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년여 만에 6배로…“3분기엔 전기료마저 오르나” 가계 한숨

세종=구특교 기자

입력 2021-05-17 03:00 수정 2021-05-1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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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공포 현실로
WTI 작년 4월 10달러 최근 65달러… 국내 휘발유값도 이달 다시 오름세
연료비 연동제로 전기료 인상 요인… “정부, 물가 우려해 제동 걸 수도”
구리 t당 1만달러 넘어 연일 최고치… 철광석 이어 주요 원자재값 폭등


16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가 L당 1549원, 경유가 1319원에 판매되고 있다. 5월 둘째 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L당 평균 1537.0원으로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높았다. 뉴스1
서울지역 휘발유 가격이 평균 1600원을 넘어 1년 3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는 등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공포’가 현실화되고 있다. 유가와 연동해 전기료를 조정하는 ‘연료비 연동제’가 시행 중이어서 하반기(7∼12월) 전기요금 인상 걱정도 커지고 있다. 최근 철광석에 이어 산업 현장에서 널리 쓰이는 구리 값도 잇달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산업계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16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5월 둘째 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는 L당 평균 1537.0원으로 전주보다 2.7원 올랐다. 지난해 2월 셋째 주(1538.49원) 이후 가장 높다. 지난해 11월 말부터 20주 연속 올랐던 국내 휘발유 가격은 지난달 말 잠깐 주춤하더니 이달 들어 상승세가 확대되고 있다. 5월 첫 주 0.3원이었던 상승 폭은 둘째 주 2.7원으로 대폭 커졌다.

전국에서 휘발유 값이 가장 비싼 서울에서는 지난주 평균 판매가가 1618.8원으로 일주일 새 3.5원 뛰었다. 지난해 2월 둘째 주(1627.10원) 이후 가장 비싼 가격이다.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선 L당 2000원을 돌파한 주유소까지 등장했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 회복세에 힘입어 원자재 시장이 ‘슈퍼 사이클’에 진입한 가운데 국제 유가도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14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65.37달러로 마감해 3주 연속 올랐다. 코로나19 여파로 최저점을 찍은 지난해 4월 21일(10.01달러)과 비교하면 6배 이상으로 급등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미국의 원유 재고가 감소한 데다 경기 회복세로 원유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유가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고 했다.

유가 상승 여파로 당장 3분기(7∼9월)부터 국내 전기요금이 오를 가능성도 커졌다. 정부는 올해부터 석유, 액화천연가스(LNG) 등 전기 생산에 들어간 연료비를 3개월 단위로 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다. 이미 2분기(4∼6월)에 유가 상승 때문에 인상 요인이 발생했지만 정부는 국민 부담이 커질 것을 고려해 한국전력의 전기요금 인상에 제동을 걸었다.

한전은 다음 달 21일 3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발표한다. 최근 유가 상승세를 감안하면 인상 요인이 있지만 정부가 물가 상승 등을 우려해 요금을 다시 동결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WTI가 배럴당 65달러를 넘어선 상황에서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2.3%)은 3년 8개월 만에 최대 폭을 보였고 이달엔 3%를 웃돌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국제 유가가 배럴당 평균 70달러까지 오를 경우 국내 소비자물가는 0.8%포인트 상승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분석했다. KDI 관계자는 “유가 상승으로 한국 가계의 구매력이 낮아지고 기업의 생산비용은 더 높아질 수 있다. 특히 기업 생산비용 증가는 소비자에게 전가돼 가계 부담을 더 키울 수 있다”고 했다.

산업 전반의 원자재로 쓰이는 구리 현물 가격은 영국 런던금속거래소에서 이달 6일 10년 만에 처음으로 t당 1만 달러를 넘어섰다. 이어 역대 최고가였던 2011년 2월(1만190달러)을 뛰어넘어 1만2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구리 가격은 실물경제 상황을 잘 보여준다는 뜻에서 ‘닥터 코퍼’로 불린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코로나19 여파로 칠레 구리광산 등의 개발이 중단돼 내년 하반기 구리 가격이 2만 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구리를 핵심 소재로 쓰는 2차전지 기업 등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체계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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