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마켓뷰]이건희 회장 주식 배분 후, 삼성생명 중요도 커져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

입력 2021-05-11 03:00 수정 2021-05-11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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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
삼성그룹은 고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S 주식을 법정 상속 비율인 ‘3 대 2 대 2 대 2’로 상속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최대 주주는 ‘삼성생명 외 14명’으로 바뀌며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이 개인 최대 주주(2.3%)에 오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1.63%다. 그동안 삼성전자 지분을 1주도 갖고 있지 않았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도 각각 0.93%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상속 대상 주식 가운데 삼성생명만 법정 상속 비율이 아닌 ‘3 대 2 대 1’로 결정됐다. 삼성전자의 최대 주주가 된 삼성생명 지분을 이 부회장에게 몰아준 것이다. 삼성생명 최대 주주는 이건희 회장에서 삼성물산으로 변경된다. 삼성물산의 삼성생명 지분은 변화가 없지만 관계 변화가 있는 것이다.

삼성물산이 삼성생명 최대 주주(19.34%)가 되면서 지주회사 전환 관련 문제도 제기된다. 자회사 가치가 총자산의 50%를 넘으면 삼성물산은 지주회사로 전환되며 삼성전자 추가 지분에 대한 취득 부담 등 복잡한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물산의 자산 총액(별도 기준)은 44조4000억 원이며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가치는 3조1000억 원(2일 종가 기준)으로 총자산의 7.1%에 불과하다. 지주회사 전환 이슈가 발생하려면 삼성물산의 삼성생명 지분 가치가 22조2000억 원을 넘어야 한다. 즉, 삼성생명의 시가총액이 100조 원을 넘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현재의 지배구조 체제는 유지된다.

삼성 일가가 부담해야 하는 상속세 12조 원을 감안하면 이들이 지분을 보유한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의 적극적인 배당 정책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삼성 일가는 최대 6년 동안 매년 2조 원 이상의 상속세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주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이 활용되겠지만 결국 삼성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의 배당 증대를 통한 현금 흐름 확보가 중요하다. 이 부회장이 최대 지분을 보유한 삼성물산은 매년 삼성전자 등으로부터 받은 배당의 60∼70%를 주주에게 재배당할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삼성 일가의 지분이 크게 높아진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적극적인 주주 환원이 기대된다. 특히 배당과 기업 가치 제고 측면에서 삼성생명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다만 현재는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지만 한참 논란이 됐던 보험업법 개정은 부담 요인이다. 또 배당 수입은 매년 유동적인 만큼 앞으로 상속세 납부 과정에서 일부 계열사의 매각 유인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삼성그룹 지배력이 충분히 확보된 상태에서 삼성SDS의 지분(2조4000억 원) 처분이 검토될 수도 있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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