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평원, 171억 들여 세종에 ‘유령 청사’… 직원들은 ‘특공 재테크’

전주영 기자 , 세종=주애진 기자

입력 2021-05-18 03:00 수정 2021-05-1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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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소재… 이전 대상 아닌데도 세금 들여 세종시에 신청사 신축
직원들 이전 빌미 아파트 특공 신청… 82명중 49명 2억~4억에 분양받아
행안부 제지로 신청사 입주 좌절… 직원들 아파트는 8억 이상 급등


지난해 5월 세종시 반곡동에 완공된 관세평가분류원 신청사. 1년째 사용되지 않아 ‘유령청사’로 방치되고 있다. 세종=뉴스1

세종시 이전 대상도 아닌 관세청 산하 기관이 세금 171억 원을 들여 세종시에 신청사를 지었다. 행정안전부의 제지도 무시하고 이 기관은 신청사 건설을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소속 직원 전원은 세종시 아파트 특별공급을 신청했고, 상당수는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정작 171억 원을 들인 신청사는 1년 넘게 텅텅 비어 있다. 대전에 있는 관세청 산하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 이야기다.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실이 행안부,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관평원은 업무량 확대에 따른 근무 인원 급증을 이유로 신청사 건립과 이전을 추진했다. 관평원이 지은 새 청사는 세종시 반곡동에 위치해 지하 1층, 지상 4층 연면적 4915m²(약 1489평)로 총 171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문제는 정작 관평원은 세종시 이전 대상 기관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행안부의 2005년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 고시’에 따르면 대전에 있는 관평원은 세종시 이전 기관이 될 수 없다. 해당 고시에는 관세청, 관평원 등 4개 기관을 ‘이전 제외 기관’이라고 명시했다. 하지만 관평원은 2016년 기획재정부로부터 이전 예산을 따냈다.

관평원이 신청사를 짓는 사이, 관평원 직원 전원은 세종시 아파트 특별공급(특공)을 신청했다. 관평원엔 관세청 파견 직원과 무기계약직 등 당시 총 82명이 근무했다. 해당 특공은 세종시 이전 기관 공무원들에게 우선권을 주기 때문에 경쟁률이 7.5 대 1로 일반분양(153.1 대 1)보다 낮고, 분양가도 시세보다 싸다.

권 의원실에 따르면 특공을 신청한 관평원 직원 82명 중 49명은 2017∼2019년 특공 아파트를 분양받는 데 성공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관평원 직원들이 분양받은 단지의 아파트 일부는 올해 10억 원을 웃도는 가격대에서 거래됐다. 당초 관평원 직원들이 받은 아파트 분양가는 완공 기준 최저 2억4400만 원, 최고 4억5400만 원이었다. 분양받은 직원들은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을 본 것이다.

여기에 관평원은 행안부의 권고도 무시했다. 2018년 3월, 뒤늦게 관평원이 고시를 어기고 신청사를 짓는 것을 알게 된 행안부는 ‘청사 이전 불가’ 통보를 했지만 김영문 당시 관세청장은 행안부의 불가 통보에도 신청사 착공을 이어갔다. 급기야 2019년 9월 진영 당시 행안부 장관은 “유사 사례가 재발할 수 있다”며 직접 공익감사를 청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제처는 관련 감사를 앞두고 법령해석을 요청하는 감사원의 요청을 검토처리(반려)했고, 감사는 실시되지 않았다.

문제의 신청사는 지난해 5월 완공됐지만 현재 1년 넘게 공실 상태다. 행안부의 지속적인 ‘이전 불가’ 통보에 관평원은 결국 대전에 남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권 의원은 “국정감사로 ‘특공 재테크’를 발본색원해 무너진 공직 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관세청은 특별공급을 노리고 청사 이전을 추진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처음 청사 이전을 추진할 때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우리 모두 이전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관세청은 이미 세종시 아파트를 분양받은 직원들에 대해서도 “분양을 받을 당시에는 청사 이전이 추진 중이라 위법이 아닌데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명확한 규정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 / 세종=주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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