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는 기록 안남아”… 꼬임에 넘어가 마약 손대는 사람들

박종민 기자

입력 2021-05-06 22:07:00 수정 2021-05-06 22: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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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한 건도 빠짐없이 ‘믹싱’(믹싱 앤드 텀블러·가상화폐를 쪼개고 섞는 행위)하니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올해 2월 중순 경찰에 검거된 회사원A씨(26)는 이전까지 아무런 전과도 없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우연히 검색을 통해 불법 마약판매업자를 알게 된 뒤 “모든 거래는 가상화폐로 이뤄져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말에 혹해 대마초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두 7차례에 걸쳐 마약을 구매한 A 씨는 결국 경찰에 들통나 현재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진 상태다.

최근 비트코인 등이 보편화되며 접근 문턱이 낮아지자 일반인들까지 가상화폐와 연루된 범죄에 빠지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범죄 세계에서는 오래전부터 거래 용도로 가상화폐를 악용해 왔는데, 가상화폐가 익명을 보장할 거라 착각한 일반인이 쉽게 꼬임에 넘어가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이나 모바일 메신저 등에서 마약 관련 은어를 검색하면 가상화폐로 마약 거래가 가능하다는 수많은 게시물을 찾을 수 있다. 범죄자들은 자신들의 가상화폐 지갑 주소나 거래대행업체 등의 정보를 대놓고 공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동 성착취 동영상 등을 제작·유통하는 ‘n번방’을 운영한 조주빈이다. 그 역시 n번방의 입장료를 가상화폐로 받았다. 3월에도 경찰은 가상화폐로 마약을 유통한 판매업자(31)를 구속하고 그를 통해 마약을 산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가상화폐나 다크웹으로 마약 거래를 하다 적발된 마약사범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1년 평균 80∼100건대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748건으로 9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범죄자들은 가상화폐를 이용하면 흔적이 남지 않는다고 유혹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수사기관이 대행업체를 압수수색하면 판매업자의 가상화폐 지갑으로 입금한 명단을 확보할 수 있다.

허준범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는 “범죄자들이 가상화폐 믹싱 등을 이용해 추적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지만 대부분 추적할 수 있다”며 “특히 거래대행업체를 이용한 가상화폐 입금은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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