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믿다 집 한 채 없이 쫓겨다녀” 전세살이 40대부부 울분

동아일보

입력 2021-05-07 15:20 수정 2021-05-07 15:45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지난 1월 서울 송파구 부동산중개업소 앞에서 행인이 매물 가격을 들여다보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정부가 신혼부부와 청년층 등을 대상으로 특별공급을 확대한 가운데, 40대 무주택자가 “문재인 정부를 믿고 뽑아준 세대에게 이래야 했냐”고 호소했다.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40대 전세살이들은 이 나라의 국민도 아닌 애만 낳고 사교육비로 집 한 채 없이 쫓겨다닌다’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왔다.

40대 중반의 부부라고 밝힌 청원인은 “문 정부를 좋아하고 김어준 씨를 좋아하는 남편은 정권을 믿고, 무주택으로 살면서 아이 2명에 무주택점수도 있으니 청약을 하자며 몇 년째 전세를 살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그는 좌절감을 겪었다고 한다. 청원인은 “집주인에 계약갱신청구권을 쓴다고 하니 2억 원을 올려주던지 나가라고 하더라. 부동산에 물어보니 손해배상비용은 돈도 아니라더라. 새로 세입자를 들이는 게 이익이라고 하더라”고 허탈해했다.

이어 “정부는 소시민이 그것도 임차인이 맞벌이하는 부부가 손해배상청구를 과연 할 수 있다고 생각하냐”며 “내가 느낀 좌절감은 극단적 선택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다. 어제 대출받아 집 매매한 사람은 1억 원씩 오르는 집값에 편승한 반면, 못한 우리가 바보”라고 자책했다.

‘40대 전세살이들은 이 나라의 국민도 아닌 애만 낳고 사교육비로 집 한 채 없이 쫓겨다닌다’라는 제목의 청원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청원인은 “아이 낳고 초중고를 사교육비 들이며 많은 세금을 내고있는 세대에게 고작 하는 청약 제도가 신혼희망타운 공공분양, 생애최초냐. 정부가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청약제도를 사회로부터 배제된다는 마음이 들지 않게 개선해주시고 애 키우며 맞벌이하는, 청약을 기다리는 사람들과 무주택자 등 지금까지 소외된 40대를 생각하고 정책 만드시길 바란다”고 했다.

아울러 “청약제도의 개선과 무주택자의 대출규제 완화, 임대차3법에 의한 계약갱신청구권 거절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절차 간소화 등 현실적인 제도를 만들어달라”고도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22일에도 국민청원 게시판에 ‘3기 신도시 절반이 신혼희망타운이면 40~50대는 국민도 아니냐’라는 글이 게재된 바 있다.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물량의 절반을 신혼희망타운으로 공급한다는 소식에 40·50대 중·장년층이 역차별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한편 40대 전세살이 부부가 작성한 청원은 7일 오후 3시까지 2700여 명이 동의한 상태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