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3만6000명 육성안, 대학 정원 묶여 한계” 지적

세종=구특교 기자

입력 2021-05-14 03:00 수정 2021-05-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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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반도체 전략]정부 “정원 재조정-계약학과 신설”
결손 인원만큼 늘리는 수준 그쳐
업계 “학부 정원 대폭 확대해야”


정부가 ‘K반도체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국내 대학에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늘리고 ‘시스템반도체 전공트랙’을 신설하기로 했다. 정부는 반도체 인력을 향후 10년간 3만6000명 육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수도권 대학 정원 제한 등의 규제를 손대지 못하고 대학 내 정원 조정과 계약학과 신설 방안을 내놓는 데 그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K반도체 전략’에 따르면 정부가 2022∼2031년 육성하기로 한 반도체 산업 인력은 총 3만6000명이다. 대학 학부, 석·박사, 퇴직자 등 단계별로 세부적인 인력 양성안이 마련됐다. 대학 5곳엔 반도체 장비 관련 기업과 연계된 계약학과가 신설된다. 학부 3학년생이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반도체 전공 연계 과정도 생긴다. 이렇게 1만4400명의 반도체 학사 인력을 배출할 계획이다.

정부는 2023년부터 2032년까지 3500억 원을 투자해 기업과 함께 반도체 고급인력 양성에 나선다. 기업 6곳이 참여해 연구과제에 산업 현장의 수요를 반영하고 학생들의 중견기업 취업을 돕는다. 재직자나 취업준비생을 위해 전국 반도체설계교육센터(IDEC)의 교육 프로그램도 확대하고 설계와 공정 교육을 연계한 ‘한국 반도체 종합교육센터(KSRI)’도 새로 짓는다. 이런 식으로 1만3400명의 실무 인력을 양성한다는 목표다. 반도체산업에 기여한 인물을 ‘반도체 명인’으로 지정하거나 훈장, 포상을 수여한다.

정부가 이런 대책을 마련한 건 반도체 인력의 만성적 부족이 산업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조치다. 지난해 ‘반도체산업인력실태조사’에 따르면 1510명의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인력 양성 대책도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계약학과는 정부 사업 기간이 끝나면 사라지다 보니 교수 확보조차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대학 정원 확대 역시 ‘첨단학과 정원조정제도’를 활용해 제적 등에 따른 다른 학과의 결손 인원을 반도체 등 첨단학과로 옮기는 수준에 그쳤다. 현재 수도권 대학은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막혀 자율적으로 정원을 늘리지 못한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회장은 “(반도체 관련) 예외 정원을 만들어 학부 정원을 대폭 늘릴 수 있게 법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인력이 다수 배출되더라도 ‘대기업’ 쏠림 현상이 지속되는 한 인력 수급난은 여전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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