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갇힌 싱글… 78% “새 이성 못 만나”

김소영 기자

입력 2021-05-14 03:00 수정 2021-05-14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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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등으로 만날 기회 줄어”
여성 21% “결혼, 더 하기 싫어져”
일부선 “인구절벽 위기 가속화 우려”


직장인 A 씨(30·여)는 2019년 12월 사귀던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 지금까지 ‘솔로’ 생활을 하고 있다. 연애를 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기회가 없다. A 씨는 “그동안 학교나 운동모임 등에서 자연스럽게 만난 이성과 연인관계로 발전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람을 만날 기회가 줄어드니 연애 상대를 찾기도 어렵다”고 했다.

직장인 맹모 씨(31)도 “재택근무를 하면서 집과 회사만 반복하고 외출도 최대한 줄이니 원래 알고 지내던 사람도 자주 못 본다”며 “새로운 인연까지 만들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가 성인남녀의 연애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3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한국인구학회가 공동 개최한 ‘코로나19 시기 인구 변동과 정책적 함의’ 포럼에서다.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와 계봉오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올 2월 5일부터 10일까지 국내 25∼49세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해 코로나19가 연애와 결혼, 출산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미혼이고 애인이 없는 성인남녀 602명 가운데 코로나19 발생 이후 새로운 이성을 만나거나 소개받지 못했다는 사람은 전체의 78.1%로 나타났다. 이들에게 ‘코로나19 발생 이전과 비교했을 때 새로운 이성을 만나거나 소개받는 빈도가 어떻게 됐느냐’고 묻자 48.7%가 ‘줄었다’고 답했다. 50.8%는 ‘변화가 없다’고 했고 ‘많아졌다’는 0.5%에 그쳤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결혼에 대한 의지가 달라졌냐는 질문에는 성별에 따른 차이가 컸다. 남성은 ‘(결혼이) 더 하기 싫어졌다’와 ‘더 하고 싶어졌다’는 응답이 각각 10.9%와 10.3%로 비슷했다.

그러나 여성은 ‘더 하기 싫어졌다’고 답한 사람이 20.7%로 ‘더 하고 싶어졌다’(5.9%)보다 3배 이상으로 많았다. 최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취업 등에서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여성들의 어려움이 더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사회적 만남과 교류가 크게 줄고 경기침체에 취업난까지 겹친 게 ‘연애-결혼-출산’ 전반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만큼 변화된 연애와 결혼 풍속도가 새로운 생활양식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인구절벽’ 위기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미 결혼한 부부들은 부부관계 만족도에 코로나19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의 유무나 숫자에 관계없이 모든 유형의 부부가 10쌍 중 6, 7쌍꼴로 ‘변화 없다’고 답했다. 단, 부부관계가 나빠졌다고 응답한 사람은 모든 유형의 부부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다. 예컨대 자녀가 없는 부부에서 이전보다 부부관계가 나빠졌다고 응답한 여성은 10.3%였지만 남성은 6.1%였다.

최 교수는 “부부가 함께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가사노동이나 돌봄에 대한 여성의 부담이 더욱 커진 게 만족도 저하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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