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Special Report:]돌봄-건강관리… ‘진짜 소비자 동물’ 위한 사업의 진화

심용주 우주라컴퍼니 대표 , 장재웅 기자

입력 2021-05-12 03:00 수정 2021-05-12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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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 비즈니스 어디까지 왔나

동물을 인간처럼 여기는 ‘펫 휴머니제이션’이 가속화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내세운 펫테크 기업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대표 사례 중 하나인 영국의 펫시팅 기업 ‘바로마이도기’는 남의 개를 빌려 함께 놀고 산책을 시키면서 수고비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출처 바로마이도기 홈페이지
‘동물이 아플 때 가는 곳은 ‘가축병원’일까 ‘동물병원’일까?’

‘집에서 기르는 동물은 ‘애완동물’일까, ‘반려동물’일까?‘

위 두 가지 질문에 각각 가축병원과 애완동물로 답했다면 나이대가 최소 40대 중장년층 이상일 가능성이 크다. 집에서 기르는 동물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변하면서 동물에 대한 시각에도 세대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2000년대 들어 가족 해체 및 1인 가구의 증가, 기술 발달에 따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열풍 등이 나타났고, 이에 힘입어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는 인식이 퍼져 ‘펫 휴머니제이션(pet humanization)’ 현상이 가속화됐다. 펫 휴머니제이션은 말 그대로 고기나 가죽을 얻기 위한 실용적 목적이 아닌, 보고 즐기고 함께할 목적으로 동물을 기르면서 이들이 인간화되는 사회적 현상을 일컫는다. ‘인간화’란 동물을 집 안에 들이고, 사람처럼 옷을 입히고, 이름을 지어 부르는 수준을 넘어선 개념이다. 동물에게 사람과 같은 인격이나 권리를 부여하고, 사람에 준하는 수준의 음식 및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일련의 사고와 행동을 포괄한다. 이러한 현상은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기에 반려동물 시장에서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되고 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1년 5월1호(320호)에 실린 펫 비즈니스 트렌드를 요약해 소개한다.

○ 늘어나는 펫테크 스타트업
반려동물 시장은 최근 10년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펫테크 분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비즈니스 모델은 펫시팅(pet sitting)이다. 개 산책이나 애견호텔 운영 등을 주된 비즈니스 모델로 삼는 사업으로 이 분야 대표 기업으로는 미국 시애틀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로버(Rover)’를 꼽을 수 있다. 로버는 개를 산책시켜 줄 사람을 온라인으로 중개해주고 15∼20%의 수수료를 받는다.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이 3억 달러(약 3400억 원)에 달하고 이미 5건의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는 등 북미 지역 최대 규모의 펫시팅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펫시팅 다음으로 주목받는 분야는 펫 푸드다. 이 분야에선 특히 2014년 미국 뉴욕에서 설립된 ‘파머스도그(The Farmer‘s Dog)’가 선전하고 있다. 회사 이름에도 드러나듯 반려동물을 위해 신선한 재료로 영양가 넘치는 음식을 만드는 회사다.

펫 헬스케어 시장도 각광을 받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인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은 최근 수의사와 반려인을 연결해주는 원격진료 플랫폼 ‘펫 프로 커넥트(Pet Pro Connect)’를 선보였다. 반려인이 겪는 가장 큰 문제가 반려동물이 아픈지, 정상인지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해 동물병원에 가야 할 골든아워를 놓치는 것이란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 서비스는 화상전화를 통해 수의사가 반려동물의 모습을 직접 관찰하면서 증상을 진단하고, 병원에 꼭 가야 하는지 등을 조언해준다.

국내 시장에서는 특히 펫 헬스케어 분야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해외에 비해 아직 그 성과가 제한적인 것은 사실이나 새로운 도전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펫테크 스타트업인 ‘핏펫’은 2017년 설립 이후 3년여 만에 누적 투자 유치 금액 250억 원을 상회하며 연 100억 원 수준의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핏펫의 대표 상품은 소변으로 개의 건강 상태를 진단하는 솔루션이며 이 기업은 반려동물 보험시장 진출도 꾀하고 있다. 최근 고양이 선호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고양이만을 타깃으로 한 기업들도 눈길을 끈다. 고양이 전문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인 우주라컴퍼니는 웨어러블 기술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질병 증후를 조기에 포착하는 텔레트리아지에 집중하고 있다.

○ 펫 비즈니스의 성공법칙
빠르게 성장하는 펫 비즈니스 시장에 맞게 시장의 성공 방정식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기업들 역시 시장의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특히 펫 비즈니스에 진출하려는 기업이라면 펫 산업의 최대 고객층이 40대 미만 여성임을 이해해야 한다. 이들 고객층은 반려동물(pet)과 가족(family)을 결합한 ‘펫팸족’이라는 신조어에 걸맞게 반려동물에게 큰 가치를 부여한다. 이들은 내가 굶거나 질 낮은 음식을 먹을지언정 자신의 ‘아이’에게는 ‘인간다운’ 삶을 선사하고 싶어 한다. 펫 비즈니스를 하는 경영자가 반려동물을, 과거에 그랬듯 ‘사람 아래’로만 여긴다면 그 기업에 미래는 없다.

또 반려동물 산업은 구매 결정자(반려인)와 최종 사용자(반려동물)가 분리된 채 병립하는 독특한 시장이다. 그렇다 보니 맛있는 음식(사료)과 건강한 음식 사이의 딜레마가 생긴다. 이 과정에서 100년까지 롱런하는 펫테크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면 궁극적으로는 ‘진짜 소비자’인 동물을 위한 제품을 추구해야 한다. 자신의 반려동물에게 맛은 있지만 건강하지 않은 음식을 먹이는 등 좋지 않은 구매 판단을 내리는 소비자도 계몽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어느 시점부터는 소비자의 외면을 받거나 심지어 부도덕한 기업으로 몰릴 수도 있다.

펫 비즈니스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제품과 서비스에 비해 해외시장 진출이 용이하다는 강점이 있다. 특히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지역의 반려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케이 펫(K-pet) 또는 펫 비즈니스의 한류를 기대해볼 만도 하다.

심용주 우주라컴퍼니 대표 shim.yongju@ujura.com

정리=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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