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수술해도 다리 시리고 저리면 ‘정맥부전’ 의심을

권혁일 기자

입력 2021-05-12 03:00 수정 2021-06-15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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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정형외과병원

김연호 제일정형외과병원 척추센터 원장이 정맥부전과 척추관 협착증의 차이점을 설명하고 있다.
《심영숙 씨(74)의 허리 통증은 5년 전부터 시작됐다. 똑바로 눕지 못할 만큼 통증이 심했는데 2년 전 낙상 사고 이후 허리가 눈에 띄게 구부정해졌다. 다리에 쥐가 자주 났고 다리 전체가 저린 느낌도 있었다. 20여 차례 통증 주사를 맞으며 견디다가 정형외과에 방문했다. 척추전방전위증 및 협착증이라고 진단받고 내시경 수술을 하니 허리 통증은 금세 좋아졌다. 그러나 다리가 시리고 저린 증상은 계속돼 추가 검사를 해보니 정맥질환이 발견됐다.》

“척추 수술을 받았는데 왜 다리가 계속 시리고 저린 거죠?”

정형외과나 신경외과 의사라면 이따금 마주하게 되는 질문이다. 실제로 심 씨처럼 정형외과 치료 후에도 다리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때 환자는 통증의 원인을 찾기 위해 여러 병원을 전전한다. 의료 접근성이 높아졌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잦은 병원 방문은 달갑지 않은 일이다.

제일정형외과병원(병원장 신규철)은 척추·혈관 질환 전문의 협진을 통해 다리 통증의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한다.

척추센터 김연호 원장은 “심 씨처럼 척추 수술 후에도 다리 통증이나 저림 증상이 사라지지 않는 환자들이 있다”며 “이때는 통증의 원인으로 ‘정맥부전’이나 ‘하지정맥류’ 등 혈관 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맥류 환자 4년새 1.5배 증가… 척추관협착증과 증상 유사




실제로 혈관 질환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정형외과 환자 중 다리 통증이 혈관 질환에서 비롯되는 사례가 제법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정맥류 환자 수는 32만 명으로 2016년 환자 수인 21만 명보다 1.5배가량으로 늘었다.

김 원장은 “경험적으로 환자 10명 중 1명은 척추 외 다른 조직에서 문제가 발견된다”며 “대표적인 것이 정맥부전으로 혈액이 심장으로 되돌아가는 통로인 정맥에 역류가 발생하면서 다리 저림 증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정맥부전은 생소한 질환이다. 혈관은 크게 동맥과 정맥으로 구분한다. 혈액을 심장에서 팔과 다리로 보내는 길이 동맥이고 반대로 팔과 다리의 피가 심장으로 되돌아오는 길이 정맥이다. 정맥 혈관에는 심장 쪽으로 혈액을 보내는 판막이 있는데 이 판막이 망가져 제 기능을 못하면 정맥부전으로 진단한다. 정맥부전으로 혈액이 다리에 정체되면 혈관 벽이 늘어나 저림 증상과 통증을 유발한다. 이때 혈관 벽이 심하게 늘어나 피부 바깥으로 돌출되면 흔히 알고 있는 하지정맥류 진단을 받게 된다.

정맥부전은 척추관 협착증과 증상이 매우 유사하다. 척추관 협착증이란 신경이 지나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져서 다리로 가는 신경을 누르는 질환이다. 일반 요통보다 허리 통증과 다리가 저리고 당기는 증세가 심하다. 다리 저림 및 당김은 정맥부전의 증상이기도 해 두 질환의 구별이 어렵다.

차이점도 있다. 가만히 서 있으면 통증이 줄어드는 척추관 협착증과 달리 정맥부전은 서 있거나 앉아 있을 때도 다리 저림 증상이 느껴진다. 또 척추관 협착증은 걸을수록 증상이 악화하는 반면 정맥부전은 걷다 보면 증상이 완화되기도 한다. 그러나 척추관 협착증이 심해지면 정맥부전처럼 서 있거나 앉아 있을 때조차 통증이 느껴지는 등 두 질환이 더욱 비슷한 양상을 보여 구별하기 어려워진다.

정맥부전으로 인한 다리 통증을 무릎 질환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무릎 뒤쪽 부분인 오금에 통증이 느껴지면 정맥부전을 의심해볼 수 있다. 무릎의 문제로 오금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또 무릎 수술 후에 무릎 옆이나 종아리 통증이 계속된다면 정맥부전을 의심해봐야 한다.


정맥부전, 혈관용 초음파 진단기로 정확하게 검사


권용원 제일정형외과병원 혈관영상의학센터 원장이 하지정맥류 시술을 하고 있다. 제일정형외과병원 제공
‘토니켓’이라는 의료용 압박대를 이용하면 정맥부전을 간단히 검사할 수 있다. 다리에 토니켓을 부착해 하지정맥의 흐름을 일시적으로 막아 증상에 변화가 있는지 관찰한다. 만약 증상이 있는 부위를 토니켓으로 묶었을 때 불편했던 증상이 좋아진다면 평소 혈액이 역류하고 있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정맥부전을 의심해 봐야 한다.

토니켓 테스트에서 정맥부전이 의심되면 초음파 검사를 시행한다. 원인이 되는 정맥부터 환자의 증상에 맞게 의심스러운 정맥까지 역류 여부를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동맥과 정맥의 혈류를 검사할 수 있는 혈관용 초음파 진단기로 검사하는 것이 좋다.

치료도 비교적 간단해졌다. 정맥부전 치료에 대해 제일정형외과병원 혈관영상의학센터 권용원 원장은 “과거에는 전신마취를 하는 외과적 수술이 주된 치료법이었으나 최근에는 시술 치료가 주로 시행되고 있다”며 “작은 정맥이면 경화제로, 굵고 깊은 곳에 있는 정맥이면 고주파나 의료용 접착제 등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제일정형외과병원은 의료진 간 협진을 강화하고 있다. 다양한 질환을 복합적으로 앓는 환자가 여러 병원을 전전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특히 척추·관절 중점병원에서 척추 질환과 증상이 유사한 정맥부전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김연호 원장은 “척추 질환과 마찬가지로 정맥부전도 시기를 놓치면 치료가 까다로워진다”며 “눈에 보이지 않는 정맥부전도 혈관 경화 요법 등을 통해 쉽게 치료할 수 있으니 종아리 통증이 느껴지면 척추 및 혈관 질환에 전문성을 갖춘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일 기자 moragoheya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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