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논란…진짜 화폐와 무엇이 다른가

뉴시스

입력 2021-05-09 07:28 수정 2021-05-0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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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시각차...부정적·긍정적 신호 혼재
지폐도 19세기 이전까진 등장·퇴장 반복
"현재 화폐의 역사, 길어야 100년도 안돼"



암호화폐 투자 광풍이 불고, 이와 관련한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암호화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고, 일부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해선 경찰이 압수수색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암호화폐 관련 계좌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20~30대 청년들은 정부의 부정적 입장에 분노하며 오히려 암호화폐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처럼 암호화폐와 관련해 부정적 신호와 긍정적 신호가 혼재하는 모습이 계속되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암호화폐의 미래가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새로 등장한 대부분의 화폐들이 초기에는 낮은 신뢰도로 인해 기존 통화 질서의 외면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래엔 주요 통화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일부 학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7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국내에선 암호화폐를 둘러싼 각종 사회적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일 경찰은 허위사실 유포 행위 등의 혐의를 받는 서울 강남구 소재의 한 암호화폐 거래소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암호화폐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다음달까지 관련 불법행위에 대해 특별단속을 벌이고 있다.

또 지난달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암호화폐에 대해 “잘못된 길” “인정할 수 없는 화폐”라고 언급했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화폐로 볼 수 없다면서도 “조세 형평성상 과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해 청년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들의 경우 2017년부터 올해 3월까지 암호화폐 관련 상품에 500억 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특히 은 위원장의 발언 이후 비트코인 시세가 한때 급락해 20~30대들은 은 위원장에 대한 분노를 쏟아냈고, 논란이 세대 갈등 양상으로 번지기도 했다. 당시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자신을 30대 직장인이라고 밝힌 글쓴이가 “금융위원장도 부동산으로 자산을 많이 불리셨던데 어른들은 부동산 투기로 자산을 불려놓고 가상화폐는 투기니 그만둬야 한다는 것이냐”라는 글을 올려 하루 만에 4만 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또 국내 최대 암호화폐 커뮤니티로 꼽히는 코인판, 비트맨 등에는 “은성수의 헛소리로 인해 코인에 투자한 2030세대들의 정부를 향한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등의 글들이 수십 건씩 올라왔다.

하지만 이 같은 혼란 속에서도 암호화폐와 관련한 긍정적 신호는 계속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와 실명 계좌 계약 제휴를 맺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지난달 말 기준 가입 고객 수는 537만명으로 집계됐다. 전월 말 대비 146만명 증가했고, 월간 기준으로 증가 폭이 가장 컸다고 한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올해 중 디지털화폐(CBDC)에 대한 모의실험을 예고하기도 했다.

암호화폐라는 ‘뜨거운 감자’를 두고 ‘불법성’과 ‘가능성’이 충돌하는, 상반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처음 등장한 화폐들은 신뢰도가 낮아 기존 통화 질서의 외면을 받아 왔다. 암호화폐도 낮은 신뢰도로 인해 현재는 논란의 중심에 있지만, 긍정적 신호도 계속되고 있는 만큼 미래에는 문제 없이 통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아무런 의심없이 쓰이고 있는 지폐도 19세기 이전까진 등장과 퇴장을 반복했다.

세계 최초의 지폐로 알려진 송나라 ‘교자’의 경우 1023년 화폐로 지정됐다. 하지만 이민족과의 전쟁 비용으로 남발돼 가치가 하락하면서 모습을 감췄다. 유럽의 경우 1700년대 지폐가 등장했는데, 이 때도 주식 투기 사건이 터지는 등 발행량이 무분별하게 늘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하지만 1800년대 금본위제가 등장해 지폐 발행량을 은행의 금 보유량 이내로 제한하면서 지폐는 신뢰도를 확보하게 됐고, 현재의 중앙은행 관리 방식으로 이어지게 됐다.

일부 경제학자들도 암호화폐가 지금은 그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지만, 미래에는 현재의 화폐를 대신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우리가 익숙하게 쓰는 화폐의 역사는 길어야 100년도 안 된다”면서 “종이 지폐랑 동전은 사실 종이조각하고 금속조가리일 뿐 가치가 있을 이유가 없다. 모든 경제주체가 가치가 있다고 믿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거지, 실체적인 가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건은 민간에서 이걸 얼마나 화폐처럼 물건 사고파는 데 사용할 것인가다”라고 덧붙였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암호화폐 상항이)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 가능성이 제로라면 (암호화폐) 가격이 높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뭐가 됐든 역사가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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