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美 8조 투자계획 반대…국내 공장 투자가 살길”

서형석 기자

입력 2021-05-17 17:13 수정 2021-05-1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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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까지 미국에 74억 달러(약 8조4000억 원)를 투자하겠다는 현대자동차그룹의 계획에 대해 현대차 노동조합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17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현대차지부(현대차 노조)는 현대차그룹이 13일 밝힌 미국 투자 계획과 관련해 “5만 조합원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반대한다는 뜻을 담은 성명서를 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의 전기차 생산과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수소, 로봇 등 미래 신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올해부터 2025년까지 74억 달러를 미국 시장에 투입할 방침이다.

현대차 노조는 “사측이 해외 투자를 강행하면 노사 공존공생은 요원할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이 밝힌 주요 신사업 투자처와 관련해 기술 선점과 고용 보장을 위한 새로운 노사 관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국가 간 관세 문제로 일정 정도 해외 공장 유지는 부정하지 않지만, 해외공장은 현재 수준으로 충분하다”며 “국내 공장을 강화하고 4차 산업으로 인한 신산업을 국내 공장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살길”이라고도 덧붙였다.

노조의 이 같은 반응은 이번 투자가 노조의 일감 부족을 초래할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는 부품이 2만~3만 개 들어가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수가 30% 이상 줄어든다. 완성차 생산을 위해 필요한 인력 규모도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현대차의 첫 전용 전기차(내연기관차로는 출시하지 않는 차종) ‘아이오닉5’는 현재는 울산1공장에서만 생산된다. 미국, 유럽 등으로의 수출 물량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울산에 이어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도 만들게 되면 생산 효율성, 품질 등에서 경쟁이 불가피하다. 장기적으로 친환경차뿐 아니라 UAM, 로봇 사업의 국내 생산으로 내연기관차 생산 축소를 극복하려던 노조의 계획도 불투명해진다.

74억 미국 투자가 올해 현대차 노사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 미칠 영향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는 2003년부터 시행된 단협에 따라 공장별 생산 차종 및 물량 배정을 하려면 노조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해외공장 물량도 국내와 동일한 차종일 경우 노조에 대한 설명과 노사공동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올해 2월 울산2공장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 일부 물량이 미국 앨라배마 공장으로 옮겨간 것도 세단 아반떼와 쏘나타를 국내로 들여오는 사측의 방침이 있었기에 노조 동의를 얻을 수 있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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