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도 글로벌 반도체 전쟁 참전… “美와 연합해 공급망 강화”

도쿄=박형준 특파원

입력 2021-05-20 03:00:00 수정 2021-05-20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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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1980~90년대 세계시장 석권… 옛 영화 되찾기 위해 당-정 협력
국내생산 늘리고 美기업 유치… 美, 1986년 日반도체 저지한 ‘악연’
‘中견제’ 공동목표 내세워 연합전선


반도체 관련 글로벌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일본 정부와 집권 자민당이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본격적으로 나선다. 1980, 90년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석권했던 일본은 옛 영화를 재현하기 위해 ‘국내 생산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또 해외 기업 유치로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을 미국과 함께 강화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9일 “일본 정부가 첨단 반도체와 배터리의 국내 생산 확대를 골자로 하는 성장전략안을 만들어 이르면 다음 달 각의(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은 반도체 기술개발 지원을 위한 예산을 늘리고, 국내 공장 신설도 지원하기로 했다. 자금은 이미 확보해 둔 약 2000억 엔(약 2조1000억 원)의 기금 등을 활용한다. 일본 정부는 ‘경제안보 확보’ 차원에서 반도체와 배터리 생산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해외 반도체 기업 유치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니혼게이자이는 특히 “미국의 유력 기업을 유치해 일미(미일) 연합으로 공급망을 강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전했다. 앞서 2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 등 핵심 부품 공급망 구축과 관련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자체 생산을 늘리고 동맹국들과도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일본도 미국 기업을 유치해 상호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본은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과 악연이 있다. 일본이 세계 시장을 지배하던 반도체 산업에서 경쟁력을 잃기 시작한 것은 1986년 미국이 일본의 반도체 덤핑을 막기 위해 미일 반도체협정을 체결하면서부터다. 그랬던 일본이 이제는 ‘중국 견제’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과 동맹 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구체적인 일정과 목표도 성장전략안에 담았다. 2025년까지를 설비투자에 집중하는 기간으로 정했다. 첨단 반도체 제조 거점에 관한 입지 계획을 세우고, 고도의 기술을 가진 해외 기업을 유치해 일본 기업과 공동으로 연구개발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또 전기자동차에 사용하는 차세대 파워반도체(전력 제어 및 변환을 위한 반도체)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지금의 약 30%에서 2030년엔 40%로 올린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배터리와 관련해서는 2030년까지 차량 탑재용 제품의 고성능화와 대용량화를 목표로 개발과 투자를 할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일본 자민당도 측면 지원에 나섰다.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의원연맹을 출범시키고 21일 첫 회의를 연다. 자민당 신국제질서창조전략본부장인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전 경제재생상이 회장을 맡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와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가 최고 고문으로 참여한다. 올가을 대정부 제언을 만들고, 내년 예산에 반영시킬 계획이다. 이들은 설립 취지서에서 “반도체는 일본 경제안보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된다”며 “반도체를 지배하는 것이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강력한 반도체 공급망을 만들고, 연구개발과 인재 육성을 위한 기금 창설, 미국 기업과의 자본 연대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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