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가 앓는 아스퍼거 증후군, 자폐와 어떻게 다를까

김재원 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

입력 2021-05-20 03:00 수정 2021-05-20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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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사회성-공감능력 떨어지지만 언어-인지 발달상태 정상적
특정 분야서 창조성 발휘하기도


김재원 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
최근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미국의 간판 코미디 프로그램인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 출연해 본인이 아스퍼거 증후군임을 밝혀 화제가 됐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사회성이 떨어지며 타인과의 관계에서 비정상적인 시선 접촉과 얼굴 표정, 자세를 보인다. 또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낮아 기쁜 일에 같이 기뻐하고 슬픈 일에 같이 슬퍼하는 정서적 교감을 나누기 어렵다.

애슐리 반스가 쓴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라는 책에는 머스크가 사람에 대한 애착이나 인간관계가 결여돼 있고, 회사보다 가족을 중시하는 직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그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제한된 관심사에 몰두하는 것은 비정상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렇게 관심 영역이 고립돼 있다 보니 특정 분야에서 독창성과 창조성을 발휘하기도 한다. 테슬라, 스페이스X, 화성 이주 프로젝트 등 혁신적인 사업가이자 개척자의 길을 걸어온 머스크의 삶은 특정 주제에 대한 집착 수준의 관심과 몰두, 사물과 세계를 바라보는 독특한 관점과 발상의 전환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미국정신의학회에 따르면 아스퍼거 증후군은 자폐장애가 포함된 전반적 발달장애의 범주에 포함됐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언어나 인지 발달의 지연이 없다는 점에서 자폐장애와 구별된다. 하지만 연구자나 전문가들은 아스퍼거 증후군의 개념과 진단의 타당성, 자폐장애와의 구별점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해 왔고 논란은 지속됐다. 표준화된 진단도구가 없다는 것도 논쟁에 불을 지폈다.

미국정신의학회의 최신 진단기준(DSM-5)엔 아스퍼거 증후군은 들어 있지 않다. 더 이상 공식적인 진단이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소아정신과에서 오랫동안 사용해온 진단명이기 때문에 쉽게 없어지거나 잊혀지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에선 한국판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척도라는 50문항의 질문지를 사용해 진단한다. 5∼18세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아스퍼거 증후군의 특성들은 아동기 초반부터 나타나기 때문에 어렸을 때 발견하여 의사의 치료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사회 기술과 의사소통 훈련, 사회적 맥락에 맞는 언어 사용에 초점을 맞춘 화용 언어치료 등이 주된 치료 방법이다.

DSM-5는 자폐증의 공식 명칭을 자폐스펙트럼장애로 바꾸었다. 자폐증이 지닌 다양한 스펙트럼을 더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의미가 포함된 진단명이다. 중요한 것은 아이를 특정한 장애의 범주에 가두고 획일화된 시선으로 바라보지 말고, 아이가 지닌 특별한 능력을 발견하고 키워주는 것이다. 그래야 한국에서도 머스크 같은 사람이 많이 나오게 될 것이다.

김재원 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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