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예적금 한달새 12조 이탈…‘벼락부자’ 소문에 ‘머니무브’
뉴스1
입력 2021-05-09 07:20 수정 2021-05-09 07:22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에 설치된 전광판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알트코인 시황을 나타내고 있다. © News1
5대 은행의 정기 예·적금이 최근 한달 사이에 12조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서만 무려 22조원 이상의 예적금이 빠져나갔다. 예금금리는 바닥을 기는데 코인·주식 등 자산가격이 급등하자 은행 자금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달 6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615조5599억원으로 집계됐다. 약 한 달 전인 3월말(627조6805억원)과 비교해 12조1206억원 줄었다. 정기적금 잔액은 35조5563억원으로 같은 기간 1608억원 감소했다.
5대 은행의 예적금 이탈 현상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올해 1월 6조원이 빠져나가며 시장을 놀라게 한 데 이어 3월 3조5051억원이 추가로 빠져나갔고 급기야 최근 한달 사이 이탈 규모가 12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총 22조6124억원의 예적금이 은행에서 이탈했다.
금융권에선 암호화폐·공모주 열풍이 불면서 저금리에 불만을 느낀 예금자들이 은행에서 돈을 빼 투자시장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현재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평균 연 1%도 안된다. 1억을 넣어도 한 해 이자로 100만원을 받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코인·주식시장에서 떼돈을 벌었다는 ‘벼락부자’ 소문이 들려오자 은행에 돈을 넣어놓기만 했다가는 뒤처질 수 있다는 조급함에 투자시장에 뛰어드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올해 1분기 일평균 주식 거래대금은 33조3000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22.8% 급증했다. 증시 대기자금으로 불리는 투자자예탁금도 이달 3일 기준 77조9018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암호화폐 시장은 더 뜨겁다. 국내 4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의 하루 거래대금 7일 기준 44조9761억원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거래대금을 넘어섰다.
은행에서도 정기 예적금은 급감했으나 투자 대기자금 성격인 요구불예금은 늘었다.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해 말 615조5798억원에서 지난 6일 기준 647조1085억원으로 31조5287억원 증가했다.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요구불예금에 돈을 잠시 넣어두고 투자 기회를 엿보다가 공모주 청약 등 기회 때마다 거액의 자금을 인출하는 모습들이 반복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변에서 주식, 코인 등으로 50%, 100% 이상 수익을 냈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리면서 0%대 예금에 돈을 묻어뒀다가는 ‘벼락거지’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들이 커지고 있다”며 “저금리가 지속되는 한 정기예·적금 이탈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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