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주택공급 확대에 민간 재건축-재개발 포함”…규제 풀리나

황재성 기자

입력 2021-05-20 10:09 수정 2021-05-2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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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일 자로 시행되는 종부세율 인상을 앞두고 여당을 중심으로 부동산 정책기조를 수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강북 지역에 아파트 단지.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부동산 정책 기조는 지키되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가능한 다음달까지 모두 결론짓고 발표하겠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늘(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2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 장관회의에 참석해 “부동산 정책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갑론을박(甲論乙駁) 및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게 시급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4·7 보궐선거’ 참패 이후 여당을 중심으로 요구돼온 보유세 완화, 양도소득세 감면 확대, 주택담보대출 한도 확대 등과 같은 부동산 정책 수정 요구에 대해 정부가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눈길을 끈다.

홍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서울 아파트값이 최근 다시 상승폭을 키우는 등 불안조짐을 보이자, 이를 조기에 막아야 한다는 의지와 바람을 담은 표현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값은 보궐선거 이후 가격 상승폭이 점차 확대돼 5월 2주차 주간 상승률(0.09%)이 ‘2·4대책’ 이전 수준(0.1%)의 턱밀 수준까지 올랐다.

특히 전국 집값을 주도하는 강남 4구는 5월 2주차에 0.14%를 기록하면서 2·4대책 이전 수준(0.12%)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매매수급지수도 4월 중순 이후 매수자에서 매도자 우위로 바뀌었다. 이는 집을 사려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 부동산 정책 다음달 중 수정 마무리
홍남기 부총리. 동아일보DB
정부는 이같은 시장 불안의 원인으로 보궐선거 이후 제기되고 있는 수요·공급의 불확실성우려 확대를 꼽았다. 보궐선거 직전에 터진 LH 직원 땅 투기 의혹 제기로 촉발된 공직자 부동산 투기와 민간주도의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건 오세훈 후보의 서울시장당선으로 ‘2·4대책’이 제대로 추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따라서 이런 우려와 의심을 해소하기 위해선 정책 손질에 속도를 높여나가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2·4 대책’ 후속 조치를 위한 9개 관련 법 5월 중 개정 △여당에서 강력하게 제기하고 있는 부동산 세제 등 일부 정책 6월 중 수정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정책 수정을 6월까지는 끝내고 발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시기를 못 박았다는 점이다. 보궐선거 참패의 핵심 요인으로 부동산 정책 실패를 꼽은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감면 확대 등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하지만 일부 친문계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갑론을박을 이어갈 뿐 구체적인 감면 범위와 시행일정 등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이날 오후 열릴 당 부동산특별위원회에서 재산세 감면과 관련한 최종 입장은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재산세 기준을 상향해 감면 대상을 확대(6억 원→9억 원)하는 안은 정부와도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이다.

여기에 김부겸 국무총리가 출입기자 간담회 등을 통해 부동산 세제 개편과 관련해 “정부 입장이 바뀌었구나, 좀 버티면 되겠구나 하는 그릇된 신호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수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것도 혼란을 가중시켰다. 그는 양도세 중과 완화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종부세 부과 기준 완화(9억 원→12억 원) 요구에 대해서도 “정부 정책을 믿고 기다려왔던 분들이 거꾸로 피해를 보게 된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6월 중 확정 발표라는 홍 부총리의 발언은) 정책 수정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면서 시장불안이 커지고 있는 만큼 조기에 구체적인 방침을 결론지어야 한다는 신호를 준 것”이라며 “6월 1일자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결정해 7월 중 납세자에게 개별 통지해야 하는 재산세 일정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공급 방안에 민간 재건축·재개발 포함
홍 부총리는 이날 시장불안 해소를 위한 공급 확대 방안을 언급하면서 ‘2·4대책’과 함께 “민간재건축·재개발을 포함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그동안 정부는 LH SH 등 공공기관이 중심이 되는 공공주도 공급만을 강조해왔다.

이런 변화는 노형욱 신임 국토부 장관의 발언과 행보 등을 통해서도 예고됐다. 노 장관은 14일 취임사를 통해 주택 공급 확대를 강조한 뒤 “이 과정에서 공공 주도 개발과 민간 개발이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가자”고 말했다. 이어 18일 첫 공식일정으로 서울시 LH 등과 함께 민간주택관련 협회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신속한 주택공급과 민간부문의 역할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간담회에서 “사업성이 열악하고 이해관계가 복잡한 지역은 공공이, 충분한 사업성이 있고 토지주의 사업의지가 높은 곳은 민간이 중심이 돼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향후 공공주도 공급사업 뿐 아니라 민간공급 활성화를 위해서도 제도 개선사항을 제시할 경우 적극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건축·재개발 관련 규제 완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건설 관련 민간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민간과 공공이 주택공급의 두개 축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관련 규제 완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 LH 직원·공무원 등 65명 수사의뢰
경기도 과천시 소재 LH 과천의왕사업본부. 2021.3.9 © News1
한편 홍 부총리는 이날 공직자 부동산 투기 사태의 진원지인 LH와 관련해 “북시흥농협 등 4개 금융회사에 대한 현장 점검 결과, LH 직원과 공무원 등 25명과 기타 40명이 미공개정보를 활용하거나 농지법을 위반한 것으로 의심돼 합동특별수사본부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LH 혁신방안과 관련해선 “정부안을 오늘 확정하고, 당정 협의 안건으로 상정하겠다”며 일정을 공개했다. 또 “3·29 투기재발방지대책을 LH에 더 엄격하게 적용하기로 했다”며 “이에 추가해 설계공모·입찰비리 등 부조리를 근절하기 위해 LH 임직원의 퇴직 후 취업제한 대상을 보다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하겠다”고 말했다.

LH는 매년 실시하는 공기업 경영평가에서도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홍 부총리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어 2020년도 LH 경영실적을 가장 엄히 엄정 평가하는 것은 물론 이전 평가에도 조사결과를 반영해 관련이 있을 경우 경영평가결과 수정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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