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비싸더라, 시킬수록 손해…무료배달 햄버거의 배신

사지원 기자 , 이지윤 기자

입력 2021-05-19 20:09 수정 2021-05-19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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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31·여)는 지난 주말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가족들이 먹을 햄버거 세트 4개를 주문했다. 약 3만7000원이었다. 평소 퇴근하고 오는 길에 매장에 들러 같은 메뉴를 포장해 올 때보다 비싸다고 느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배달앱에서 판매하는 햄버거 세트 한 개 가격이 매장 판매가보다 1000원 가량 비쌌다. 주문을 많이 할수록 오히려 손해인 구조였다. A 씨는 “배달 어플에 매장 가격보다 비싸다는 공지가 없어서 전혀 몰랐다”며 황당해했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4곳의 이중가격 논란
한국소비자원이 주요 5개 햄버거 프랜차이즈의 제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 맘스터치를 제외한 4개 업체(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 KFC)의 모든 제품이 매장 가격에 비해 배달 가격이 비쌌다. 햄버거 세트는 1000~1200원, 햄버거 단품은 700~900원, 사이드 메뉴 600~700원, 음료 500~700원까지 비쌌다. 업체들은 “일정 금액 이상 배달주문을 할 때 별도의 배달료를 청구하지 않는 대신 제품 가격에 배달서비스 비용을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면 메뉴를 많이 주문할 수록 가격 차이가 커져 소비자가 피해를 본다. 맥도날드의 ‘빅맥세트’는 매장가 5900원보다 배달가를 1000원 더 받는다. 빅맥세트를 4개 구매하면 4000원을 더 내게 된다. 맥도날드는 1만2000원 미만 구매에는 배달료 2000원을 따로 받는데 더 많은 금액을 구매하고도 배달비보다 많은 금액을 부담하는 셈이다.

프랜차이즈들은 이런 사실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있었다. 버거킹, KFC는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 주문 과정에서만 배달과 매장 가격이 다를 수 있음을 알리고 있다. 주요 배달 플랫폼 3곳(쿠팡이츠, 배달의민족, 요기요)에는 모두 해당 정보가 없었다.


●일반음식점도 배달가 더 높게 책정
배달가를 높게 책정하는 것은 배달료를 별도로 받는 일반 음식점들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소비자연맹의 올 1월 조사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일대 식당 65곳 중 56.9%(37곳)이 배달 앱에서 음식 값을 더 비싸게 받고 있었다.

일주일에 세 번씩 배달을 시켜먹는 강모 씨(24·여)는 “그동안 배달비를 2000~5000원까지 따로 냈는데 음식값까지 더 비싸게 내고 있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권모 씨(29)도 “배달하면 매장 이용과 서비스 비용이 들지 않는 건데 이렇게까지 더 내야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배달앱 이용할 때 드는 비용을 음식값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충북에서 치킨집을 하고 있는 박모 씨(55)는 매장에서 후라이드 치킨 1마리에 8000원에 판매하지만 배달앱에서는 1만1000원을 받는다. 거리 별 배달비와 배달 수수료를 고객과 분담하기 위해서다. 박 씨는 “배달비를 많이 받으면 소비자 거부감이 커지기 때문에 배달료는 2000원만 받고 나머지를 음식값에 포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일부 업체들은 ‘이중 가격’ 논란에 매장가격까지 올려버리는 것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이 경우 전체 외식물가 인상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주문 및 결제과정에서의 가격 차이와 주요 거래 조건을 소비자에게 명확히 알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투명한 정보공개와 더불어 자영업자들은 가격 인상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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