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배터리 만들겠다는 완성차 기업과 그들 앞의 난제 [김도형 기자의 휴일車담]

김도형 기자

입력 2021-05-15 16:07:00 수정 2021-05-15 16: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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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차와 차 업계를 이야기하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오늘은 전기차 배터리 직접 생산을 선언하고 있는 완성차 기업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지난해 테슬라에 이어 최근에는 폭스바겐이 배터리 ‘내재화’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를 직접 생산해서 자신들이 제조하는 차량에 적용하겠다는 것입니다.

전기차에 쓰이는 고전압 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말 그대로의 핵심 부품입니다.

내연기관차에서는 엔진과 변속기를 포함해서 이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 부품 자체가 없습니다.

올 3월 ‘파워 데이’ 행사 발표에 나선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그룹 회장. 폭스바겐코리아 제공


전기차의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좌우하는 배터리 기술을 보유하고 또 대량 생산해 보려는 것은 완성차 기업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노력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전기차에 쓸 수 있는 수준의 배터리를 대량 생산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지난해 배터리 내재화 계획을 공개한 테슬라는 이와 관련해 눈에 띄는 행보를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완성차 기업의 배터리 내재화 계획이 어떤 식으로 실현될 수 있을지를 지금 선명하게 점치기는 쉽지 않습니다.

완성차 업체들이 왜 이런 계획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지와 배터리 업계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하는 이유를 짚어보겠습니다.

‘기아’로 기업명을 바꾸고 여러 측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기아의 상황을 살펴본 지난 휴일차담에 보내주신 관심과 성원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마이웨이’ 걷는 기아…로고·이름 바꾸고 공장 대신 ‘오토랜드’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10424/1065923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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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donga.com/news/Series/70010900000002


● 폭스바겐 “유럽에서 배터리 내재화”
폭스바겐의 배터리 내재화 계획은 올 3월 독일 볼프스부르크에서 열린 파워 데이(Power Day) 행사에서 공개됐습니다.

지난해 열렸던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와 이름이 좀 비슷한 느낌입니다만 아무튼.

이날 헤르베르트 디스(Herbert Diess) 폭스바겐그룹 회장은 “폭스바겐그룹은 유럽 전역에 각각 40GWh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기가팩토리 6곳을 자체적으로, 그리고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폭스바겐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B’. 폭스바겐코리아 제공



2023년부터 통합 셀을 활용해 배터리 가격을 획기적으로 떨어뜨리겠다는 계획과 함께 배터리 내재화에 대한 의지를 밝힌 것입니다.

폭스바겐그룹은 폭스바겐 브랜드 뿐만 아니라 아우디, 포르쉐 등을 거느리고 연간 1000만 대의 차를 제조하는 공룡 자동차 기업입니다.

201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첫 전용 플랫폼 기반 전기차 ‘ID.3’를 내놓은데 이어 이번에는 파워데이를 통해서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에 대한 미래 청사진을 내놓은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 지난해에는 테슬라도 내재화 계획 공개
배터리 내재화라는 이슈는 지난해 테슬라가 먼저 던진 화두입니다.

지난해 9월 ‘배터리 데이’ 행사를 연 테슬라는 대규모의 배터리 자체 생산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2022년 10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 자체 생산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지난해 테슬라가 연 ‘배터리 데이’ 행사의 모습. 동아일보DB


당시 그는 니켈 비중을 높인 배터리를 통해 배터리 생산 비용을 크게 줄이겠다는 목표도 제시했습니다.

테슬라가 기존에 적용하던 원통형 배터리보다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 늘리고 비용은 14% 절감한 신제품 원통형 배터리를 도입하겠다는 계획 등이었습니다.

● 내재화 외치지만 세부 계획은 ‘흐릿’

완성차 기업에서 이런 내재화 선언이 이어지고 있지만 세부적인 계획과 실행 가능성은 흐릿해 보입니다.

테슬라부터 살펴보자면, 테슬라가 연간 100GWh 규모의 배터리 자체 생산 목표로 얘기한 시점이 내년입니다.

테슬라는 자체 개발 중인 이른바 ‘4680 배터리셀’ 생산 라인을 영상 등을 통해 공개하기도 했는데 문제는 생산 규모입니다.

지난해 테슬라가 연 ‘배터리 데이’ 행사의 모습. 동아일보DB


100GWh라는 수치는 고성능 전기차 기준으로 백만 대를 넘게 생산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그리고 가장 경쟁력 있는 배터리 기업 중 하나인 LG에너지솔루션이 가진 글로벌 생산능력에 버금가는 수준입니다.

테슬라가 내년까지, 그러니까 1년 반 정도 안에 실제로 저 정도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갖추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테슬라의 기가팩토리에 상당한 규모의 배터리 제조 능력이 갖춰지는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문제는 남습니다.

테슬라와 협력 중인 배터리 제조사가 아니라 테슬라 스스로가 배터리 개발과 생산에 대한 핵심 역량을 갖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내재화를 주장하더라도 실제 ‘내재화’로 볼 수 있느냐하는 문제입니다.

● “완성차 제조와는 전혀 다른 일… 결코 쉽지 않을 것”
완성차 기업이 잇따라 배터리 내재화 계획을 내놓는 상황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최근 1분기 실적 발표를 한 삼성SDI를 비롯한 배터리 기업의 시각은 “쉽지 않을 것”으로 요약됩니다.

각형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는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셀 라인업. 삼성SDI 제공


삼성SDI의 경우 글로벌 전기차 업체가 자체적으로 배터리를 생산하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고 한계 또한 분명해 보인다는 입장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전지 사업은 신규 업체가 진입하기엔 여러 진입 장벽이 있고 다수의 핵심 기술 특허 양산 노하우가 축적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폭스바겐이 배터리를 내재화할 경우 일정 수준의 수주 감소는 있을 수 있겠지만 전체 물량을 내재화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 “배터리 기업, 긴 시간 동안 기술과 생산 능력 축적”
이런 점은 현재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배터리 기업들의 위상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해 보입니다.

최고 품질의 배터리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 이런 능력을 바탕으로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안정적인 대량 생산 능력.

어느 것 하나도 쉽게 얻을 수가 없는 것들입니다.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의 배터리 기업은 2000년 무렵 소형 배터리부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일본이 장악하고 있던 소형 2차 전지 시장에서 이 무렵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해 10년가량 노력한 끝에 일본을 넘어섰습니다.

그리고 일본을 누르던 그 시점을 전후해 시작한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또다시 10년 가량 피땀을 흘렸기에 지금의 자리까지 와 있습니다.


BMW i3 하부에 탑재된 전기차 배터리 팩. 삼성SDI 제공


배터리 셀 제조는 화학 공정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필요로 하고 공정의 정밀도 역시 자동차 조립과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폭스바겐이 내재화와 관련해 “자체적으로, 그리고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라고 밝힌 대목을 눈여겨 볼만합니다.

결국 대부분의 일을 혼자서는 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배터리 수급해야”
이런 어려움을 완성차 기업들 역시 모를 리 없습니다.

하지만 계속 내재화를 외치는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이유 역시 배터리 관련 행사를 잘 살펴보면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기아의 첫 전용 전기차 ‘EV6’. 기아 제공


‘배터리 데이’든 ‘파워 데이’든 간에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내재화를 얘기하면서 배터리의 가격은 떨어뜨리고 공급량은 늘리겠다는 지향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결국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수급해야 한다는 과제가 가장 핵심에 놓여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관련 업계에서는 2023년쯤부터 2025년 무렵까지 배터리 수요가 공급을 크게 초과하는 ‘물량 부족’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여야 하는 주요 완성차 기업들로서는, 안정적인 공급선을 확보하면서 납품 받는 배터리에 대한 가격 협상력을 가지기 위해 ‘자력갱생’이라는 무기를 꺼내들어야만 하는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테슬라의 경우 지난해 배터리 데이 행사에서 일론 머스크 CEO가 배터리에 대해 꽤나 많은 것을 알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물론, 노출된 수준이 배터리 대량 생산까지 가능한 기술을 확보했는지를 보여주진 못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그래도 테슬라가 배터리와 배터리 생산에 대해 많이 안다고 배터리 기업들이 느꼈다면, 앞으로 테슬라에 납품할 배터리의 가격을 제시할 때 얼마 정도를 써내야 납득해 줄지 조금은 더 고민될 수밖에 없습니다.

● “전기차 핵심 경쟁력은 결국 배터리”
전기차의 핵심 경쟁력을 결국 배터리가 좌우한다는 점은 완성차 기업이 언제, 어떤 방식이로든 배터리 내재화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일 수 있습니다.

배터리가 전기차 원가의 30~40%를 차지한다는 점만 봐도 누구나 쉽게 배터리의 중요성을 알 수 있습니다.

부피가 작고 가벼우면서 많은 전기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고 순간적으로 큰 힘을 뽑아 쓸 수 있는 안정적인 배터리.

출시된 지 오래됐지만 여전히 최고 수준의 전기차로 평가 받고 있는 테슬라 ‘모델 S’. 테슬라코리아 제공


많은 완성차 기업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전기차 배터리입니다. 그리고 전기차의 경쟁력은 사실 이 부분에서 판가름이 납니다.

배터리는 내연기관차에서 엔진이 하던 역할을 상당 부분 넘겨받았습니다.

이런 제품을 계속 외부에서 사오는 상황을 방치하고 있으면 완성차 기업은 자동차를 그냥 조립만 하는 곳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장기로 치자면 차(車) 떼고 하는 경기를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느냐는 의문입니다.

이런저런 측면을 고려했을 때 완성차 기업들은 배터리 기술을 확보하고 어느 정도는 직접 생산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것일 수 있습니다.

배터리와 관련한 핵심 경쟁력을 갖추면서 배터리 수급에서의 물량·가격 경쟁력 혹은 협상력을 갖추기 위한 길이라는 것입니다.

● 산업 경쟁력은 국력이자 안보라는 측면도
이런 이유들에 또 한 가지 요소를 덧붙여 볼 수도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유독 미국과 독일 자동차 기업이 내재화 계획을 내놓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주요국의 산업 전략이라는 관점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인데요.

현재 배터리 산업의 주도권은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완전히 틀어쥔 상황입니다.

급격히 팽창하는 산업을 일부 지역·국가가 독식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다른 국가에서는 지금이라도 스스로를 대항마로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충분히 해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마진의 폭은 작아질 수도 있겠지만 갈수록 생산·판매량이 늘어나는 배터리 산업 자체의 중요성은 기본입니다.

여기에 배터리를 필요로 하는 자동차, 전자 등 다양한 산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장치로서도 필요한 부분입니다.

세계 경제는 자유무역을 기반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바이오나 반도체 등의 산업이 때로는 ‘안보’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상황을 세계는 지금 직접 경험하고 있습니다.

● “차세대 배터리까지 복잡한 변수”
이런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앞으로 어떤 전략을 취할 것인지를 포함해서 배터리 내재화와 관련해 많은 부분이 아직 불확실합니다.

전고체 배터리, 리튬황 배터리를 비롯한 차세대 배터리의 등장 가능성을 생각하면 셈법은 더 복잡합니다.

액체 전해질을 이용하는 현재의 고성능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과 생산 능력을 힘들여 갖췄는데 그 노력의 결실을 제대로 누리기도 전에 배터리의 패러다임이 바뀔 우려도 상존하고 있습니다.

차세대 배터리고 각광받고 있는 ‘전고체 배터리’와 현재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비교한 그림. 삼성SDI 제공


수년 간의 배터리 물량 부족이 우려되지만 적절히 밀고 당기면서 납품 받아 전기차 만들고 차세대 배터리로 직행하는 전략 등이 유효할 수 있습니다.

일본 기업들이 소니의 소형 카테트 플레이어 ‘워크맨’에 들어가던 이른바 ‘껌전지’를 생산하던 시절에 현재의 전기차를 상상한 사람은 얼마나 있었을까요.

껌전지의 기술과는 다소 다르지만 2차 전지는 계속 발전해 왔고 전기차 시대의 주인공으로 떠올랐습니다.


각 국가와 기업이 이런 배터리에 대해 어떤 전략을 펼치는 지를 계속 살펴보면 향후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쥐려는 치열한 경쟁의 또다른 측면을 함께 느껴볼 수 있을 듯 합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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