아티스트와 관객의 성향에 따라 크게 다를 것이다.”



―‘드리프트’에서 제작한 닉 케이브, 로라 말링 등의 온라인 공연을 봤는데 대단했다.

“고맙다. 예술적이며 영화적인 연출을 시도했다. 방탄소년단의 콘서트와는 분위기가 좀 다를 것이다. 다행히 큰 성공을 거둬 기뻤다. 음악 시장의 미래 청사진을 보는 듯해 행복했다.”




―온라인 콘서트 제작에서 경험한 난점은?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서로 다른 두 가지 요소를 결합하는 복잡다단함이다. 라이브 쇼 자체는 기존 방식의 티켓 판매, 마케팅 전략, 협찬 섭외를 필수로 한다. 아레나 쇼가 가진 전통적 요소를 하나도 버릴 수 없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TV 생방송 쇼의 특성도 안고 가야 한다. 두 가지를 자연스럽게 결합하는 것이 가장 흥미롭고 어려운 도전이다. 이탈리아의 보첼리 콘서트 때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프랑코 드라고니(‘태양의 서커스’ 연출가)에게 맡겨 창의적인 작업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글래스톤베리는 훨씬 더 복잡하고 어마어마하게 대담한 프로젝트다.”


●테일러 스위프트, 콜드플레이를 연출한 영상 음악 거장, 폴 더그데일





―페스티벌 제작 과정에서 연출가 폴 더그데일, BBC 프로덕션과 협업은 어땠나.


“지난 몇 년간 함께 작업한 폴은 현재 업계에서 가장 뛰어난 라이브 뮤직 연출가다. 지금껏 롤링 스톤스, 아델, 테일러 스위프트, 콜드플레이 등 최고의 음악가들과 작업했다. 하지만 글래스턴베리는 그러한 그에게도 쉽지 않은 작업이다. BBC의 제작 팀은 두 말할 것 없이 세계 최고다.”



―한국인들이 가장 기대하는 순서는 아마 콜드플레이일 것이다. 콜드플레이는 그동안 멋진 공연을 이미 숱하게 보여줬다. 이번 무대에 특별히 더 기대할 게 있을까.

“전에 아무도 본 적 없는 뭔가를 준비 중이다. 대단한 장관이 될 것이다. 세계 라이브 음악의 상징인 피라미드 스테이지가 전대미문의 더 엄청난 것으로 변화하는 광경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며칠 전 무대 세팅을 시작했다. 대단히 야심 찬 프로젝트이며 틀림없이 볼 만할 것이다. 한국의 음악 팬들도 즐거워하리라 확신한다.”



―첨단기술을 사용할 계획인가.

“특수효과와 조명 연출을 포함한 여러 믿기 힘든 기술을 사용해 놀라운 효과를 만들어낼 계획이다. 더 이상은 말할 수 없다. 그날 밤 확인해 달라.”



―장소 선정이 자유로운 온라인 행사임에도 글래스턴베리의 원 개최지인 ‘워디 팜’을 촬영지로 고수한 이유는?

“워디 팜은 세계 라이브 음악 팬의 성지다. 이곳의 지형지물에 창의적이고 정교한 영상 연출을 더해 전에는 보지 못한 방식으로 ‘워디 팜’을 보여줄 것이다. 관객이 없다는 것이 되레 새로운 여지를 열어줬다. 상상만 했던 것을 현실화할 기회를 줬다.”



―만약 이런 대형 라이브 스트리밍 이벤트를 한국에서 연다면 어디서, 누구와 하고 싶은가.

“블랙핑크, 방탄소년단과 함께 하고 싶다. 물론 그들은 이미 너무 잘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패션, 기술, 영상 제작 등 모든 면에서 놀라운 성과를 보여줘 진정한 세계적 명가로 떠오르는 모습을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보고 있다. 만약 한국에서 공연을 기획한다면 서울 도심의 전통적인 장소를 택하고 싶다. 작년에 우리는 런던 자연사박물관에서 더못 케네디의 공연을 촬영했다. 테이트 모던에서도 공연 하나를 기획 중이다. 서울에서도 그런 곳이면 좋겠다. 특별하고 제한된 장소에 물리적으로 관객을 들여야 할 때 필요한 보안이나 안전 문제에서 자유로워지면 오롯이 증강현실과 현실을 접목한 환상적인 연출이 가능해지리라 본다.”




―연출가 폴 더그데일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도 많다. 좀더 설명해준다면….


“40세로서 아직 젊은 나이임에도 지구상에서 가장 큰 아티스트들과 일했다. 개성과 줏대를 지녔지만 또 대단히 겸허하다. 한 아티스트의 이면을 끌어내는 데 탁월하다. 자기 주장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아티스트와 기막히게 협업한다. 사물을 포착하는 독특한 눈을 가졌다. 조명, 카메라, 렌즈를 활용하는 더그데일만의 방식이 있다.”


●“스톤 서클에 사상 최초로 무대 설치… 압도적 장관 보여줄 것”




―당신이 이번 행사에서 가장 기대하는 무대는?

“모든 무대가 그만의 마법을 갖고 있다. 이곳 언덕 위에 위치한 유서 깊고 신성한 장소인 ‘스톤 서클’(환상 열석) 가운데에 사상 최초로 무대를 설치했다. 잠시 뒤 울프 앨리스가 그곳에서 촬영한다. 데이먼 알반도 거기서 할 거다. 영험한 기운이 감도는 곳이다. ‘벨라 다리’도 아름답게 활용할 것이다. 초기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 설립에 공헌한 인물인 아라벨라 처칠(1949~2007)을 기리는 특별한 장소다.”



―영상으로 본 예년의 글래스턴베리에서 무대 이상의 장관은 제창하고 열광하는 수십 만의 인파였다. 그 에너지가 없이도 볼 만한 행사가 될까.

“아시다시피 멋진 스포츠 경기를 볼 때 꼭 스타디움 현장에 있어야만 감동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관객이 있어야 할 자리를, 아티스트의 바로 곁에 서있는 느낌이 대신할 것이다. 아티스트와 더 가까워지게 될 것이다. 영화적 연출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게 만들어드릴 것이다.”



―언젠가는 팬데믹이 끝날 것이다. 그 이후에도 이런 방식의 공연이 그 나름의 생명력을 갖고 지속될 수 있을까.

“그렇다. 진화할 것이다. 새로운 기술과 플랫폼을 통해 창의적인 예술 장르로 남을 것이라고 본다. 진짜 콘서트를 대체하지는 못하겠지만 부가적인 새로운 포맷이 되기에는 충분하다. 그러려면 대단히 특별하고 예술적이며 독창적이고 일회성이 있는 콘텐츠로 승부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언제든 볼 수 있는 유튜브 콘텐츠는 그 가치가 제로로 수렴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희소성이 있는 온라인 이벤트는 정말 가치 있는 순간을 만들어낼 것이다. 새로운 수입원이자 새로운 소통 수단일 뿐 아니라 새로운 예술 매체로 살아남을 것이다.”



―이번 글래스턴베리의 VOD는 기대할 수 없다는 뜻도 되나.

“노(No)! 노! 노! 결코 그럴 일 없다. 노! 노! 노! 다시는 경험할 수 없는 마술적인 순간을 한국의 음악 팬들도 꼭 체험했으면 한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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