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업계 “코스콤이 자금이체 중계를”… 금융위 “법안 필요” 난색

김형민기자 , 허동준 기자 , 김자현 기자

입력 2021-05-19 03:00 수정 2021-05-19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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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광풍]
9월 실명제 앞두고 혼란 커지는데… 관련 기관들 역할 떠넘기기 신경전
수차례 회의에도 주무부처 결론못내… 김부겸 “싱가포르 사례 참고할 것”
금융규제 통화청이 인허가 관리





9월 이후 은행 실명계좌를 갖추지 못한 가상화폐 거래소의 ‘무더기 폐쇄’가 우려되는 가운데 가상화폐 시장의 관리와 감독을 맡을 주무부처를 선정하는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최근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자금 이체 업무를 한국거래소 자회사인 코스콤에 맡기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금융당국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18일 국무회의에서 “9월 가상화폐 사업자 신고 완료 시 투명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지만 가상화폐 시장은 여전히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 가상화폐 업계 “코스콤에 자금이체 맡겨 달라”
18일 국회 및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코스콤이 거래소 간 가상화폐 이체를 중계해 달라고 제안했다. 코스콤은 지난달 이 방안을 금융위원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9월 24일 이후 은행 실명인증 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거래소는 영업을 할 수 없다. 현재 실명 계좌를 갖춘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네 곳이다. 실명 계좌가 없는 약 200개 중소 거래소를 이용하는 투자자들은 네 곳으로 코인을 옮겨야 한다. 이렇게 가상화폐가 이체되는 과정에서 자금세탁이나 탈세가 벌어질 수 있으니 자금을 중계하는 공신력이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는 아이디어였다. 코스콤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소 내 거래행위를 직·간접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어 가상자산 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콤이 거래소 간 가상화폐 이체 행위를 중계하려면 별도 법안을 마련해야 하며 후속 조치도 만만치 않다. 자칫 책임만 떠맡을 수 있다는 우려도 금융위 내부에서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상자산을 제도권에 편입할 때 생길 부작용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열린 고위당정청 협의회에서 가상화폐를 어느 부처가 맡을지를 두고 기획재정부와 금융위가 신경전을 벌였고, 이달 16일에도 재차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 “싱가포르 경험 참고해 주무부처 정할 것”
정부가 주무부처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국내 가상화폐 시장은 하루 20조 원이 거래될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최근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의 발언 논란 등으로 가격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9월 중소 거래소의 무더기 폐쇄가 현실화되면 시장 혼란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이에 따라 당정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김부겸 총리는 17일 방송에 출연해 “우리보다 앞서 규제도 하고 보호책을 마련한 싱가포르의 경험을 참고해 주무부처를 정하고 향후 정부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싱가포르는 금융 규제를 총괄하는 싱가포르통화청(MAS)이 ‘지불서비스법’에 따라 가상화폐 거래소 등 사업자에 대한 인허가를 책임지고 있다.

정부부처들이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잇달아 관련 법안 발의에 나섰다. 국회 정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이날 가상화폐 불공정 거래 행위를 처벌하는 ‘가상자산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가상자산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은 거래소 등 가상화폐 사업자들의 가상자산업협회 가입을 의무화하고 주무부처인 금융위가 협회 감독 권한을 갖도록 했다. 앞서 같은 당 이용우 의원도 가상화폐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와 시세조종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가상자산업법을 발의했다.

김형민 kalssam35@donga.com·허동준·김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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